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AI에 둘러쌓인 일상 뒤로 한 채…조용한 산사에서의 하루 '템플스테이'

  • 장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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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0-20 07:50  |  수정 2024-10-21 14:33  |  발행일 2024-10-20
■속세에서 벗어난 도림사 휴식형 템플스테이

3~5인실 있지만 혼자 3인실 쓸 수 있는 행운

차담·식사·예불 외에는 대부분 '혼자만의 휴식'

조용한 산 속과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의 새벽 별

낯선 곳에서의 하루, 한 번쯤 보내도 좋지 않을까

AI를 포함한 빅테크로 세상은 떠들썩하다. 직장인에게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같은 컴퓨터는 물론 컴퓨터보다 비싼 스마트폰을 손에 쥐지 않은 사람이 없다. 바쁜 현대 사회, 누군가 "최근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 적이 몇 번이나 있는가"하고 질문하면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고개 숙여 액정을 보지 않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기 위해, 디지털과 도심, 속세에서 한걸음 떨어진 산사에서 템플스테이로 하루를 보냈다.

스마트폰·AI에 둘러쌓인 일상 뒤로 한 채…조용한 산사에서의 하루 템플스테이

■출발부터 스님과의 차담 

대구 동구 '도림사'에는 휴식형·체험형 등 템플스테이가 있다. 취재진은 '휴식형'을 선택했다. 예약한 날 3시까지 가야한다. 2시 45분쯤 절에 도착했고, 주차 중인데 진행진에게 서두르라는 연락을 받았다. 급한 마음에 짐을 챙겨 뛰어 올라갔다가 "살살 걸어다니라"는 주의를 받기도 했다.

스마트폰·AI에 둘러쌓인 일상 뒤로 한 채…조용한 산사에서의 하루 템플스테이숙소로 향하는 길에는 헷갈리지 않도록 길목마다 표지판이 붙어있다. 따라 올라가면 건물 2층에 하루 동안 묵어갈 방이 있다. 방은 3인실과 5인실이 있다. 대부분은 성별에 따라 낯선 이들과 함께 보내야한다. 그러나 취재진 외에 다른 신청자는 모두 부부 손님이라 혼자 3인실을 쓸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스마트폰·AI에 둘러쌓인 일상 뒤로 한 채…조용한 산사에서의 하루 템플스테이스마트폰·AI에 둘러쌓인 일상 뒤로 한 채…조용한 산사에서의 하루 템플스테이사찰 관계자인 템플스테이 팀장에게 안내 및 주의사항을 듣고 나면 갈아입을 옷과 베개 커버를 준다. 방은 화장실과 이불, 베개 솜, 앉은뱅이 책상 등이 갖춰져 보통 숙소와 같다. 산사의 건물은 방음이 약하고 울림이 심하니 공동 생활을 위해서는 소음을 신경 써야한다. 심지어 옆방에서 코 고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대화나 통화를 할 때는 주변에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스마트폰·AI에 둘러쌓인 일상 뒤로 한 채…조용한 산사에서의 하루 템플스테이옷을 갈아입은 후에는 짐을 풀고 각자 방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3시30분까지 넓은 방으로 모인다. 함께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팀장에게 주의사항을 안내받는다. 절에서는 단체생활을 하다 보니 지켜야 할 규칙들이 많다. 궁금한 점들을 질문하고 나면 스님과 사찰 안을 돌아다니며 어떤 수행을 하는 곳인지 소개 받는다. 그 외에도 불교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듣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스님과 차담을 나눈다.

스마트폰·AI에 둘러쌓인 일상 뒤로 한 채…조용한 산사에서의 하루 템플스테이스마트폰·AI에 둘러쌓인 일상 뒤로 한 채…조용한 산사에서의 하루 템플스테이차담을 마치면 5시가 조금 넘는다. 오후 5시30분에 저녁 공양을 하기 전까지는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다. 시간이 되면 숙소와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공양간'으로 이동한다. 식사는 자율배식이다. 우려했던 '발우공양'은 하지 않았다. 불교에서는 식사하는 과정도 수행이다. 따라서 지켜야하는 여러 규칙과 단계들이 있다. 이 중 가장 걱정한 부분은 단무지나 물로 사용한 식기를 헹궈 마셔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잔반은 최대한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 식사를 다 하고 나면 본인이 사용한 식기는 세제 없이 물과 수세미로만 설거지를 한다.

스마트폰·AI에 둘러쌓인 일상 뒤로 한 채…조용한 산사에서의 하루 템플스테이오후 6시가 되면 타종을 하는 걸 볼 수 있다. 스님이 타종하시는 옆에서 지켜보다 운이 좋게 종을 쳐보는 체험을 했다.

