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치매 걸린 아내 곁에 있고 싶다” 어느 노년의 아름다운 선택

  • 서홍명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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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30   |  발행일 2014-07-30 제8면   |  수정 2014-07-30 07:34
[시민기자 세상보기] “치매 걸린 아내 곁에 있고 싶다” 어느 노년의 아름다운 선택

얼마 전 단체모임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모임의 초대회장과 고문으로 활동해 오던 분이 “개인 사정으로 마지막 참석이 될 것”이라며 인사말을 건넸다. 회원들은 그가 17년간 몸담아 열심히 활동해왔던 단체인지라 그의 사퇴이유가 궁금해졌다. 여타 다른 사회단체 활동 모두를 중단하는 그의 행보가 몹시 아쉬웠다. 평소 그분과 잘 알고 지내던 터라 섭섭하고 의아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부인이 치매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60대 후반의 나이에 언어능력 저하와 몇 가지 기억기능 상실을 동반한 부인의 병세를 몹시 걱정했다. 누군가는 부인 옆에서 수발을 들어줘야 할 것 같아 그는 자신이 하겠노라 결정했다. 처음 자식들은 손쉬운 다른 방법을 권했지만 자신이 적격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모든 모임에 사표를 던졌다. 재산도 정리했다. 대구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새 삶터를 마련했다.

각종 편의시설뿐만 아니라 의료시설이 훌륭한 곳도 많은데 왜 그랬을까 의아스럽기도 했지만, 남이 감당하지 못할 무엇이 있다고 했다. 이제 이사를 얼마 앞두고 있다. 지금은 자식 모두가 어머니를 위한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 있다고 한다. 부인이 때론 즐거워하고, 때론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잘한 결정이라 생각한단다.

파울로 코엘료는 작품 ‘알레프’에서 “우리 부부는 두 개였다가 이제는 하나가 된 구름입니다. 우리는 햇살에 녹은 두 개의 얼음덩어리였다가 이제는 하나가 되어 흐르는 물이지요”라 말했다. 그는 아내의 거울이 되어줄 것이다. 아내의 손발톱을 깎아줄 것이다. 서로 늙어가는 모습을 비춰주는 반사경이 되어줄 것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하리라. 첫발을 내디디면 다음 걸음은 쉽게 뗄 수 있으리라. 세태의 각박함 속에 그의 결심은 신선했다. 누가 쉽게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결코 쉽진 않았을 것이다. 모쪼록 그의 결정에 존중과 경의를 표한다. 그 부부의 앞날이 평탄하지만은 않겠지만, 아름다운 황혼을 맞은 그들에게 큰 축복이 함께하기를 기도한다.

서홍명 시민기자 abck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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