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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욱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예술가) |
이번 여름은 해양의 궤적을 따라 신작과 전시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남·동중국해부터 한반도의 남해, 동해를 거쳐 오호츠크해를 이어나가는 해안선을 따라 연구하다 보면 각 바다에서 벌어진 치열한 전쟁의 기록들이 있는데 마치 미지의 세계를 탐사하는 과정과 닮아있다.
재작년 부산에서 처음 시작된 내 사진작업 '보물섬:출몰하는 유령들' (2022~2023)은 한반도의 남해와 동해 바다를 오가며 수면 아래 숨은 이야기들을 건져올렸다. 러일전쟁 쓰시마해전에서 패퇴해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한척의 러시아 함선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한 작업은 거제도와 가덕도에 세워진 일본군 해군기지 터를 거쳐 울릉도와 제주도 쓰시마섬까지 이어지며 러일전쟁, 태평양전쟁, 한국전쟁의 여파가 남긴 해양 패권과 역사적 상흔을 다룬다.
이번 주에 관람한 두개의 사진 전시가 있다.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로버트 카파의 사진전과 베트남 전쟁기념관에서 전쟁 사진전을 관람하며 전쟁과 사진의 뗄 수 없는 관계를 생각해 보게 된다. 전쟁사진은 현실을 기록하고 알리고자 하는 포토저널리즘의 한 종류로서 공식적인 전쟁사진의 시작은 1855년 영국 정부가 로저 펜튼에게 의뢰한 크리미아 전쟁 사진으로 알려져 있다. 초창기 전쟁 사진은 크고 무거운 카메라와 오랜 노출시간 등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매우 정적이며 주로 전투 이후의 고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헝가리 출신의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는 아래와 같은 문장으로 유명하다.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버트 카파는 1954년 프랑스와 베트남이 격돌한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에서 지뢰를 밟아 사망한 전설적인 사진가다. 제2차 인도차이나 전쟁은 우리가 잘 아는 베트남전쟁인데 지난 주 베트남 전쟁기념관에서 본 전쟁사진은 과거 라이프 잡지에서 보았던 익숙한 사진들로 가득했다. 이 박물관은 1995년 베트남이 미국과 수교를 맺기 전까지 '미국 전쟁 범죄 박물관'이라 불렀던 역사만큼 철저히 베트남의 입장에서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라이프지의 사진작가였던 알프레드 아이젠슈테트가 찍은 사진을 떠올려본다. 타임스퀘어 인근에서 해군 군복을 입은 글렌 맥더피와 한 간호사의 승리에 젖어 입을 맞추는 모습으로 종전의 축배를 끝맺는 사진이었다. 전쟁의 상처는 어떠한 흔적으로든 해당 국가들에 실체적 근거를 남기고 역사에 잊히지 않는 고통으로 기록된다. 사진은 그 현장을 남기기에 의미가 있으나, 후세대에게 상처와 탄압 지배를 알리는 장소나 울분의 기록이 아닌 평화와 행복을 남기는 순간이 더 많은 사진으로 남겨지길 소망한다.
김신욱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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