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4조원 어디에 숨겼길래 … 국내 겨우 1천200억원 파악

  • 최수경,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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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19 07:17  |  수정 2014-12-19 09:29  |  발행일 2014-12-19 제2면
檢, 은닉자금 횡령 채권단 관계자 등 12명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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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원 대구지검 1차장 검사가 18일 오후 대구지검에서 조희팔 은닉재산 관련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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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원대 다단계 사기범인 조희팔의 은닉재산 행방과 관련, 4개월간 수사해온 검찰이 18일 수사결과 브리핑을 통해 조씨가 국내에 은닉한 재산규모가 모두 1천200억원이라고 18일 발표했다. 검찰은 이날 조씨의 범죄수익금 760억원을 고철무역사업명목으로 투자받아 은닉하고 이 중 96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고철무역업자 현모씨(52), 범죄수익금 70억원을 회수한 뒤 조씨의 도피자금으로 제공한 전 유사수신업체 총괄기획실장 김모씨(40), 그리고 채권단이 확보한 재산을 횡령하고 배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국조희팔피해자채권단 공동대표 등 모두 10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고철업자 현씨의 동생 2명도 횡령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최종원 대구지검 1차장검사는 “수사 결과 조씨의 국내 은닉재산규모는 총 1천200억원이고, 이 중 200억원은 계좌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방대한 피해규모 탓에 검찰 수사는 아직 확실하게 마무리짓지는 못한 형국이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사기사건이자, 3만6천여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조희팔 사건’의 전모를 검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되짚어봤다.

조희팔보다 더한 채권단

채권단·조씨 측근 한통속
760억 차명계좌 빼돌리고
부동산·외제차 등 구입
조씨 도피자금으로도 보내

“조씨 죽었다는 증거 없다”
피해자 40명 7년째 추격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은 어떤 인물?

1957년 영천의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조씨는 초등학교 졸업후 ‘꼭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혈혈단신 대구로 왔다. 막노동판을 전전하던 조씨는 냉동식품 창고에서 일했고, 도박판에서의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때 지역 최대 폭력조직인 동성로파 행동대원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그는 형이 일하던 국내 최초의 다단계 업체로 들어가면서 사기 비법을 전수했다. 조씨는 2004년 대구 동구 신천동에서 <주>BMC라는 간판을 걸고 다단계사업을 시작했다. 안마기, 골반교정기 등 의료기기를 찜질방 등에 빌려주는 업체를 차려놓고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한 계좌에 투자하면 8개월간 매일 2만6천~4만2천원씩 166차례에 걸쳐 581만원을 준다는 솔깃한 제안을 내걸었다. 부산, 인천 , 경남 등에도 유사수신업체를 차렸다. 2005년 3월부터 2008년 10월말까지 전국에 22개 유사수신업체가 생겼다. 하지만 후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사업 구조는 결국 한계에 다다랐고, 여기저기서 투자자들의 고소가 잇따랐다. 경찰이 포위망을 좁혀오자 조씨는 2008년 12월9일 충남 태안 마검포항에서 어선을 타고 중국으로 밀항했다. 중국에서 여러 곳을 전전하면서도 골프는 자주 즐겼다고 한다.

◆비리백화점식 범죄수익 은닉 행태

검찰 조사결과를 통해 드러난 조씨의 범죄수익 규모와 빼돌리는 방식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은 아랑곳없이 온갖 비리가 백화점식으로 난무했고, 도덕적 해이도 극에 달했다. 범죄고철사업자 현씨와 조씨의 최측근 김씨, 그리고 전국 조희팔피해자채권단 대표 핵심관계자들이 그 중심에 있었다. 현씨는 러시아 등 해외에서 고철을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는 사업을 하는 것처럼 속여 조씨에게 범죄수익금 760억원을 받은 뒤 여러 차명계좌에 분산해 입출금을 수차례 반복했다. 조씨의 재산을 은닉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씨는 투자받은 760억원을 관리하며 부동산(20여곳) 및 외제차, 골프장 회원권 구매에 썼다. 김씨는 고철투자사업으로 포장된 범죄수익금 중 70억원을 회수, 조씨의 도피자금으로 제공한 혐의다. 피해자들이 믿고 의지했던 채권단 대표들은 ‘무늬’만 피해자채권단이지 실제는 조씨 측근들로, 사리사욕 채우기에 급급했다. 채권단 공동대표 2명은 조씨가 은닉한 창녕의 한 호텔을 양도받아 매각한 뒤 매매대금 36억원을 채권단에 귀속하지 않고 빼돌려 측근과 친인척에게 분배했다. 한 지방은행에 피해자 보전용으로 공탁된 28억원을 빼돌린 채권단 대표도 있었다. 또 다른 채권단 대표는 부산의 한 백화점을 136억원에 매각한 뒤 이 중 12억원을 횡령했다. 검찰은 조씨의 숨겨진 재산을 끝까지 찾겠다고 공언했지만 피해자들은 도주한 조씨의 행방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조씨는 중국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조씨의 생존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최종원 대구지검 1차장 검사는 “대검 차원에서 중국 공안당국에 요청해 조씨 사망 여부 확인을 공식 요청했지만 아직 회신이 없다”며 “기소된 채권자 대표들 또한 조씨의 생사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피해자 모임인 ‘바른경제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는 40명으로 추격조를 구성해 7년째 조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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