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나무야, 꼬마전구 괜찮지?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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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19  |  수정 2024-12-19 08:37  |  발행일 2024-12-19 제27면

아주 가까운 인척 한 분이 서해안에서 양란을 재배하고 있다. 화훼업계에서는 제법 농사를 잘 짓기로 이름이 나 있는 분이다. 올해도 양란 가격이 좋아 일부는 만족할 만한 가격에 출하했다. 그러나 12.3 계엄선포와 동시에 가격이 폭락했다. 양란을 비롯한 화훼류는 경기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종의 바로미터다. 가뜩이나 안 좋은 경기에 계엄은 찬물을 끼얹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앞두고 도심의 가로수와 정원수가 알록달록 꽃을 피우고 있다. 나무마다 반짝이는 꼬마전구로 장식돼 있다. 요즘에는 장식용 전구가 진화해 주먹 만한 전구·길쭉한 전구를 비롯해 모양도 색도 여러 가지인 데다 네온사인·점멸식 전구 등 다양하고 화려하다. 이를 두고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전구의 열과 반짝이는 빛이 나무의 겨울 잠을 방해해 생리적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염려다. 거리를 아름답게 장식하기 위해 나무를 희생시키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불이 켜지지 않은 낮에는 걱정이 더 크다. 전깃줄이 바짝 마른 겨울나무를 칡넝쿨처럼 감아 올라가 옥죄는 모습이 안타깝게 비치기도 한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이와 다르다. 온대 지방에 있는 나무에서는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기 전 두 단계의 휴면이 진행된다. 초가을부터 생장이 정지되고 휴면준비를 하며, 기온이 0℃를 넘나들 때 쯤에는 깊은 잠에 빠져든다. 이 때는 나무가 적은 양의 열이나 빛에 반응하지 않는다. 계엄선포로 연말 경기가 얼어붙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나서서 취소했던 송년회를 재개해 달라고 호소했다. 걱정 말고 송년회도 즐기고, 가로수를 장식하고 있는 예쁜 조명에 설레기도 하자.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나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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