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외유성 논란 포항시의회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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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23   |  발행일 2014-10-23 제26면   |  수정 2014-10-23
[취재수첩] 외유성 논란 포항시의회

“몇 년 전부터 포항시의원들의 국외여행심사를 해왔는데, 지금까지 받아본 계획서 중 최고입니다.” “격년제로 400만원으로 가는 국외여행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밖에 나가서 술 한잔 하다 언론에 알려질 수 있으니 이미지 관리에 신경 써 주세요.”

이는 지난 15일 열린 포항시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 회의 때 나온 심사위원의 발언이다. 심사는 어떤 사안에 대해 자세히 조사해 등급을 매기거나 당락을 결정하는 행위다. 하지만 이날 심사위원의 발언은 ‘심사’보다는 ‘격려’에 가까웠다.

회의록을 살펴본 결과, 이날 심사위는 경비와 방문 기관의 적정성, 여행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혀 심사하지 않았다. 시의회가 오는 27일부터 11월5일까지 8박10일 일정으로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3국을 둘러보는 해외연수 일정의 호텔·항공편을 심사 전에 예약, 일정을 확정해 놓았는 데도 이를 문제 삼은 심사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여행 인원이 2인 이상일 경우, 개인별 임무를 부여하도록 한 규정을 어긴 여행계획서에 대해서도 심사위원들은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한 시민단체 대표는 “심사위원을 ‘친의회 성향’의 인사로 선임해 딴죽을 거는 일이 없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심사가 요식행위에 그치면서 해마다 외유 논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실제 포항시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 구성을 살펴보면 위원 9명 중 3명은 시의원이 추천을, 나머지 6명의 민간위원도 대부분 포항시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단체이거나 친의회 성향으로 분류되는 교수로 채워져 있다. 구성만 놓고 보면 공무국외여행심사위가 관광일정으로 채워진 해외연수에 제동을 걸지 못한 것은 예견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포항시의회는 매번 기초의원들의 외유성 연수 지적에 대해 귀를 닫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해외연수를 갈 때마다 지적된 사안들이지만, 전혀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은 여론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기초의원의 견문을 넓히기 위한 해외연수 취지는 타당하다. 세금으로 연수를 가는 만큼 제대로 보고와서, 이를 정책에 반영하라는 게 시민들의 요구다. 이를 위해선 해외 연수 사전심사제도 강화, 심사위원의 합리적인 구성 등 대안은 이미 나와 있다. 제시된 대안을 다듬고, 이를 제대로 준수한다면 시민들도 해외연수에 대해 찬성하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일 것이다.

이제 공은 포항시의회로 넘어갔다. 기초의원들의 외유성 관광 논란을 잠재우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포항시의회 하기에 달렸다.

포항 김상현 2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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