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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흐르는 대로'는 호스피스 간호사인 저자가 환자들과 함께한 시간에서 마주한 삶의 진실과 감동을 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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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들리 블라호스 지음/고건녕 옮김/다산북스/428쪽/1만8천500원 |
죽음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우선 다른 경험은 먼저 간 이들이 들려줄 수 있지만, 죽음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막연하게 죽음은 갑자기 찾아오는 것, 언제나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것으로 생각한다.
'삶이 흐르는 대로'의 저자인 해들리 블라호스는 호스피스 간호사다. 15세 때 그의 절친한 친구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죽음은 삶의 끝에 찾아오는 것이라 믿었던 그에게 이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해들리는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왜 신은 소아 성애자나 살인자는 이 세상에서 살아가도록 내버려 두면서 선하디선한 내 친구의 목숨은 이렇게 빨리 앗아갔을까.'
죽음과 상실에 대한 분노를 품고 있던 해들리는 대학교 2학년 진학을 앞두고 19세에 미혼모가 됐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그가 혼자 아이를 낳겠다고 하자 주변 사람들과 가까운 가족 모두 등을 돌렸다. 그는 홀로 출산과 육아를 감당해야 했기에 학교로 돌아갈 수 없었고, 당장 생계를 이어갈 일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간호사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생계 수단이었지만, 죽음에 대해 궁금한 것과 말하고 싶은 것이 많은 해들리에게 사명이 됐다. 그는 수년간 호스피스 간호사로 일하며 무엇인가를 해주는 것만이 환자를 위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때로는 손을 놓는 것도 환자를 위한 일이라는 것. 어느 순간 해들리는 환자들에게 아무 말 없이 약만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의 곁에 있어 주고, 위로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해들리도 점차 업무에 익숙해졌지만, 환자들 또한 굳게 닫았던 마음의 문을 점차 열기 시작했다. 환자들은 해들리에게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 죽음을 앞두고 깨닫게 된 삶의 중요한 가치와 같은 것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해들리는 환자와 그의 가족들로부터 위로와 사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연차가 쌓이고 경험이 많아져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 있었다. 정든 환자들을 떠나보내는 것. 이에 해들리는 호스피스 간호사로 일하며 환자와 함께하며 자신이 얻은 삶의 진실과 감동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SNS를 통한 소통이다.
그는 SNS에서 조심스럽게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꺼냈다. 다들 관심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해들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해들리가 환자와 함께 있으며 경험한 일들은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해들리의 이야기는 300만명이 넘는 팔로워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
해들리가 환자들과 이야기하며 알게 된 건 죽음을 앞둔 이들이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그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교훈을 간절히 나누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는 환자들이 각자 내놓은 삶의 이야기를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게 됐다. 저자는 "호스피스 일은 간호사로서 내 모습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내 모습 또한 크게 바꿔놓았다"며 "뭔가 바꿔보겠단 생각으로 이 직종에 뛰어든 건 결코 아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일하면서 만난 환자들은 내 인생관을 형성하는 데 깊은 영향을 줬다"고 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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