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절망하는 당신에게

  • 김기오
  • |
  • 입력 2014-11-28   |  발행일 2014-11-28 제23면   |  수정 2014-11-28
[자유성] 절망하는 당신에게

마이클 에인(미국·52)은 키 131㎝의 왜소증 환자다. 열여섯 살 이후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그의 팔과 다리는 기형적으로 짧다. 친구들의 놀림에도 좌절하지 않았다. 의사가 되고 싶었다.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의대에 지원했지만 키가 작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했다. 1년 후 30곳이 넘는 의대에 지원하고 나서야 한 곳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았다. 에인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왜소증 전문 의사로,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소아정형외과에서 일하고 있다. 대학시절 야구팀에서 2루수로 활약했고 남학생들이 모인 사교 클럽 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지금 한국을 방문 중이며 ‘희망의 증거’가 되고 있다.

매트 베촐드(미국·31)는 다리 한쪽이 없는 종합격투기 선수다. 여섯 살 때 낯선 사람이 준 독극물 사탕을 먹고 왼쪽 다리가 썩어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 우연히 브라질 유술 주짓수 대회를 관전하다 자신의 길임을 알았다. 지역 주짓수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한 후 종합격투기에 도전했다. 주체육위원회는 신체를 문제삼아 선수 자격을 쉽게 주지 않았다. 끈질긴 설득과 호소 끝에 꿈을 이뤘다. 최근 4연승을 달리고 있는 베촐드는 미국의 종합격투기 단체 레가시FC와 계약을 맺었다.

기적의 주인공은 우리의 귀와 눈에도 익숙한 일본인 오토다케 히로타다(38)와 호주 사람 닉 부이치치(31)를 빼놓을 수 없다. 오토다케는 선천성사지절단이라는 병으로 세 살 때부터 전동휠체어에 의지해 살았다. 하지만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녔다. 대학시절 쓴 ‘오체불만족’으로 오토다케 신드롬을 일으켰으며, 초등학교 교사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장편소설 ‘괜찮아 3반’을 냈다. 부이치치도 팔·다리가 없는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중·고등학교 때는 학생회장을 했다. 그는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서핑을 즐기며, 드럼을 연주하고, 골프를 친다. 2012년 결혼했고 지난해 건강한 아들을 얻어 아버지가 됐다. 장애인을 위한 재단 ‘사지 없는 삶’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에게 ‘장애는 불편하다. 그러나 불행하지는 않다.’ 당신이라고 해서 당신의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넘지 못할 불행이어야 할 법이 어디 있겠는가?

김기오 편집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