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살리는 경북의 새마을운동 .2] 46년 前 청도 신도마을서 시작된 작은 움직임시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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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27   |  발행일 2015-08-27 제6면   |  수정 2015-08-27
박정희, ‘우리마을 내손으로 복구’ 똘똘 뭉친 수재민 모습 보고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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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펼쳐진 한 농촌마을에서 주민들이 교량을 만들고 있다. <경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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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의 새마을운동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학교 건설이 펼쳐진 필리핀에서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현지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경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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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은 새마을운동의 발상지다. 경북도는 1973년 ‘새마을과’(현재 새마을봉사과)를 조직한 후 40여년간 일관되게 부서를 유지하고 있을 만큼 ‘새마을’의 가치를 국내 어느 지자체보다 높이 여기고 있다. 발상지로서의 명예를 다짐과 동시에 21세기형 새마을운동을 전 세계에 뿌리 내리기 위한 것이다.

온마을 자발적 협동작업에 감동
박정희, 함께 잘살기 운동 구상
“근면·자조·협동으로 가난 극복”
1971년 마을단위로 본격 추진
최빈국서 경제대국 발돋움 후엔
“지구촌 모두 잘살아보세” 기치
2000년대 전세계에 노하우 전수

◆여보게! 기차를 잠시 멈추시게!

1969년 8월4일, 한여름에 불어닥친 물난리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경남 수해지역에 시찰차 기차에 몸을 실었다.

하늘의 뜻이었을까. 차창 밖으로 펼쳐진 들녘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져있을 때 박 대통령의 눈에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역사적 광경이 펼쳐졌다.

“기차를 멈추게!”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지시에 수행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기차가 멈춘 곳은 청도군 청도읍의 신도마을. 대통령 시찰길을 멈춰세운 것은 이 마을 주민들이었다. 당시 주민들은 수마가 휩쓸고 간 마을 제방과 안길을 보수하고 있었다. 어린아이부터 허리 굽은 노파까지 모두 나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박 대통령이 주민대표를 불러 자초지종을 물었다. 주민대표는 “기왕 마을을 복구할 거면 좀더 잘 가꾸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 보자고 마을총회에서 결의했다. 주민들이 똘똘 뭉쳐 자발적으로 협동작업을 펴고 있다”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박 대통령은 다시 오른 기차 안에서 ‘국민들의 자조와 협동정신을 일깨우겠다’며 속으로 다짐했다.

이듬해인 1970년 4월22일 한해대책방지장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처음으로 ‘새마을운동’을 제창하게 된다.



◆Since1970 새마을운동

박 대통령의 지시로 이듬해인 1971년부터는 정부 주도하에 전국 마을단위의 새마을운동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농가소득증대를 위해 복합영농과 축산, 특용작물재배 등 농업생산의 다양화를 시도하고, 마을대청소와 저축하기 운동, 거리질서 캠페인 등이 주로 시도됐다. ‘잘 살아보세’라는 새마을운동의 구호에 맞춰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전 국민이 동참했다.

초창기에는 하나의 마을을 사업단위로 추진했다. 하지만 1974년부터는 2~3개 마을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협동권 사업을 시작했다. 보다 효율적이고 규모화되기 시작한 셈이다. 나아가 1982년부터는 5~10개 마을이 공동 추진하는 광역권 사업으로 확대됐다.

주민들의 자발성을 높이기 위해 총 사업비의 49%를 주민이 부담했지만 불협화음은 크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마음속 깊숙이 숨겨온 협동심과 공동체 의식을 되찾았다.

사업화를 통해 나름대로 선진국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한 1990년대의 새마을운동은 ‘건강한 사회건설’에 주안점을뒀다. 기존의 농어촌 가꾸기 운동과 함께 국민의식 개혁 운동, 쓰레기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 안 남기기 등이 중점적으로 추진된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21세기 새마을운동의 역사적 출범을 알리는 한편 세계화가 본격 추진됐다. 그간 우리가 갈고닦아온 새마을운동 정신을 전세계 개발도상국과 물부족국가에 전파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40여년간 국내에서 펼쳐진 새마을 운동을 되돌아보면 근면, 자주, 협동을 기반으로 가난극복을 이뤄냈다는 점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다.

1인당 국민소득이 65달러였던 최빈국이 무역규모만 1조달러를 넘는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특히 2009년에는 OECD 산하 DAC(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 가입을 통해 대한민국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됐다.

김승하 경북도 새마을세계화팀장은 “청도의 작은마을에서 시작된 작은 움직임이 이제는 한국형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의 초석이 됐다. 과거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가 이제는 ‘지구촌이 모두 잘살아 보세’가 된 것”이라며 “우리 새마을운동을 통해 각국에서 새로운 새마을운동이 발상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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