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제21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으로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는 한국 성악가들의 역량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무대에 올리기 까다로운 작품으로, 3시간이 넘는 다소 긴 공연 시간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공연은 1996년 서울시립오페라단이 무대에 올린 후 28년 만에 국내에서 공연되는 '장미의 기사'다. 특히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제작한 이번 '장미의 기사'는 출연진이 한국 성악가들로 꾸려져 더욱 의미를 더했다.
이번 공연에 출연한 성악가들은 가창뿐만 아니라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관객의 시선을 끈 건 바론 옥스 역의 베이스 박기현이다. 독일 할레 오페라하우스 종신 솔리스트로 활동 중인 박기현은 능청스러우면서 유연한 연기로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그의 대사 사이에 드문드문 등장한 대구 사투리는 의외로 어색하지 않게 작품 속에 녹아들었다. 젊은 귀족 옥타비안과 하녀를 모두 연기한 메조소프라노 김선정도 두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소피와 사랑에 빠진 연인 옥타비안을 바라보는 미묘한 감정을 보여준 마샬린 역의 소프라노 조지영의 연기도 기억에 남았다. 짧게 등장해 아리아를 들려주는 이탈리아 테너 역의 테너 김효종도 관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연주는 지난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엘렉트라'로 호흡을 맞춘 디오 오케스트라와 에반-알렉시스 크리스트가 맡았다. 섬세한 느낌은 아니지만, 슈트라우스의 음악을 강렬하게 표현해냈다.
무대 연출은 몇몇 장면이 연극이나 뮤지컬과 같은 분위기로 연출됐는데, 로맨틱 코미디의 성격을 띤 오페라이기 때문인지 어색하지 않았다. 2막에서 무대 세트가 장미 모양으로 만들어지면서 그 장미가 서서히 붉은 빛을 띠게 되는 장면은 극의 분위기를 살렸다. 이때가 결혼 전 신부에게 은장미를 건네주는 '장미의 기사'인 옥타비안이 소피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어서 더욱더 효과적이었다. 다만 1막의 경우, 연출이 다소 단조롭게 느껴졌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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