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숙의 여행스케치] 일본 돗토리현 요나고(米子)

  • 류혜숙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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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10   |  발행일 2014-10-10 제38면   |  수정 2014-10-10
창 밖에 山이 있다…물 위에 山이 있다…난 카메라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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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다 쇼지 사진 미술관 전경. 우에다의 작품 ‘소녀사태’를 모티브로 건축가 다카마쓰 신이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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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2층 창 밖으로 보이는 다이센. 작가의 사진에 등장하는 모자를 창에 그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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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전시실 사이의 수공간에 비치는 다이센의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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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센지의 본당. 지장보살을 모시는 고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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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만든 맥주인 지비루를 판매하는 레스토랑 간바리우스. 앞에 다이센의 정상이 보인다.


산의 그늘, 산인(山陰). 일본의 돗토리현과 시마네현을 아울러 부르는 말이다. 돗토리현의 서쪽, 시마네현과 근접한 곳에 요나고시가 위치한다. 다이센(大山)은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옛날부터 신이 머무는 신성한 산으로 숭배되어 왔고 메이지시대 전까지는 민간인의 입산이 금지되었다. 산은 어린아이가 그린 산처럼 간결한 삼각형이다. 산은 사방으로 흘러내려 넓게 자락을 펼쳐놓고 있다. 그 끝자락을 지그시 밟으며 반짝이는 네 개의 콘크리트 덩어리가 서 있다.

◆우에다 쇼지 사진 미술관

우에다 쇼지는 돗토리현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가다. 그의 사진 중에 ‘소녀사태(少女四態)’란 작품이 있다. 원피스를 입은 세 명의 소녀가 각자 어딘가를 바라보며 서 있고, 교복을 입은 한 명의 소녀는 앉아 있다. 네 개의 콘크리트 덩어리는 이 네 명의 소녀를 모티브로 건축되었다. 건물은 사진처럼 정적이고, 소녀들처럼 가볍게 앉아 다이센과 정면으로 조응한다. 시마네현 출신의 건축가 다카마쓰 신이 설계한 이곳은 1만점이 넘는 우에다 쇼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사진 미술관이다.

우에다 쇼지는 1913년에 태어났고 88년을 살았다. 그러니까 그가 젊었던 시절은 대공황과 세계대전 이후의 혼란스러웠던 시기다. 리얼리즘 사진이 전 세계를 휩쓸었고, 전후 모더니즘의 불안한 사회를 담은 사진들이 주류를 이루었던 때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태어난 산인의 하늘과 지평선 그리고 사구와 같은 자연 속에 피사체를 오브제처럼 배치한 연출 사진을 찍었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초현실적인 사진이다. 세계 사진계에서는 그것을 우에다초(植田調·우에다 스타일의 사진 사조)라고 부른다.

네 개의 콘크리트 덩어리는 네 개의 전시실이다. “사구는 하나의 거대한 지평선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사구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그는 돗토리 사구를 배경으로 한 사진을 특히 많이 남겼다. 그는 70여년간 작품 활동을 했고, 태어난 이곳을 떠나지 않았으며, 고향의 자연을 담은 방대한 작품은 고향의 땅 위에 있다.

전시실 사이 창 밖으로 다이센이 보인다. 전시실 사이 수공간에 다이센이 비친다. 건축가의 의도적인 설계다. 창 밖으로 보이는 산인의 자연은, 우에다 쇼지 사진미술관이 촬영한 사진이다. 시간과 계절에 따라 매번 변화하는 사진이다. 창에 그려놓은 검은 모자를 오브제로 사람들이 연출 사진을 찍는다. 재미나게 한 번, 우에다초를 계승해 보는 것이다.

◆루프 버스 타고 다이센 일주

다이센은 국립공원이다. 오랫동안의 통제와 보호로 원시림이 보존되어 있다. 천연기념물인 침엽수 ‘가라보쿠’와 다양한 고산식물의 보고이기도 하고, 다양한 즐길거리와 명소도 품고 있다. 요나고역 앞에서 출발하는 ‘다이센 루프 버스’는 다이센의 면면을 가장 편리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버스는 우에다 쇼지 미술관을 비롯해 가족단위의 행락객이 많이 찾는 숲의 나라 모리노쿠니. 천년고찰 다이센지(大山寺), 마스미즈 고원, 우유마을 목장, 각종 농원과 승마센터, 그리고 산 속에 자리한 여러 호텔을 순환한다.

버스가 서는 특별한 명소 중 하나는 레스토랑 간바리우스다. 지역에서 직접 만든 맥주를 판매하는 곳으로 레스토랑 옆에는 양조장인 구메자쿠라 주조도 나란히 자리한다. 이곳의 맥주는 지하 150m에서 끌어올린 다이센의 자연 연수(軟水)와 돗토리 현산의 야마다니시키(山田錦) 쌀로 만든 것이다. 세계 맥주대회에서 여러 번 최고상을 수상한 돗토리의 자랑이다.

또 다른 명소는 다이센지. 718년에 풀 지붕 얹은 암자로 시작된 고찰이다. 헤이안 시대에는 서일본 지역 천태종의 거점이었고, 메이지시대에는 폐불훼석 정책으로 급격히 쇠퇴했다. 지금 산문으로 가는 긴 길에는 사하촌의 가게가 즐비하고, 산문을 들어서면 숲의 향기가 온몸에 스민다. 길가에 늘어선 작은 석불은 표정이 흐릿하고, 본당의 나뭇결에는 고색이 어려 있다. 주차장에서 본당까지 꽤 길고 가파른 길이지만, 가겟집 사이 온천 족욕탕이 피로를 풀게 해준다. 너른 주차장에 서면 멀리 요나고시와 바다가 시원하게 보인다. 요나고의 다이센 루프 버스 일주에서 가장 좋은 것은 원시림을 통과하는 느린 드라이브와 저기 먼 바다를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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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토리시에서 요나고시까지는 기차로 1시간 정도 거리다. 인천에서 요나고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도 있다. 일주일에 3번. 동해항에서 페리를 타고 사카이미나토항으로 가도 된다. ‘다이센 루프 버스’는 요나고 역 앞에서 출발, 다이센 일대의 16군데 명소를 순환한다. 11월9일까지는 토·일, 공휴일, 단풍시즌인 10월25일부터 11월9일까지는 매일 운행한다. 하루권은 1천엔, 2일권은 1천300엔. 요나고 역 앞 버스터미널에서 구입할 수 있고, 한국어로 된 가이드북도 준다. 우에다 쇼지 사진미술관 입장료는 900엔, 다이센지 입장료는 300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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