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올 가을 단풍은?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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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0-23  |  수정 2024-10-23 08:39  |  발행일 2024-10-23 제27면

며칠전 지인이 설악산에서 찍은 단풍 사진을 몇 장 보내왔다. 곱게 물들었다 하니 그게 아니란다. 사진은 예쁜 색이 발현된 소수의 나무만 찍은 것이며, 대부분의 나무는 가을 색이 들지 않았단다. 단풍나무도 울긋불긋 물든 것 보다 푸른색 잎을 달고 있는 나무가 훨씬 많다며 지난해 이맘 때 찍은 백담사 전경 사진도 보내왔다. 두 사진을 비교해 보니 백담사 입구 금강문 왼쪽에 서 있는 은행나무의 색깔이 판이하다. 지난해의 은행나무잎은 노랗게 물들었는데, 올해 찍은 사진 속의 은행나무는 푸른색 그대로다. 주변의 다른 나무들도 대조적이다.


산림청이 발표한 산림단풍 예측지도에 따르면 설악산의 단풍나무·참나무류와 은행나무는 이미 단풍이 들었어야 한다. 단풍이 드는 시기와 상태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올해처럼 폭염이 유례없이 길어진 해에는 더 어렵다.


기온이 내려가면 나뭇잎과 가지 사이에 이층(離層)이 형성되고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그동안 엽록소에 가려져 있던 다른 색소들이 드러난다. 안토시아닌·카로티노이드 등이 빨간색·노란색 등을 나타낸다. 그렇게 아름다운 색을 자랑하다 때가 되면 떨어져 낙엽으로 날린다. 그러나 짧아진 가을 때문에 이런 과정이 일부 생략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높은 기온이 오래 지속되다가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 이층의 형성이 불완전하고 엽록소도 제대로 파괴되지 않은 상태로 상당 부분 잔류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예쁜 단풍잎 대신 마른 풀처럼 추레한 색을 띤 잎이 겨울까지 매달려 있게 된다. 이런 관측이 빗나가길 바란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나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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