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뚱딴지

  • 이하수
  • |
  • 입력 2024-12-06  |  수정 2024-12-06 06:59  |  발행일 2024-12-06 제27면

뚱딴지는 국화과의 다년생초로 땅속 줄기의 끝이 굵어져서 덩이줄기가 발달한다. 남아메리카 원산으로 17세기에 유럽 등지에 퍼졌으며, 우리나라에는 구한말에 들어와 구황작물로 재배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논·밭 어디에 심어도 잘 자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며 경작지를 벗어나 야생화 하여 귀화식물로 분류된다. 생김새가 울퉁불퉁 종잡을 수 없이 생겨 뚱딴지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모양과 맛이 감자와 비슷하다 하여 돼지감자로 불리기도 한다. 행동이나 사고방식이 엉뚱한 사람이나 고집이 센 데다 우둔하고 무뚝뚝하여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을 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돼지감자를 뜻하는 뚱딴지가 먼저인지 엉뚱한 사람을 의미하는 뚱딴지가 먼저인지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단어의 어원과 구조상으로는 후자가 더 설득력을 얻는다. 전선을 고정할 때 사용하는 애자(碍子)도 뚱딴지라고 불린다. 애자는 생김새는 돼지감자 쪽, 절연(絶緣)의 속성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 쪽이다.

지난 3일 밤에 안방으로 찾아든 비상계엄은 뚱딴지 같은 것이었다. 순간 어안이벙벙하여 꿈인지 생시인지 헛것을 보는 줄 알았다. 지금 이 시대에 비상계엄이 가당키나 한가? 사용된 단어는 섬뜩했다. 계엄령 선포문에는 '척결(剔抉)'이 세 번, 포고령에는 '처단(處斷)'이라는 말이 두 번 사용됐다. 살을 도려내고 뼈를 발라낸다는 뜻의 척결은 알코올로 균을 박멸하듯 살펴보거나 망설임 없이 일괄적으로 없애는 것을 의미한다. 처단은 숙청이나 죽임과 통하는 말이다. 이런 말이 의사에게, 국민에게 쓸 수 있는 말인가? 후진국의 리더십을 얕잡아 본 게 부끄럽다. 이 나라가 겨우 이것뿐이었나?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기자 이미지

이하수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