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줌인] “두류네거리, 주말엔 월드컵 같은 불야성”

  • 최미애,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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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24 07:33  |  수정 2015-01-24 10:04  |  발행일 2015-01-24 제6면
‘젊음의 거리’ 떠오른 7호광장
2005년 지하철 개통후 상권 발달
두류3동 일대 식당·술집 110여곳
계명대생·성서지역 주민 등 흡수
치킨·막창 등 다양한 맛집 즐비
달서구청, 음식특화거리 구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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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두류네거리 일대가 한때의 침체를 딛고 부도심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금·토요일이면 성서지역 등지에서 몰려나온 젊은이로 인해 상권도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22일 밤 9시 대구시 달서구 두류동 두류네거리 인근 한 골목길, 줄지어 늘어선 음식점은 손님으로 북적였다.

일명 ‘젊음의 거리’로 불리는 이곳의 손님은 20~30대 젊은 층이 주를 이뤘다. 지나가는 행인의 모습도 젊어 보였다. 떠들썩한 거리 분위기는 흡사 동성로를 방불케 했다. 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최영석씨(23·대구시 달서구 상인동)는 “이 골목에는 20~30대 위주의 술집과 식당이 많아, 친구와 종종 모임을 갖는다”며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뒤,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게 기본 코스”라고 설명했다.

대구의 두류네거리(7호광장)가 부도심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유동인구가 급속하게 감소한 이곳에 젊은 층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활력을 되찾고 있는 것.

7호광장은 1960년대에 대구시가 도시구획정리를 하면서 생긴 이름이다. 도로를 신설하면서 명칭을 확정하지 못한 교차로에 각각의 번호를 매겨 광장이란 이름이 붙게 됐다. 반월당네거리는 1호광장, 만평네거리는 8호광장이라 하는 식이었다. 이후 두류네거리는 차츰 발전하면서 사람이 몰리는 부도심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쇠락의 길을 걸었다. 경제가 급속히 위축되자 양복점·수선집·전파상 등 일반 상점이 주를 이뤘던 이곳에 별다른 인구유입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유동인구가 몰리게 된 데에는 도시철도 개통의 영향이 컸다. 2005년 도시철도 2호선이 개통되면서 성서산업단지 근로자와 성서지역 주민이 비교적 상권이 발달된 7호광장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성서지역에 자리 잡은 계명대 등의 학생들이 동성로보다 가까운 두류네거리로 진출한 것도 한몫했다.

특히 2012년에는‘젊음의 거리’ 건너편 서구 내당동에 롯데시네마가 들어서면서 젊은 층의 유입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7호광장의 영향력이 다사지역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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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발맞춰 두류네거리 상권도 달라졌다. 젊은 층을 겨냥한 음식점이 골목 구석구석에 들어섰다. 기존 음식점도 젊은이의 입맛에 맞는 메뉴로 바꿔, 시대흐름에 편승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몰비어’(작은 공간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생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즐길 수 있는 맥줏집)의 호황이다. 이외에 싼 가격에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치킨집과 막창집도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두류3동 일대에만 116개의 음식점과 술집이 영업 중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의 호황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월드컵 당시에는 두류공원 내 코오롱야외음악당에 응원객이 대거 몰리면서, 7호광장 일대 식당과 술집은 뒤풀이를 하려는 인파로 넘쳐났다.

당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연령층이 다소 젊어졌다는 것이다.

이 일대가 불야성을 이루면서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이 지역 주민들은 인파가 붐비는 금·토요일마다 골목 곳곳에 취객이 소변을 보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또 담배꽁초와 일회용 컵, 광고 전단 등 아무렇게 방치되고 있는 쓰레기도 문제다.

주민 이모씨(53)는 “주말과 휴일이 되면 시끄러운 데다 젊은 사람이 아무곳에나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 특히 골목을 가득 메운 불법주정차로 인해 차를 주차할 곳도 없거니와, 걸어다니기도 불편하다”고 하소연했다.

영세상인도 불만을 토로했다. 손님 대다수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젊은 층이라 수익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

10년째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황모씨(61)는 “젊은 사람들이 할인 이벤트를 하는 식당 등 저렴한 곳을 주로 찾는다. 박리다매로 손님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상관없겠지만, 영세업체는 테이블당 회전율도 떨어져 수익은 예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두류네거리는 대구의 새로운 명물 거리로 조성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달서구청은 장기동 먹거리촌, 계명대 로데오 거리와 함께 이곳을 음식특화 거리로 개발할 구상을 갖고 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주변 환경만 개선된다면 두류네거리는 달서구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를 수 있다. 구청에서도 이곳을 명물 거리로 조성해 특화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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