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전쟁의 기술, 끝나지 않은 전쟁과 혼란 '軍 지휘자의 역할은'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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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06  |  수정 2024-12-06 18:46  |  발행일 2024-12-06 제19면
마키아벨리가 '군주론'보다 아낀 책

전투 개시 전 고려하는 지형과 적군

최적의 군사력 갖추는 방법 등 제언

[신간] 전쟁의 기술, 끝나지 않은 전쟁과 혼란 軍 지휘자의 역할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중심부에 위치한 누세라이트 지역에서 사람들이 폭격의 잔해 속을 걷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신간] 전쟁의 기술, 끝나지 않은 전쟁과 혼란 軍 지휘자의 역할은
마키아벨리 지음/정명진 옮김/부글/112쪽/1만7천원

"당신이 승리한 한 번의 전투가 당신의 모든 그릇된 행동을 상쇄하듯이, 당신이 어느 한 전투에서 패배하면 그때까지 당신이 잘 했던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된다."

혼란스러운 세계다. 2024년에 일어나서도 안 되고,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났다. 한밤 중 국군통수권자의 선포로 군인이 국가기관에 들이닥쳤다.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국제 정세도 혼란스럽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선 전쟁이 아직 현재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군 지휘자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궁금해진다. 여기 답을 던지는 책이 있다. 16세기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가 쓴 '전쟁의 기술'이다. 최근 번역을 거쳐 국내에 드디어 출간됐다.

마키아벨리는 오늘날 정치 철학의 아버지다. '군주론'(Il Principe)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군주론보다 더 아낀 저서가 이 책이라는 분석이 있다. '전쟁의 기술'은 어쩌다 이탈리아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나 하는 반성에서 시작됐다. 1494년 프랑스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탈리아 전쟁은 나중에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오스만 제국 등까지 참가하면서 1559년까지 이어졌다. 마키아벨리가 책을 쓴 게 바로 이 시기다. 이탈리아가 오랜 세월 주변국들의 전쟁터가 되고 있는 현실 앞에서 군사력을 갖출 수 있는 방법들을 제언한다. 당시 이탈리아에선 르네상스 운동이 활발히 벌어졌는데, 도시 국가의 군주들이 그 부흥 운동을 군사 분야로까지 확장하지 않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돼 있다. △군인의 조건 △무장과 훈련 △군대의 조직과 전투 △지휘관의 자질 △행군 △군대의 숙영 △도시의 공격과 방어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책에서 드러나는 마키아벨리는 대단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다. 지휘관이 전투 개시 전 고려할 사항과 관련해 지형과 적에 따라 일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매우 크고 용맹스러운 군대를 거느리고 있지 않다면, 군대의 선봉을 지나치게 넓게 펼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위험은 없다는 것. 그런 경우엔 병력을 그리 넓지 않게 밀집시키는 편이 낫다고 제의한다.

또 병사들이 싸우도록 자극하게 하려면, 그들이 적을 향해 분개심을 품도록 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 설파한다. 적이 그들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말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거나, 적의 진영에 자신들의 정보원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거나, 적군 중 일부를 매수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 병사들이 적군을 볼 수 있는 곳에 주둔하며 가벼운 충돌을 일으키게 하는 것도 좋다고 한다. 매일 보는 것을 우습게 여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1세기 평화를 지향하는 국가에선 잔인한 이야기지만, 마키아벨리는 다르게 말한다. 그는 "군사력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훌륭한 제도들은 지붕을 갖추지 않은 호화로운 궁전의 방들만큼 허약하다"며 "사적 이익보다 공적 이익을 더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가질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저자인 마키아벨리는 16세기 이탈리아의 정치 철학자이자 역사학자, 외교관이다. 냉철한 정치적 관찰로 그의 생각은 '마키아벨리즘'이란 하나의 사상으로도 남았다. 이번 책은 한국외대를 졸업한 후 중앙일보 국제부, LA 중앙일보 문화부 등에서 20년간 기자 생활을 한 정명진이 옮겼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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