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울진 덕신해변 봄 감성돔 원투낚시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5-05-01   |  발행일 2015-05-01 제39면   |  수정 2015-05-01
감성돔은 초저녁?…140m 캐스팅 후 채비 슬슬 끌어오자 대낮에 4짜 손맛
20150501

지난 3월30일 오후. 나는 울진에서 다이와 원투낚시 필드스태프 이현성·김용태씨를 만났다. 매년 봄, 벚꽃처럼 피었다 가는 동해안 봄 감성돔 조황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매년 이맘때 동해안 봄 감성돔낚시는 항상 호황세였고 올해 역시 그 정도 수준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날 나는 생각지도 못한 매우 흥미로운 장면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이씨는 오후 3~6시 혼자 40㎝가 훌쩍 넘는 씨알의 감성돔을 3마리나 낚았다. 4짜가 낚였다는 사실보다 그 과정이 더 의미가 있어 보였다. 바로 초원투 끌낚시. ‘서프 트롤링(Surf trolling)’이라는 낚시법이었다.

◆ 사흘 동안 20마리

20150501
낚시를 준비하는 다이와 원투 필드스태프 이현성(왼쪽)·김용태씨.
20150501
감성돔 구이.

이씨, 김씨와 초원투 클럽 회원들로 구성된 취재팀은 지난 3월25일부터 덕신해변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내가 덕신해변을 찾은 날은 이미 조행 6일째에 접어들고 있었다. 지난 5일 동안 이씨와 김씨 외에도 여러 초원투클럽 회원이 다녀갔다. 모두 먼저 철수하고 이날은 송기철씨가 두 사람과 함께 하고 있었다. 나는 우선 그동안의 조황을 이씨에게 물어봤다.


감성돔은 파도 있는 날
모랫바닥 뒤집어져
먹이가 드러나야 잘 낚여


“파도가 높았던 첫 3일 동안에는 잘 낚였어요. 한 20마리 넘게 낚았을 겁니다. 초원투클럽 회원들이 8명 정도 여기 왔다갔는데, 각자 한 마리씩은 손맛을 보고 갔죠. 회 떠서 먹고, 구워서 먹고…. 실컷 먹었는데, 그러고도 남아서 손질해서 지인들에게 보내기도 했죠. 그런데 그다음부터는 파도가 너무 없어서 하루에 한두 마리 낚일까 말까였어요.”

나는 감성돔 사진을 찍기 위해 혹시 남은 조과가 있는지 물어봤다. 그러자 김씨가 큰 쟁반 하나를 꺼내 보인다. 9마리의 감성돔이 있었다. 하지만 전부 염장된 상태. 나도 모르게 맥이 풀렸다. 이제 조과를 확인하려면 감성돔이 현장에서 더 낚여야 한다. 아무리 동해안 봄 감성돔 시즌이 왔다지만 감성돔이란 물고기가 꼬박꼬박 낚여 주는 어종도 아니고, 지난 이틀 동안 상황이 안 좋았다는 말에 내심 조바심이 났다. 그러나 이씨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원래 파고 2m 정도면 원투낚시하기 좋습니다. 오늘 파도는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어제보다는 해 볼만 합니다. 어제는 정말 파도가 없었거든요.”

조수간만의 차가 거의 없는 동해안에서는 파도가 감성돔의 먹이활동에 큰 영향을 끼친다. 파도와 반탄류가 조류 역할을 하고, 파도에 모래 바닥이 뒤집어져서 감성돔의 주요 먹이인 조개와 갑각류가 노출되며 물색이 흐려져서 감성돔의 경계심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날 기상청에서 예보한 동해중부 앞바다의 파고는 0.5~1m. 이 정도면 찌낚시를 하기에 딱 알맞은 수준. 그러나 원투낚시꾼들은 내심 파도가 더 높아지길 원하고 있었다.

◆ 첫 캐스팅에 4짜, 그리고

4대 정도는 여느 원투낚시 채비처럼 캐스팅 후 거치대에 걸어 두었다. 그리고 이씨가 캐스팅 할 차례. 목표는 140m 앞에 있는 수중여였다. 캐스팅 후 그는 낚싯대를 거치하지 않았다. 끌낚시를 시작한 것이다.

“수중여를 넘겨 캐스팅한 후 채비를 슬슬 끌어서 오는 거죠. 루어낚시 하듯이 스테이(멈추는 동작)와 액션을 구사합니다. 낮에는 이 방법이 잘 먹힙니다.”

5분이 지난 후 “왔어~!”라는 소리와 함께 이씨가 릴링을 시작한다. 뻣뻣한 초원투 전용 낚싯대의 초릿대가 파르르 떨리며 반응한다. 첫 캐스팅에 4짜 감성돔이 낚였다. 봄 감성돔 입질은 아주 약하지만, 합사와 예민한 초릿대 덕에 확실하게 어신이 전해졌다.

