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속으로] 자갈마당 조폭 ‘빗나간 사랑’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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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25 07:44  |  수정 2015-05-25 07:44  |  발행일 2015-05-25 제6면
성매매여성 상대로 독점 영업
여친 의류매장 경쟁자 등장에 후배 조직원시켜 협박 쫓아내…항소심서 유죄로 인정 벌금형

이른바 ‘집창촌’이라고 불리는 대구 자갈마당에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 김모씨(36)에겐 여자친구가 있다. 여자친구는 2012년 3월 김씨 도움으로 자갈마당 인근에서 의류매장을 열고, 성매매여성을 상대로 의류나 액세서리를 팔았다.

하지만 그해 6월부터 김씨의 심기는 극도로 불편했다. 여자친구에게 강력한 영업 경쟁자가 생겨서다. 부산 완월동 등 전국의 굵직한 집창촌을 돌며 장사를 해온 이모씨가 자갈마당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상권 충돌이 불가피했다. 이씨를 ‘눈엣가시’로 여기던 김씨는 여자친구에게 사업 독점권을 확보해주기 위해 후배 조직원 3명을 시켜, 그를 내쫓도록 지시했다.

후배 조직원들은 이씨에게 수차례 찾아가 겁을 줬고, 결국 이씨는 짐을 쌀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일로 김씨는 업무방해교사 혐의로 기소됐다. 1심재판 심리는 김씨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증인으로 나선 김씨의 후배 조직원이 법정에서 말바꾸기까지 하며 김씨를 적극 옹호한 탓이다. 경찰의 피의자 신문조사 때에는 김씨가 자신에게 업무방해를 지시했다고 진술했지만 법정에선 이를 번복한 것. 결국 1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검사측이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1심판결에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구지법 제3형사부(김형한 부장판사)는 김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김씨의 여자친구가 자갈마당에서 피해자와 같은 업종의 매장을 운영했으므로 충분한 범행동기가 있고, 이씨의 업무를 방해할 것을 지시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와의 관계로 볼때 후배 조직원은 김씨가 있는 자리(법정)에서 사실대로 말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 점을 감안하면, 1심법정에서 다른 진술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조사 때 확보된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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