[자유성] 반송의 성전환

  • 이하수
  • |
  • 입력 2024-07-10  |  수정 2024-07-10 07:00  |  발행일 2024-07-10 제27면

기온 상승으로 바다거북의 성비(性比)가 깨지면서 멸종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바다거북은 해변의 모래를 파고 한 번에 100여 개의 알을 낳은 후 덮어 놓는다. 모래 속에서 알이 부화하는 동안 암·수가 결정되는데 29℃를 경계로 높은 온도에서는 암컷이, 낮은 온도에서는 수컷이 많이 태어난다. 28℃에서 30℃ 사이에서는 성별 비율이 혼합되나 31.5℃ 이상 넘으면 100% 암컷만 태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모래 속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알에서 깨어난 새끼 거북의 99% 이상이 암컷이라는 조사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위기에 처하면 열매를 많이 맺는 성질의 나무가 여럿 있다. 흔히 소나무에서 그런 현상을 볼 수 있다. 솔방울이 많이 달리는 것은 나무의 생육에 문제가 있다는 징후로 알려져 있다. 자신이 곧 죽을 것이기 때문에 마지막 힘을 다해 후손을 남긴다는 의미다. 이와 별개로 반송(盤松)에서는 솔방울이 유난히 많이 달리는 경우가 있다. 소나무는 봄에 새순을 내고 순의 위쪽에는 2~3개의 암꽃을 달고 그 아래에 많은 수꽃을 낸다. 그런데 반송의 경우 많은 수꽃이 있을 자리에 암꽃이 달리고, 시간이 지나면 솔방울이 옥수수 알갱이처럼 다닥다닥 붙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일각에서는 이를 남복송(男福松)이라 부른다. 수꽃이 암꽃으로 성전환해 생기는 현상이다. 여복송(女福松)도 있다. 새순 위쪽에 암꽃이 여러 개 피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장차 잎이 될 순, 엽아(葉芽)가 암꽃으로 변한 경우다. 요즘 들어 남복송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띈다. 이것이 기후변화에 기인한 소나무의 위기를 알리는 신호가 아니길 빈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나무의사

기자 이미지

이하수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