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의 생각:長考] 변화와 혁신은 작은 것에서부터

  • 김장호 구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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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9 07:19  |  수정 2024-04-29 07:21  |  발행일 2024-04-29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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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호 구미시장

구미시장 취임 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구미는 갈 곳, 놀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돈 벌어서 타 지역에 가서 쓰는,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곳이 구미라는 것이다.

왜 그럴까? 구미는 바다가 있는 곳도 아니요, 설악산이나 한라산 같은 대한민국 대표 산이 있는 곳도 아니다. 그렇다고 서울과 대구처럼 대규모 쇼핑센터와 놀이시설도 없다. 재주는 구미가 부리고 돈은 외부로 유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돼 온 것이다.

이런 불리한 지역 특성과 여건 속에서 취임 후 '문화예술이 흐르는 낭만도시' '힐링하고 재미있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나서니 처음에는 모두 의아해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달랐다. 구미가 가지고 있는 어찌 보면 작은 것들, 방치되고 버려진 것들을 새롭게 보고, 구미만의 새로운 색깔을 입히는 것이 낭만도시를 조성하는 첫걸음이라 판단했다.

구미에는 지산샛강이라는 저수지 같기도 하고 낙동강 지천이기도 한 도심 속 수변공원이 있다. 그동안은 고아, 지산들판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고니가 다녀가는 철새 도래지 정도로 알려졌을 뿐, 사실상 지산샛강은 방치되어 왔다. 겨울철에 잠시 머무르는 고니를 보기 위해 조류 학자와 사진작가들이 오는 것 말고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조류독감으로 출입이 통제되기 일쑤였고, 야간에는 불빛도 없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그런 지산샛강에 작지만 의미 있는 구미만의 색깔을 입히기 시작했다. 우선 야간에 우범지역 같았던 이곳에 경관 조명을 설치하고, 맨발걷기로 인기를 끌고 있는 황톳길, 마사토길을 조성해 주민들의 힐링 공간을 만들었다. 또, 겨울 한 철만 볼 수 있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고니 조형물을 세워 포토존도 마련했다.

지산샛강생태공원의 화룡점정은 고니벅스다. 샛강주변은 휴게시설 허가가 불가능해 산책 후 물 한 잔 사 먹을 공간이 없다는 불평이 끊이지 않았다. 화장실이 있고, 전기와 수돗물이 공급되는 이상 자판기 설치는 가능하지 않을까? 시민들의 작은 불편함을 놓치지 않고 시도한 물 한 잔의 공간이 무인 카페로까지 발전했다. 내친김에 카페 이름도 그에 걸맞게 고니벅스로 명명했다. 흔하지 않은 카페 이름과 탈바꿈한 지산샛강은 시민들 사이에 회자되며 단숨에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단순한 산책로가 아닌 즐길 거리, 볼거리, 쉴 거리가 있는 여가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제 샛강의 뷰를 조망하며 무인카페에서 한 잔의 커피를 마시는 것이 구미시민들의 트렌드가 되다시피 할 정도로 인기다. 용도 변경이 불가능한 곳에 무인카페가 들어서는 것,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행에 옮기는 일이 곧 혁신과 변화의 시작이다.

무미건조했던 구미의 색깔이 바뀌고 있다. 신라면 제조공장이 있는 점에 착안해 구미라면 축제를 시작했고, 치킨 브랜드가 태동한 구미에 아이디어를 얻어 교촌거리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산업도시 구미로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온 점에 착안, 사람과 음식이 몰려오는 구미푸드페스티벌도 열었다. 구미의 특성을 살린 새로운 시도들이 호응을 얻고 있다. 구미시의 도시 색깔 입히기에 민간에서도 호응하여 금오산 금오랜드에는 전국 유일의 티니핑 대관람차가 들어서 재미를 더하고 있다.

구미는 작은 것부터의 변화, 생각의 혁신을 통해 곳곳에 재미가 넘치는 꿀잼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작지만 새로운 변곡점을 그리며 매력적인 구미를 알리고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계속해서 희망을 심어주고자 한다. 볼 것 많고, 놀 것 많고, 할 것 많은 도시. 변화와 혁신 중인 구미다.

김장호 구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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