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수능 영어 ‘절대평가’로 전환…공부 부담 줄어드나 되레 늘어나나

  • 백경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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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05 07:50  |  수정 2015-10-05 07:55  |  발행일 2015-10-05 제15면
1등급 비율 상위 4%→23% 확대…“現 3등급도 1등급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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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제도가 또 한번 바뀌었다. 지난 1일 교육부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영어의 평가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꾼다고 발표(영남일보 10월2일자 1면 보도)했다. 현재 고교 1학년생이 적용을 받게 된다. 점수체계는 9등급제 고정 분할 방식이다. 현행 ‘상대평가 9등급제’에 비해 수험생 간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고, 더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 사교육이나 점수 경쟁을 줄이는 데에 어느 정도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대표적으로 수능 난이도 조절에 실패할 경우 안정적이고 일관된 등급을 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영어를 제외한 국어나 수학, 탐구는 상대평가가 적용되기 때문에 영어 이외 과목의 등급이 대학 입시에 큰 변별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수학을 중심으로 사교육 시장이 부풀 가능성마저 높아졌다. 유웨이중앙교육의 도움을 받아 수능 영어 절대평가에 따른 영향을 따져보았다.

영어지문 논술·영어 심층면접 등
대학들 자체 변별력 강화 나설 듯

“영어 미리 끝내고 高선 수학 집중”
中 사교육시장 더 커질 가능성도


영어 등급 어떻게 달라지나
2017학년도 수능까지 영어영역은 상대평가 9등급제가 유지된다. 즉 상위 4%까지 1등급, 11%까지 2등급, 23%까지 3등급 등이다. 시험 문제의 난이도나 개인의 성취도와 관계없이 응시생 중 개인의 상대석차를 나타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절대평가 9등급제가 도입되면 상대석차방식에 의한 등급에서 성취도기준의 등급으로 전환되므로 기존과 등급이 많이 달라진다. 단적으로 기존 3등급자의 일부도 1등급을 받게 된다.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영역의 채점결과를 9등급제 절대평가로 변환해보면, 기존 1, 2등급자의 비율이 상위 11%에서 32.2%까지 상승하게 된다. 즉 3명 중 한 명은 1등급 또는 2등급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전체 수험생의 절반 가까이가 3등급 이내를 받게 되어 영어영역의 변별력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1등급 컷이 원점수 100점이었던 올해 9월 모의평가 영어영역의 채점결과를 9등급제 절대평가로 변환해보면, 기존 1등급자의 비율이 상위 4%에서 23.3%까지 상승하게 된다. 즉, 3등급까지 1등급을 받게 된다. 그리고 40%가 넘는 수험생이 1·2등급을 받게 된다.

고정 분할점수 체계 장단점
사전에 분할 점수를 미리 정한 후 그에 맞추어 출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00점 만점에 90, 80, 70, 60점을 분할 점수로 미리 정하고 이에 따라 등급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현재 중·고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성취평가제 등에 적용 중이며, 2017학년도 수능 한국사에 도입될 예정이다. 분할 점수가 미리 정해져 있으므로 수험생이 본인의 성취수준을 예측하기가 비교적 쉽고 학부모도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분할점수 산출에 시간과 비용이 따로 들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미리 정한 점수에 맞추어 출제가 이루어져야 하므로 출제진의 부담이 매우 커진다. 수능 영어영역의 전체적 난이도가 여러 해를 걸쳐서 일관되게 유지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고정된 분할점수가 실제로는 해마다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가뜩이나 수능 난이도와 관련한 문제가 매년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적절한’ 난이도로 출제가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들 입시에 어떻게 반영할까
우선 절대평가 등급에 대학이 자체 점수를 부여하여 다른 영역과 함께 총점에 합산하는 방식이 점쳐진다. 둘째는 총점 합산 점수에는 넣지 않고 절대평가 등급을 근거로 일정 점수를 감점하는 방식(현행 서울대 제2외국어 반영방식)이며, 셋째로 최저 등급기준으로만 활용하는 방식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이 중 정시의 경우, 첫째 방식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이 방식은 절대평가의 취지를 반영하면서도 절대평가 도입에 따른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시켜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절대평가로 변화될 경우에도 수시에는 어느 정도 최저요건으로 활용이 가능하지만 정시에서는 최상위권 대학의 경우 일부 동점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래서 대학들은 대학별 고사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수시에서도 상위등급자가 많아질 것이므로 일부 대학은 최저학력 기준을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학별고사 놓고 신경전
수능 시험에서 영어가 9등급제 절대평가로 시행됨에 따라 영어에 대한 변별력이 낮아지면서 수능 영어를 대체할 평가도구를 찾으려는 대학들의 요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별도의 영어 시험을 볼 수도 있다. 또 논술고사에 영어 지문을 출제하거나, 영어 심층면접을 확대하고, 영어 특기자 전형을 부활하며 내신 영어에 가중치를 주는 등 수능 영어를 대체하려고 할 것이다. 이는 또 다른 사교육의 증가를 가져올 것이 당연하여 이를 막으려는 교육 당국과 실시하려는 대학의 갈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앞으로 영어 관련 대학별고사의 확대가 주된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교육시장 영향은…
영어 이외의 과목에서 사교육 시장이 커지는 ‘풍선 효과’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어에서 변별력이 줄어들고 점수 분포가 촘촘하게 나타나면, 국어나 수학에서 나타나는 등급이나 점수의 편차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고등부 수학 사교육 시장은 현재보다 더욱 커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영어 사교육 수요도 일부 내신 대비 사교육을 제외한 고등부 영어 사교육 시장은 위축이 되겠지만, 영어는 중학교에서 끝내고,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수학에 집중하려는 학부모의 생각으로 인하여 중학교 영어 사교육 시장은 오히려 지금보다 커질 가능성도 있다.

또 영어를 포기했거나 중간 정도의 수험생도 영어교육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당초 교육당국이 내세운 영어 절대평가의 사교육 경감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런가 하면, 영어가 대입 전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화되면서 교육과정의 편성이 자유로운 일부 고교에서는 영어 교육과정을 현재보다 현저하게 축소하고 수학이나 국어 시간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의 수능 변화 방향은…
이미 2017학년도 수능부터 한국사 과목이 추가되는 것으로 예고됐다. 절대평가 방식이다. 여기에 2018학년도 영어 절대평가가 추가된 셈이다. 이를 미뤄볼 때, 교육당국은 수능 제도의 중장기적인 개선안과 관련해 전 과목 절대평가 및 자격고사화를 추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영어절대평가의 긍정적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영어 이외의 과목에도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능의 변별력 논란과 대학별고사의 부활을 두고,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는 것은 물론 수능의 영향력을 다른 전형 자료들이 대체할 수 있는, 대입제도의 재구성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마도 대입제도의 재구성은 그간 교육부가 밝혀온 기조대로 학교생활기록부의 중요도가 점점 상승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백경열기자 bk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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