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미인 도시인 이유는?

  • 글·사진= 박진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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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3-15   |  발행일 2013-03-15 제34면   |  수정 2013-03-15
남방-북방계 유전자 반반씩 잘 조합된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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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인의 대세인 김태희의 얼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3등분할에 따르면 이마에서 눈썹까지, 눈썹에서 코끝까지, 코끝에서 턱끝까지의 비율이 고전적인 미인은 1:1:1이나 최근 1:1:0.8∼1 사이로 턱선이 더 가늘고 작아지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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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부와 측면도 안면윤곽이 미인의 기준에 들어가는 한가인의 경우 코와 인중사이의 각도가 미인의 이상적 각도인 95.2도 이상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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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의 측면모습. 아랫입술에서 턱끝까지의 거리가 코끝에서 윗입술까지 거리의 2배다.


◇시대별 미인형

70∼80년대 둥근형이
90년대 달걀형이 인기
2000년대엔 얼굴도
S라인돼야 미인 대접


◇미인도시 대구

조선땐 다소 찬밥 신세
서구 영향 50년대 이후 이목구비 큰 대구 주목
미스코리아 50년 사상 인구 대비 최다 배출
최근 6년연속 본선 수상


◇미스코리아 심사

대한피부과의사회서 맨얼굴 심사기준 마련
생물공학 측정 장비로 피부상태 꼼꼼히 살펴
하얀피부가 절대 유리, 겨털·액취증도 심사

◇미스코리아 신체지수(평균신장·체중)

-1962~1972: 156㎝, 53㎏
-1979~1981: 166㎝, 50㎏
-1982~1996: 170㎝, 52㎏
-1997~2012: 172㎝, 51㎏


민복기 올포스킨피부과 원장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7차례에 걸쳐 대구·경북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그는 1998~2012년 미스코리아 후보자 1천449명에 대한 통계자료를 발표하고 동서양 미인의 기준, 미스코리아의 역사, 명화 속의 미인 등 미인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 그가 연구한 미와 미인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동서양의 미인 기준

원시시대에는 다산(多産)을 할 수 있는 몸매가 이상적이었다. 풍만한 가슴과 배, 비만한 히프가 미의 기준이었다. 이후 건강한 인체미를 중시했던 그리스시대를 거쳐 성욕구가 통제됐던 중세시대에는 성녀(聖女)가 미의 기준이 됐다. 하지만 19세기 말에는 핏기 없는 피부에 야윈 몸매, 퀭한 눈과 파인 볼이 미인의 전형이었다.

현대 서양에서 미의 기준은 갸름한 얼굴, 선명한 광대뼈의 윤곽, 적당한 크기의 코와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눈이다. 일본의 경우 교양·사회적 능력·수술유무·신체건강 등 가능한 모든 것을 평가한다.

조선시대에는 ‘3목평가법’으로 미인을 구분했다.

삼태(三太), 즉 가슴·둔부·대퇴부는 커야하고 삼소(三小), 손·발·입술은 작아야 하며 삼흑(三黑), 모발·눈썹·눈동자는 검어야 한다. 또한 삼백(三白)이라고 해서 피부·치아·손은 희고, 삼홍(三紅)은 입술·뺨·손톱은 붉어야 한다는 의미며, 삼장(三長)은 신장·머리카락·팔다리는 길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갖춰야 미인이라고 봤다. 하지만 이런 기준은 점차 서구적인 기준에 밀리고 있다.

◆70년대 이후 한국의 미인

우리나라에선 1970~80년대 보름달처럼 동그랗고 통통한 얼굴형이 미인의 조건이었다. 넓은 이마와 짧은 턱선을 가진 배우 정윤희·유지인 등이 둥근 얼굴형에 속한다.

90년대는 소위 ‘달걀형’얼굴이라고 불리는 갸름하고 조그마한 얼굴의 탤런트가 인기를 끌었다. 일반 여성도 통통하고 동그란 얼굴보다 턱 끝이 뾰족한 갸름한 얼굴을 가지고 싶어 했다. 배우 김희선과 심은하, 이영애 등이 대표미인이다.

2000년대에는 몸매뿐만 아니라 얼굴에도 ‘S라인’이 인기를 끌었다. 볼록한 이마와 날렵한 콧날, 통통한 볼 살과 짧은 턱선 등 지금까지 미인의 조건을 혼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우 김태희, 송혜교 등이 대표미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0년대는 성형의학의 발달로 ‘인조미인’이 등장하고 있다. 서구적인 미보다 개성적인 미를 강조하는 추세로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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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맨얼굴 심사기준

맨얼굴심사는 2004년 미스코리아 본선에서 대한피부과의사회가 마련한 기준표를 처음 적용했다. 최근에는 생물공학 측정 장비를 이용해 피부의 보습과 지성, 수분증발량, 색소침착, 주름노화, 피부 톤 등으로 피부상태를 비교한다.