33번의 종소리가 온 산에 울려 퍼지고 나면, 각자 방으로 돌아가 자유시간을 가지고 잠들 준비를 한다. 산에서 산 짐승들이 내려올 수도 있고, 주변 민가에 피해가 갈 수도 있기 때문에 해가 지고 나면 방 밖으로 최대한 나가지 않는 것을 권한다. 다음날 새벽 4시에 새벽 예불이 있으므로 저녁 9시에는 취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마트폰·AI에 둘러쌓인 일상 뒤로 한 채…조용한 산사에서의 하루 템플스테이■새벽 예불부터 다시 속세로 

4시에 시작하는 새벽예불을 드리려 방 밖으로 나서니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정말 새까맣다. 드문드문 있는 가로등으로는 대웅전까지 가는 길을 완벽히 비춰주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휴대폰 플래시에 의지하며 한 걸음씩 걷다 보면 '무서운데 가지 말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찬다. 발걸음을 돌릴까 망설이며 멈칫 할 때 전날 저녁 들었던 종소리가 들린다. 잘못 들은 소리가 아니라 실제로 스님이 치고 계시는 종소리다. 이 종소리에 용기를 얻어 씩씩하게 대웅전까지 걸어갔다.

스마트폰·AI에 둘러쌓인 일상 뒤로 한 채…조용한 산사에서의 하루 템플스테이새벽 예불이 끝나고 나오니 저 멀리서 스님이 손짓한다. 가까이 가니 하늘을 올려다 보라고 하신다. 그러면 정말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이 보인다. 살면서 별자리를 그렇게 선명하게 본 건 처음이었다. 스님이 별자리에 대해 설명해주시는데, 템플스테이에서 가장 인상깊고 만족스러웠던 순간이었다. 당분간은 이 기억을 꺼내 먹고살 수 있을 것 같다.

스마트폰·AI에 둘러쌓인 일상 뒤로 한 채…조용한 산사에서의 하루 템플스테이방으로 돌아와 아침 공양 전까지 자유시간을 갖다가, 6시10분까지 앞마당에 모여 공양간에서 아침 공양을 한다. 이후 원래대로라면 10시에 시작하는 사시예불 때 까지는 아무 일정이 없지만, 기자가 간 날은 운이 좋게도 비구니 스님과 차담을 가졌다. 7시50분까지 희망자들끼리 모여 스님이 계신 곳으로 향했다. 올라가는 동안은 숨이 가쁘지만, 도착하고 내려다보면 가려진 곳 없이 보이는 전경이 일품이다.

스마트폰·AI에 둘러쌓인 일상 뒤로 한 채…조용한 산사에서의 하루 템플스테이차담 시간에는 템플스테이를 함께 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전날 진행됐던 차담보다는 스님의 말씀을 더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스님이 설파하시는 불법을 듣고, 먼저 살아온 사람들의 인생을 들어보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스마트폰·AI에 둘러쌓인 일상 뒤로 한 채…조용한 산사에서의 하루 템플스테이차담이 끝나고 또 숙소에 내려와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다가 10시에 시작되는 사시예불을 위해 대웅전을 찾았다. 이때는 스님과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외에도 예불을 드리기 위해 찾아온 방문객들이 많아 조금 어수선했다.

스마트폰·AI에 둘러쌓인 일상 뒤로 한 채…조용한 산사에서의 하루 템플스테이사시 예불이 끝나면 점심 공양 전까지 숙소를 정리한다. 수행복과 베갯잇은 각각 구분해서 정수기 옆 수거함에 넣고, 사용한 이불들은 잘 개서 방 한쪽 구석에 놓아두면 된다. 화장실 쓰레기를 포함한 모든 쓰레기는 숙소 앞 복도에 마련된 쓰레기통에 분리수거 해야 한다.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들도 잘 훔쳐서 버린다. 11시30분부터 시작되는 점심 공양을 가지고 자유롭게 귀가하면 된다.

스마트폰·AI에 둘러쌓인 일상 뒤로 한 채…조용한 산사에서의 하루 템플스테이해가 뜨기 전 오전 4시부터 시작된 하루는 정말 길었다. 속세와 떨어져 산사에서 보낸 하루는 분명 불편하고 낯선 점들이 많다. 다만 이런 비일상적인 경험들은 우리가 피로를 느끼는 고민들을 다시 생각해보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한 번 쯤은 경험해봐도 좋다고 추천한다.

글·사진=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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