그리고 20여분 후 또 한 마리, 오후 5시경에 다시 한 마리가 낚였다. 씨알은 갈수록 조금씩 커졌다. 두 마리째 감성돔은 몸체가 두꺼웠고, 세 마리째는 42㎝짜리였다. 나는 상상도 못한 광경에 입을 떡 벌렸다. 보통 동해안 감성돔 낚시는 초저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대낮에 4짜가 줄 입질을 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오늘도 그렇고 지난 닷새 동안 낮에 낚인 감성돔은 다 원투 끌낚시로 낚은 겁니다. 어젠 정말 파도가 없어서 힘들었는데, 송기철씨가 끌낚시로 한 마리 걸어냈지요.”

동해안 감성돔은 저녁에 입질한다는 건 꾼들 사이에서 널리 퍼진 상식이다. 그런데 이런 상식 밖의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첫째는 초원투 낚시의 엄청난 캐스팅 거리에 있다. 초원투 낚시의 캐스팅 거리는 최소 100m 이상이다. 조류가 거의 없는 동해안에서 이 정도 거리는 찌낚시로는 공략이 불가능한 거리다. 그리고 아무리 예민한 감성돔이라도 이 정도 먼 거리에서는 인기척을 느낄 수 없다. 둘째는 감성돔이 의외로 움직이는 먹이, 즉 시각적인 자극에 쉽게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사실 원투 끌낚시 자체는 새로운 기법이 아니다. 영미권에서 서프 트롤링이라 부르는 이 장르의 낚시는 일본에서 주로 보리멸을 낚을 때 구사하는 기법이다. 그런데 이런 기법으로 감성돔을 효과적으로 낚을 수 있다는 사실은 한국에서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이씨는 이 사실을 보리멸 낚시를 하다 발견했다고 한다.

“처음 보리멸 낚시 중에 감성돔이 낚였을 때는 그냥 우연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뒤로 줄줄이 3마리가 낚이는 겁니다. 그때 아, 이거 감성돔에게도 통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기법을 감성돔 대상으로 구사한 건 한 3년 정도 됩니다. 그런데 끌낚시로 감성돔을 낚는 건 아직은 초원투 동호인들에게도 낯설죠.”

끌낚시가 감성돔 입질을 받는 데는 굉장히 효과적인 조법이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5.3m짜리 원투낚싯대를 들고 백사장을 오가며 낚시를 해야 하므로 굉장히 많은 체력이 필요하다. 이씨는 2마리째 감성돔을 낚은 후 잠시 휴식을 해야 했고, 한참 후에야 3마리째를 걸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오후 7시경 날이 어두워지자 대를 접었다. 밤에는 구멍봉돌 채비를 사용해 여느 원투낚시처럼 낚싯대를 거치한 후 입질을 기다렸다. 낮에 끌낚시를 구사할 때처럼 다이내믹하지는 않았지만 간간이 입질이 들어왔고, 6마리가 더 낚였다.

월간낚시21 기자·블로그 penandpower.blog.me
취재협조| 네이버 카페 ‘초원투’ cafe.naver.com/surfcaster?


원투 끌낚시 효과적으로 구사하려면…

20150501
연안에서 140m 거리에 있는 수중여를 향해 원투하는 이현성씨. 이현성씨가 세 번째 낚은 42㎝짜리 감성돔을 보여주고 있다. 뻣뻣한 초원투 낚싯대의 초릿대가 확 휘어 버렸다.

비거리 200m 정도 캐스팅 능력
숙련된 테크닉·강한 체력 필수

원투 끌낚시는 해외 원투낚시 전문꾼들이 실조 대회에서 구사하는 기법이다. 캐스팅 후 채비 끌기. 말로는 쉬울 것 같은데 실제로는 숙련된 테크닉이 필요한 난도 높은 낚시다. 일단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가 비거리 확보다. 바람이 없는 상태에서 30호 이상의 무거운 봉돌을, 적어도 200m 이상 캐스팅할 수 있어야 한다.

감성돔 원투 끌낚시는 주로 연안에서 100~150m 거리에 있는 수중여를 공략한다. 원투낚시에 조과가 좋을 때는 보통 바람이 거세고 파도가 높을 때다. 이럴 때 손해 보는 비거리를 감안하면 연습 때 200m 정도 비거리를 구사할 수 있어야 실전에서 마음먹은 대로 수중여를 공략할 수 있다.

라인 트러블을 방지하는 노하우도 필요하다. 원거리에서 예민한 어신을 감지하기 위해서는 합사를 써야 한다. 그런데 합사는 캐스팅 때 조금만 삐끗해도 심각한 라인 트러블을 일으켜 200m에 달하는 원줄을 모두 포기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초원투낚시는 캐스팅 때 체중을 실어서 전력으로 채비를 던지므로 한 번 라인이 꼬이면 걷잡을 수 없다. 정확한 캐스팅 자세가 몸에 익을 때까지 연습하고 라인을 감을 때도 일정한 장력으로 감기게 해야 한다. 채비 회수 시 너무 릴링을 빠르게 하면 채비가 수면에 통통 튀면서 라인의 장력이 일정하지 않게 되어 다음 캐스팅 때 라인 트러블이 생긴다.

이씨는 이런 노하우를 익히기까지 1~2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다. 매일같이 꾸준한 캐스팅 연습을 할 경우에 그렇다. 게다가 한낮 모래밭에서 5.3m짜리 원투낚싯대를 들고 걸어 다녀야 하기 때문에 체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