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헤맨 수사력 현장 등한시했다

  • 최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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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28 07:16  |  수정 2014-07-28 07:16  |  발행일 2014-07-28 제1면
유병언 관련 부실 수사…최첨단 장비에만 의존
탐문·잠복 등 기본 소홀…검·경 불협화음도 문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의 부실수사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적 한탄이 터져나오고 있다.

세월호 사고에서 드러났던 일반 관료들의 탁상행정이 검·경 사법당국에도 만연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다운 판단력과 수사력을 보여줘야 할 검찰과 경찰이 정작 ‘거친 현장’에 맞서자 무력감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검·경 내부에서는 수사부서의 고령화, 관행적인 수사방식 고수, 최첨단 장비에 대한 의존증에 따른 현장수사력 약화를 주요 원인으로 내놓고 있다.

세 달 가까이 진행된 유병언 전 회장 검거작전은 헛발질의 연속이었다.

대표적으로 지난 5월25일 검찰은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에서 유병언을 봤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검거팀을 급파했다. 당시 유씨는 2층 통나무 벽 안에 있는 은신처로 급히 피신했으며, 현장에서 2시간 넘게 수색을 벌인 검찰은 유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이어 6월12일 경찰은 유씨가 은신했던 별장으로부터 2.5㎞ 떨어진 곳에서 유씨의 시신을 발견하고도 이를 노숙인의 죽음으로 단정하고 단순 변사처리했다. 시신이 유 회장이 은신했던 곳과 가까운 곳에서 발견됐고, 유류품이 구원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만 감안했더라도 수만 명의 인력이 우왕좌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검·경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검·경의 현장수사력이 심각하게 저하된 결과라는 나름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역의 한 베테랑 형사팀장은 “최근 경찰의 수사기법은 휴대폰 위치추적, CCTV 분석 등 첨단 방식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이에 유병언과 같이 유심칩을 수십 개씩 들고 다니고 본인 명의의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용의자가 있을 경우, 수사에 심각한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첨단장비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탐문과 잠복’ 등 기본적인 수사기법을 등한시하게 해 현장수사력 약화로 이어졌다는 것.

수사부서의 고령화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일선서의 한 형사계장은 “젊은 경찰들이 형사과에 오고 싶어 해도 기존의 형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쉽지 않다. 수사의 효율성을 발휘하려면 고참 형사의 경험과 젊은 형사의 체력 등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검찰의 경우에는 관행적인 수사방식을 고수한다는 비판도 있다. 전직 검사 김모 변호사는 “이번 검찰 수사를 보면 일상적이고 관행적인 대기업 등을 상대로 한 수사와 아주 유사해 보인다. 일단 주변부터 뒤지고 측근 인사, 실무자 순으로 압박해 들어가 최종적으로 총수나 핵심인물에 대한 신병 처리를 하는 방식”이라며 “종교집단의 비호를 받는 유병언을 수사할 때는 적합하지 않은 방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병언 일가 추적에서 불거진 검·경의 불협화음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성용 계명대 교수(경찰행정)는 “수사권 조정 앙금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 간의 정보 교류가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수색·검거는 경찰이 특화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에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경찰 수뇌부도 검찰에 적극적인 정보 제공 요구를 하지 않은 것 또한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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