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동시가 아이들의 전유물이 됐나’ 김상문 작가의 푸념

  • 입력 2011-11-18   |  발행일 2011-11-18 제37면   |  수정 201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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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원로 동시작가 겸 색동회 대구·경북명예회장인 김상문씨.

여든이 될 때까지 모두 14권의 동시집을 냈지만 요즘 허탈한 심정을 가눌길 없다. 얼마전 신작 동시집을 친구에게 우송했는데 “때마침 손자가 와서 줘보냈다”는 답장을 받은 그는 참담함을 금치 못했다고 했다. 언제부터 동시가 아이들의 전유물로 전락했지?

“현대문학 100년이란 육당 최남선 선생이 ‘해에게서 소녀에게’를 발표한지 백 년인데, 그 작품은 다름아닌 동시였다. 그렇다면 아동문학을 홀대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그 행사 때 아동문학가는 철저하게 배제됐다.”

그는 “윤동주의 얼이 서려있는 룡정중학교 ‘별’ 잡지사가 1996년 펴낸 시집을 보면 60% 이상이 동시 스타일”이라며 “동시에는 한민족의 얼이 서려 있기 때문에 더욱 지켜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50년대만 해도 아동문학이 문학을 리더했다. 지역의 신문사에서 동시 코너를 만들어 수시로 원고청탁을 했는데 이젠 연간 동시집에 몇편 발표하는 게 고작이다.”

그 시절에는 동시-동화-동요가 원스텝으로 움직였다. 초등학교 교육의 출발도 동시 외우고 동요 부르기였다. ‘따따따 따따따 주먹손으로~’로 시작되는 김성도의 ‘어린음악대’, 박태준의 ‘오빠생각’ 등 기라성같은 아동문학가가 대구·경북에 포진해 있었다. 작고한 이오덕, 권정생, 이재철 등은 물론, 서울로 가서 활동 중인 신현득, 김종상, 한창희, 김녹촌 등도 국내 아동문학을 주름잡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더 이상 동시와 동요작가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들과 산에서 어린아이를 보기 힘들게 됐다. 왜? 학교 앞에서는 학원차가 기다리고, 집에서는 컴퓨터가 기다리고 있는 탓이다. 독서·숙제·공부도 모두 컴퓨터를 통해 하는 것 같다. 책을 통해 읽는 감동적인 동시 한 편과, 컴퓨터에서 읽는 동시는 같은 동시겠지만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난다.”

그는 무엇보다도 “우리 기성 시인들 스스로 동시를 폄훼하고 무시하고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걸 경계한다.

“오래 전 한 작가의 동시를 신랄하게 꾸짖었다. 모 작가의 동시집이었는데 그는 그때 이렇게 지적했다. 일반시와 동시는 큰 차이가 있다. 동시는 일반시와 같이 시적인 요건을 다 갖춘 뒤에 다시 어린이의 평상 용어로 다듬어야 하고, 그 속에 미래의 꿈이나 교육적인 요소가 들어가야 한다. 때문에 어린이의 글이니까 하고 쉽게 덤비는 시인이 있지만 일반시보다 훨씬 어렵다.”

그는 여타 문학도 성숙기에 이르면 동시 쪽으로 기운다고 했다. 그의 지적대로 지역의 이하석, 문인수 시인 등도 요즘 동시에 관심이 많다.

동시가 진화하면 시가 된다. 그는 이걸 ‘동시 비하(卑下) 발언’으로 규정한다.

“혹자는 어린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듯이 아동문학에서 습작을 거쳐서 성인문학으로 가는 것이라고 여기는데 절대 아니다. 둘은 별개의 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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