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鼠(쥐 서): 날카로운 이빨과 통통한 몸, 긴 꼬리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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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20   |  발행일 2014-10-20 제30면   |  수정 2014-10-20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鼠(쥐 서): 날카로운 이빨과 통통한 몸, 긴 꼬리 모양

천하에 많은 동물이 자리를 잡고 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동물로 ‘쥐’를 들 수 있다. 왜냐하면 첫째, 이빨이 계속해 길어지기 때문에 언제나 자라는 이빨을 소모시켜야 해 뭔가를 빡빡 긁어 대지 않으면 안된다.

쥐를 본뜨자면, 우선 머리 부분은 자라나는 이빨을 눈여겨보게 된다. 또 쥐는 먹이를 잘 주워 먹고 소화도 잘 시키기 때문에 통통한 몸집이 그 둘째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꼬리는 몸집에 비하여 엄청나게 길다. 이 세 가지를 다 본떠서 쥐라는 뜻을 나타냈기 때문에 ‘鼠’(쥐 서)라 하였다. 계속해 길어지는 강한 이빨을 첫째로 쓰고, 언제나 뭐든지 먹을 만한 것들이 있다면 제 가슴에 안는다는 뜻이 있다. 끝으로 쥐구멍 속으로 달아나면 언뜻 보아 뱀이 들어간 것인지 아니면 쥐가 들어간 것인지를 구별하기 어렵다. 유난히 볼록 튀어난 눈도 별난 특징을 가졌고, 이 별난 눈으로 눈치를 살피다가 달아나는 것도 ‘서서히’ 달아나기 때문에 ‘鼠’를 ‘서’라고 말하고 있다.

멀뚱멀뚱 눈치를 살피다가 제 구멍으로 달아날 때 재빠르게 달아나는 그 모습은 참으로 얄미울 정도이다. 한편 반짝반짝 빛나는 쥐 눈을 보면 누구나 사람을 조롱하는 듯한 느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뾰족하게 생긴 볼따구니, 긴 수염이 난 모습을 보면 누구나 얌체 같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겠기에 사람을 평가한다 할지라도 마치 쥐같이 생긴 사람을 가리켜 ‘쥐새끼 같은 사람’이라 했다. 단순히 자신의 이익만을 챙길 줄 아는 사람을 뜻한다.

길건 짧건 간에 두 볼에 난 쥐수염은 뽑아서 붓을 만들 때에 두서너 개를 붓털의 가운데에 넣고 만들기도 한다. 이 붓을 이른바 ‘서수필(鼠鬚筆)’이라 하여 잔글씨를 쓸 때에 유용하게 쓴다. 왜냐하면 오래도록 사용할지라도 빳빳하여 잘 닳지 않기 때문이다.

쥐꼬리가 길다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세상 모든 것은 각각 생김에 따라 쓸모가 주어져 있는 법이라, 길고도 가느다란 쥐꼬리는 그대로 벗겨내어 송곳꽂이로 쓰면 적당하다고 하였다.

쥐는 동물 중에서 비교적 크기가 작은 동물이다. 그래서 아주 하찮은 물건을 가리켜 말하기롤 ‘鼠肝蟲臂’(쥐의 간이나 벌레들의 팔)이라 한다. 그래서 아무리 욕심 많은 쥐라 할지라도 제 용량의 한계가 있다는 뜻에서 ‘鼠飮河, 不過滿腹(땅속에 살던 두더지가 목이 말라 하천의 물을 다 마실 듯하나 정작 마시고는 제 뱃속을 채우면 그만)’이라 하였다. 쥐들이 사방을 돌아다니다가 정작 쉬러 들어가는 장소는 구멍이다. 그래서 쥐구멍이라는 말이 있지만 실은 속담에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고 하였다. 오전 내내 음지였던 쥐구멍이 오후가 되면 쨍하고 볕 들 날이 있다는 말이다.

또 ‘사서(社鼠)’라는 말이 있다. 사당의 돌틈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쥐구멍에 사는 쥐를 말한다. 사당 밑에 자리 잡고 있는 쥐를 잡자면 쥐구멍을 향해 불을 놓든가 아니면 돌을 다 들어내야 하는데, 쥐 한 마리 때문에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처지를 일컬은 말이다. 즉, 신주를 모신 사당 밑 돌틈에 구멍을 내고 들락거리는 쥐는 어쩔 수 없이 쥐보다 큰 사당 때문에 잡을 방도가 없음을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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