△얼굴= 여드름 유무, 모공이 늘어난 정도, 흉터, 안면홍조, 모세혈관 확장, 입술의 색깔과 윤기, 주근깨, 잡티, 기미 등 색소질환의 유무 등 전체적인 피부 톤을 보고 고르게 하얀 피부인지 검은 피부인지를 판단하는데 하얀 피부에 가중치를 둔다.

△모발= 모발질환 유무(25%), 모발의 질감(25%), 눈썹의 밀도와 방향(25%), 얼굴과 팔다리 겨드랑이(25%)를 본다.

△손·발= 손발톱의 건강상태(30%), 손발의 보습 빛 각질 주름정도(30%), 액취증과 색소침착상태(20%), 손·발가락 기형정도(20%)를 본다.

△목·몸통= 색도, 보습도, 투명도, 윤기도, 긴장도, 비만도 등을 본다. 전체적으로 얼굴 40%, 몸매 40%, 교양 20% 비율로 본다. 최근 인터뷰 능력을 중시하며 맨얼굴심사와 화장얼굴심사 비율을 반반으로 한다.

△전체 체격의 균형= 상반신이 전체 신장의 3.5/8, 하반신이 4.5/8이며, 상반신 대 하반신의 비율은 7대 9가 적당하다. 특히 곧고 긴 다리선, 근육이 튀어나와 보이지 않는 다리, 붙어있는 종아리, 벌어지지 않는 허벅지 등이 중요하다. 또 발뒤꿈치에 상처나 색소침착이 없어야 한다.

◆대구미인

중국에는 쑤저우, 항저우가 미인으로 유명한 도시다. 그 배경에는 기후와 자연환경이 한 몫을 한다. 최근에는 상하이와 충칭 등 미의 중심지가 대도시로 이동하는 추세다.

한국에선 대구가 ‘미인의 도시’로 소문나 있다. 지난 50여년간 인구 대비 역대 미스코리아가 가장 많이 배출됐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대구·경북지역은 남방계와 북방계가 반반씩 섞여있다고 본다. 대개 북방계는 남방계에 비해 피부가 희고, 눈이 작으며 키가 크고 늘씬한 편이다. 또한 콧날이 좁고 길며 입술은 얇다. 대구는 이러한 북방계와 눈이 크고 쌍꺼풀이 있는 남방계 인자가 잘 조합됐다.

특히 대구는 경북의 중심지여서 미인이 탄생할 조건을 두루 갖췄다. ‘사과를 많이 먹어서 예쁘다’ ‘패션도시라서 미인이 많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대구미인이 미인의 전형으로 등장한 건 근대에 들어서다. 조선시대에는 큰 눈이 미인의 조건에 들어가지 않아 진주나 강릉 등지에서는 남방미인보다 평양이나 강계 등 한반도 북부지역의 미인을 더 알아줬다.

근대에 이르러 미국 등 서양문화의 영향으로 전통적인 요조숙녀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50년대 이후 젊은이를 중심으로 표정이 풍부하고 활달해 보이는 서구형 미인관이 우리의 뇌 속에 자리잡아가면서 점차 얼굴 외에도 몸매를 중시하는 풍조가 생겨났다.

북방계의 튼실한 다리보다 남방계의 길고 홀쭉한 다리가 미의 기준이 되고, 이목구비가 큰 대구미인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한편 1997~2010년도 대구·경북미스코리아 예선출전자 496명의 통계를 보면 평균 나이 20.8세, 평균신장 171.4㎝, 평균체중 51㎏, 평균 바스트 87.5인치, 평균웨스트 60.4인치, 평균 히프 90인치로 나타났다.

민복기 원장은 “대구·경북미스코리아 입상자는 역대 미스코리아대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다. 88년 준 미스유니버스로 당선됐던 장윤정은 한국의 미가 국제적으로도 입증된 쾌거였으며, 2002년 미스코리아 진 금나나는 외모뿐 아니라 뛰어난 지성으로 미스코리아대회의 격을 업그레이드했다”고 밝혔다.

민 원장은 “2007년 이후 매년 본선 당선자가 배출되기 시작한 뒤 2007년 미, 2008년 선, 미, 2009년 선, 2010년 선, 2011년 선·미· 2012년 미로 서울·경기·인천 출신이 대부분 본선 상을 독식하는 가운데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대구·경북 출신이 매년 본선에 당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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