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새마을운동 경북을 넘어 세계로! .4] 필리핀 잠발레스주 산펠리페시 발렌카깅 마을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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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21   |  발행일 2014-08-21 제10면   |  수정 2014-08-21
새마을정신서 부지런함·협력 배운 사람들…눈빛부터 달라졌다
시멘트 포장도로 벼 건조장소 역할까지 다용도
부업 돼지사육으로 소득 늘고 화장실 직접 수리
市 11개마을 중 최하위서 잘사는 마을 따라잡아
[경북도 새마을운동 경북을 넘어 세계로! .4] 필리핀 잠발레스주 산펠리페시 발렌카깅 마을
경북도 새마을봉사단이 마을 주민의 소득증대를 위해 지원한 돼지 사육장. 새마을로고가 선명히 그려져 있다.
[경북도 새마을운동 경북을 넘어 세계로! .4] 필리핀 잠발레스주 산펠리페시 발렌카깅 마을
산펠리페시 발렌카깅 마을 주민이 새마을봉사단의 자재 지원을 받아 만든 화장실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경북도 새마을운동 경북을 넘어 세계로! .4] 필리핀 잠발레스주 산펠리페시 발렌카깅 마을
밥을 먹고 있는 아이들. 이곳 주민들은 돼지와 병아리를 키워 판 돈으로 아이들 먹을거리를 사줄 수 있다며 즐거워했다.
[경북도 새마을운동 경북을 넘어 세계로! .4] 필리핀 잠발레스주 산펠리페시 발렌카깅 마을
물을 긷고 있는 소녀. 새마을봉사단의 음용수 증설공사가 모두 마무리되면 이곳 주민들은 더 깨끗한 물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필리핀 산펠리페시 발렌카깅 마을. 22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이 작은 마을에도 태풍의 여파는 비껴가지 않았다. 마을 곳곳에 나무가 쓰러져 있고, 전통방식으로 지은 가옥 몇 채는 통째로 무너져 있었다.

하지만, 마을사람들의 표정만은 밝았다. 봉사단원과 취재진에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낯선 외지인이지만,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이들은 반갑게 맞아줬다.

이곳 발렌카깅 마을에는 2012년도부터 경북도의 새마을리더 해외봉사단이 파견돼 각종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새마을봉사단을 만나기 전 롬보이 마을과 크게 다를 바 없던 발렌카깅 마을이 봉사단을 만난 후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을 길이 정비되고, 마을회관이 건립됐다. 또 천수답 농사 이외에 새로운 소득원도 생겼다. 마을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자 사람들의 눈빛과 마음가짐도 변하기 시작했다.

◆돼지 키워 부자 될래요

취재진이 방문한 지난달 중순에도 안국승 팀장(58)을 비롯한 5명의 새마을봉사단이 구슬땀을 흘리며 봉사활동에 매진하고 있었다.

봉사단원과 마을주민이 기자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이들을 따라간 곳은 새마을회관 앞 돼지 사육장. 네다섯 마리의 새끼돼지가 어미 젖을 빨고 있었다. 최근 태어난 이 새끼돼지는 봉사단원에게 남다른 의미였다.

“처음엔 돼지를 길러 때가 되면 팔 줄만 알던 주민들이 얼마 전 새끼를 받아 기르겠다고 했어요. 어미돼지를 그냥 팔아버리는 것보다 새끼를 낳아 기르면 수익이 더 늘어날 것이란 걸 알게 된거죠. 비록 새끼돼지 몇 마리지만, 이 돼지들은 그동안 주민에게 의욕과 경제관념이 생겨났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봉사단원 입장에선 이보다 뿌듯할 수가 없죠.”

돼지사육을 통한 마을소득증대 사업을 담당하는 조준형 단원(33)이 이렇게 설명했다.

새마을사업이 시작된 이후 이곳 주민은 부업으로 돼지를 키우고 있다. 초기 투자비용이 많아 돼지를 키울 엄두를 못 내던 주민에게 봉사단이 돼지를 지원하면서 이들도 부농의 꿈을 키우게 된 것이다.

