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똘아빠의 식도락] 서민의 겨울식탁 책임지는 양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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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16   |  발행일 2015-01-16 제41면   |  수정 2015-01-16
[짱똘아빠의 식도락] 서민의 겨울식탁 책임지는 양미리

계절의 흐름은 조석으로 불어오는 바람의 온도에서도 알 수 있지만 제철음식을 통해서 식탁에서도 알 수가 있다.

해산물을 즐기는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바로 겨울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회를 즐기지 않는지라 잘은 모르지만 대부분의 생선이 겨울에 기름이 차올라서 그 맛이 한층 진하다고 한다. 회맛이 가장 떨어지는 여름과 비교하면 그 맛이 천양지차라 하니, 그걸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내 입맛이 한스러울 따름이다. 회에다가 제철 맞은 싱싱한 굴까지 더해지니 즐기는 이들이라면 겨울철이야말로 살맛 나는 계절이 아닐까 싶다.

회나 굴은 아니지만 찬바람이 불어오면 생각나는 음식이 내게도 한 가지 있다.

이런 계절에는 뜨끈한 국물이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겨울 하면 양미리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난다. 겨울이 제철인 양미리는 저렴한 몸값 덕분에 예전부터 서민들의 밥상과 술상을 든든하게 지켜주던 우군이었다. 어린 시절 우리 집 식탁에도 간장이나 고추장을 넣고 조린 양미리조림이 겨울이면 늘 등장하곤 했다. 그땐 생선을 싫어해서 명태나 대구 이외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전역 후 휴학생 시절에 친구 녀석과 우연하게 찾아간 포장마차에서 양미리를 맛본 이후로 그 맛에 매료되어 버렸다. 지금은 없어져버린 송현주공아파트 뒤편에 있던 허름한 실내포차에서 연탄난로에 구워주던 그 양미리. ‘생선은 비리다’는 유아틱한 내 고정관념을 한번에 깨버린 환상적인 맛이었다.

바삭하게 구워낸 양미리는 막걸리와 함께 먹으면 그 맛이 더욱 배가된다.

깊어가는 겨울밤, 양미리 한 접시 앞에 두면 술꾼의 마음은 풍족하기만 하다. 반월당 학사주점 골목에 있는 ‘행복식당’은 푸근함이 느껴지는 전형적인 대폿집이다. 늘 ‘퇴근 후 한잔’을 즐기려는 이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동태전, 호박전, 장조림 등이 이 집에서 인기 있는 안줏감이지만, 이 계절에는 대부분의 주탁에 올라가는 안줏감이 바로 양미리이다.

노릇하게 잘 구워진 양미리는 손으로 들고 머리부터 꾹꾹 씹어서 먹는 게 제맛이다. 양념장도 차려지지만 소금에 슬쩍 찍어서 먹으면 양미리 특유의 맛을 더 잘 느낄 수가 있다.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 주욱 들이켜고 양미리 한 마리 덥석 베어 물면 오늘의 피로는 씻은 듯 사라지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맛난 양미리가 있어서 차가운 겨울이 그리 싫지만은 않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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