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금융실명제법 29일 시행…금융가 분위기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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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27   |  발행일 2014-11-27 제3면   |  수정 2014-11-27
“증여세 면제 범위 넘는 아들·아내 명의 계좌 어떡해야 하나” 문의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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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9일 개정 금융실명제법 시행을 앞두고 지역 금융권에는 가족 명의로 된 계좌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객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한 은행 창구의 모습. 연합뉴스

증여세 회피 목적땐
형사처벌까지 받아

차명거래 기준 모호
은행도 답변 진땀
금융위원회서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부자들 뭉칫돈
비과세 보험·미술품 등
세금 피할 수 있는
상품으로
옮겨가는 추세도 완연


아들 명의로 2억원을 정기예금해둔 주부 A씨는 26일 대구의 한 은행을 찾았다.

A씨는 은행 직원에게 “성인 자녀 명의로는 5천만원까지가 증여세 면제 한도라 1억5천만원은 불법 차명거래로 잡히는 게 아니냐”면서 “세금 회피의 목적이라기보다는 사실 추후 사용처도 결정하지 않고 아들 이름 통장을 만들어 돈을 모아둔 건데 내 계좌로 돌려야 할 것 같다”고 고민을 드러냈다.

세무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 B씨는 아내 명의로 8억원을 넣어둔 계좌가 있는데, 개정 금융실명제를 앞두고 증여세가 면제되는 6억원을 뺀 2억원을 인출해 자신 명의의 계좌로 옮겼다.

차명거래를 차단하겠다는 개정 금융실명제법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역 금융가에서는 차명거래 관련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또한 차명거래의 ‘실명 원상복구’로 인해 2천만원 이상의 금융소득이 합산 과세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와 같은 고액 자산가들은 비과세 보험, 브라질 채권, 금, 현금화 등에 대한 투자로 옮겨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실명거래의 책임을 거래 고객에게 부과하고 불법차명거래 적발 시 형사 처벌을 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 금융실명제가 오는 29일부터 시행된다.

불법재산 은닉, 자금세탁, 조세포탈, 강제추심 회피 등을 목적으로 한 차명 금융거래는 모두 불법이다. 불법차명거래가 적발되면 명의를 빌린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거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그동안은 증여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차명계좌를 뒀다가 적발되더라도 가산세를 내는 데 그쳤는데, 앞으로는 형사처벌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가족에 한해 증여세 면제 범위(10년 합산 기준 배우자 6억원, 성인 자녀 5천만원)에서 명의 대여가 가능하다. 동창회·계·부녀회 등 친목모임을 관리하는 총무의 계좌나 문중, 종교단체의 자산을 관리하는 대표자의 계좌도 ‘선의의 차명계좌’로 인정받아 처벌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차명 거래 계좌에 대한 문의가 지난주부터 금융권에 빗발치고 있고, 금융 현장에서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 모호로 적잖은 혼란도 일어나고 있다.

지역의 은행 지점마다 가족 명의의 예금을 당장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가 가장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증여세 면제 범위를 넘는 아들이나 아내 명의 계좌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차명거래 기준이 모호해 고객뿐 아니라 은행 직원들이 혼란도 겪고 있다. 증여세 면제 범위 내에서는 명의 대여가 가능한데, 세금회피를 목적으로 한 차명 거래는 법에 저촉된다고 명시돼 있다. 가족 명의로 증여세 감면 범위 내에서 비과세나 세금우대상품에 가입한 경우는 불법인지, 합법인지 고객들에게 명확히 알려주기 모호해 원론적 얘기만 반복하며 고객 응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위원회에서 보다 명확한 실명제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고객 안내에 혼선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실명제 강화를 앞두고 부자들의 뭉칫돈이 비과세 보험, 금, 미술품 등 세금을 피할 수 있는 자산이나 금융상품으로 옮겨가는 추세도 완연하다. 입법 취지와 달리 지하경제로의 도피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삼성, 한화, 교보생명 등 3대 생명보험사의 비과세 저축성보험 초회 보험료와 일시납 연금액은 8월 2천651억원에서 9월 2천823억원, 10월 3천526억원 등으로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 거래소에서 ㎏당 5천만원 수준에 판매되고 있는 골드바 또한 지난 1월 68㎏에서 지난달 132㎏까지 뛰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보험사에서는 금융실명제 강화를 앞두고 비과세 저축성상품에 대한 영업을 강력히 하고 있는 상황이고, 고액 자산가들의 해외 비과세채권 등의 상품 가입의 확연히 늘고 있다”면서 “개인 금고 판매량이 크게 늘어났고 5만원권 품귀 현상이 두드러진 것을 고려하면 아예 현금으로 자산을 보유하려는 고액 자산가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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