4개 푸록(Purok·부락) 주민이 돌아가며 시간을 정해 먹이와 물을 주고, 청소를 하며, 회계처리를 한다. 돼지를 팔면 마리당 1천500페소(2만~3만원) 정도의 수익이 난다. 필리핀에선 워낙 돼지고기 수요가 많아 인근 시장에 내놓으면 금방 팔린다.

취재진이 찾은 날도 마을 부녀자 2~3명이 새마을 로고가 선명한 사육장에서 돼지에게 물을 주고 있었다. 사육장에서 만난 이블린씨(43)는 “돼지를 키우면서 수익이 늘어나 좋다. 그 돈으로 아이들 먹을거리도 사고, 필요한 곳에 유용하게 쓰고 있다. 시장에서 구입하는 돼지사료는 비싸기 때문에 먹이를 직접 만들어 주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주민이 돼지만 키우는 것은 아니다. 병아리와 지렁이도 기르고 있다. 병아리는 돼지와 마찬가지로 주민이 직접 키워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다.

지렁이의 경우 분변을 이용해 퇴비를 만든다. 봉사단원이 사육기술을 전수하고, 마을지도자가 공동으로 사육장을 관리하며 지렁이를 키우고 있다. 마을 한편의 지렁이 사육장에서 만들어진 분변토는 주민의 농사에도 도움이 되고, 판매를 통해 수익도 올릴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깨끗한 길과 화장실

새마을봉사단이 온 이후 발렌카깅 마을의 생활환경은 놀랍도록 변했다.

깨끗한 길과 화장실을 갖게 되면서 마을주민의 생활도 훨씬 편리해진 것. 생활환경이 쾌적해지자 주민들도 이런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청소를 하는 등의 부지런함을 보이게 됐다.

봉사단은 올 1월부터 3월까지 마을 길 포장공사를 했다. 건기엔 흙먼지가 날리고, 우기엔 물웅덩이로 걸어다니기가 힘들었던 길이 시멘트길로 포장됐다. 마을주민이 공사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레 자립심도 키우는 계기가 됐다. 덕분에 태풍이 휩쓸고 간 뒤에도 마을 주민은 포장길을 걸어 다닐 수 있었다.

마을길 포장사업을 맡은 손태균 단원(64)은 “이곳에서 포장도로는 단순한 이동망의 역할뿐만 아니라, 벼 건조 장소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중요한 용도로 쓰인다. 덕분에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2배 정도 도로포장 길이가 늘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마을주민의 집 옆으로는 새마을 로고가 붙어있는 알록달록한 작은 건물이 보였다. 바로 봉사단원이 자재를 지원해 만든 화장실이다. 직접 지어주지 않고 자재만 지원한 것은 마을주민에게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의식을 자리 잡게 하기 위함이었다.

발렌카깅 마을도 롬보이 마을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변변한 화장실도 없이 살아온 주민이 많았지만, 새마을봉사단 단원의 도움으로 최근 40여 가구가 새 화장실을 갖게 됐다.

자그마한 집 뒤에 산뜻한 새 화장실을 갖게 된 아르닐씨(52)는 “한 달 전 새마을봉사단으로부터 자재를 지원받아 직접 화장실을 만들었다. 깨끗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화장실이 생긴 후로 어린 딸이 무척 좋아한다. 이렇게 좋은 화장실을 가질 수 있어 새마을단원이 고맙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우기엔 공부를 못할 정도로 심하게 비가 새던 마을 초등학교도 새마을봉사단의 손길을 거쳐 새 단장을 했다. 학교 지붕개량 공사는 작년 12월 시작해 지난 1월 마무리됐다.

새마을회관에서 만난 발렌카깅 마을 이장 나폴리온 도밍고씨(48)는 “몇 해 만에 정말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새마을정신이 소개된 이후 주민이 부지런함과 협력, 자신을 챙기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예전에 우리 마을은 산펠리페시 11개 마을 중 최하위에 속할 정도로 못 살았지만, 이제 잘 사는 마을을 따라잡을 정도가 됐다. 새마을사업을 통해 주민의 생활이 안정됐고, 투자를 하면서 수익도 늘어나게 됐다”고 덧붙였다.

글·사진=필리핀 산펠리페시에서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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