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호순의 정신세계] 인격 형성에 필요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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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06 07:53  |  수정 2015-10-06 07:53  |  발행일 2015-10-06 제18면
[곽호순의 정신세계] 인격 형성에 필요한 것들
<곽호순병원 원장>

한 사람의 인격이 형성되는 데에는 많은 요소가 필요하다. 우선 전해져온 유전자가 영향을 미칠 것이며 타고난 기질 또한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성장하는 동안의 교육과 경험, 학습 및 주변 환경이 다.

그중 어린 시절 겪었던 작은 경험 하나가 훗날 자신의 인격의 방향을 정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경우도 많다. 즉 겪었던 작은 경험 하나를 어떻게 해석하고 판단하고 인지하는가에 따라 훗날 이어지는 일들을 그 틀 속에다 가두어두고 되풀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인지주의 학파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고까지 역설할 정도다.

다음 이야기는 평생을 범죄자로 살아왔던 한 사람이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 겪었던 작은 사건을 회상하는 내용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나는 산골 아이였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이 나를 키우고 그 자연 속에서 살아가던 어느 산골 아이가 바로 나였습니다. 착하고 순박한 부모님의 사랑 속에서 맘 편히 지내며 어려움을 모르던 그런 산골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산골마을에서 초등학교까지는 1시간 걸리는 산길이었지만 아이는 동무와 책보를 등에 메고 즐겁게 뛰어다녔습니다. 광산의 갱목을 운반하는 트럭이 간간이 지나가는 좁은 산길로 다람쥐를 벗 삼아 열심히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겨울 서두르다 그만 다리를 삐게 되었습니다. 친구와는 뒤처져 터벅터벅 걷던 그 아이 앞에 갑자기 트럭 한 대가 섰습니다. ‘어디 가니? 태워 줄까?’ 아이는 난생 처음 트럭을 타게 되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그 멀던 학교 가는 길이 주름 잡히듯 순식간에 짧아지고, 아이는 하루 내내 그 감동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아이는 매일 등굣길에 트럭을 기다리는 버릇이 생긴 겁니다. 간간이 지나가는 트럭을 보면 손을 들고 태워주기를 기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마음씨 좋은 운전사 아저씨는 더 이상 없었습니다. 점점 아침 등굣길이 늦어지기 일쑤였고 지각으로 늘 꾸중 듣던 아이는 그후 지나가는 트럭을 보면 돌을 던지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맘씨 나쁜 운전사에게 잡혀 늘씬하게 얻어맞은 적도 많았습니다. 더 이상 늦은 등굣길에 학교까지 태워다 줄 트럭 운전사는 없었으며 아이에게는 더 이상 이 세상이 아름답고 좋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성격이 거칠어지고 남에게 기대고 남을 이용할 줄 알고 싸움질도 하게 되고 급기야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 다니고 교도소를 들락거리고…. 그 아이는 이제 쉰 중반에 들어선 늙은 전과자의 모습으로 변해있습니다. 그게 내 모습입니다. 지금도 ‘차라리 그때 그 트럭 운전수가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면…’하고 부질없는 생각도 해봅니다. 아직도 그 트럭 운전사가 원망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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