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캠페인 ‘책읽는 도시 행복한 시민’ 詩 읽어주는 여자 영생불멸(윌리엄 워즈워스)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5-11-28   |  발행일 2015-11-28 제1면   |  수정 2015-11-28
2015 캠페인 ‘책읽는 도시 행복한 시민’ 詩 읽어주는 여자 영생불멸(윌리엄 워즈워스)


한때 그토록 찬란했던 광채가

이제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한들 어떠랴

초원의 빛 꽃의 영광 어린 시간을

다시는 불러올 수 없다한들 어떠랴

우리는 슬퍼하지 않으리, 오히려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라

지금까지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을

본원적인 공감에서

인간의 고통으로부터 솟아나

마음을 달래주는 생각에서

그리고 지혜로운 정신을 가져다주는 세월에서



어린 시절 친구들 집에 놀러가면 워즈워스의 ‘초원의 빛’이나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같은 시가 대청마루 위 액자에 걸려있곤 했다.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어린아이였지만 매번 그 시들을 새겨 읽었다. ‘여기 적힌 먹빛이 희미해질수록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 희미해진다면 이 먹빛이 마름하는 날 나는 그대를 잊을 수 있겠습니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원문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이 번역시를 마음속에 오래도록 간직해 왔다.

어릴 적 시를 읽으며 어렴풋이 상상했던 ‘한때 그토록 찬란했던 광채’나 ‘초원의 빛 꽃의 영광 어린 시간’은 누구에게든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고 이 세계의 축제에 초대받은 자들의 가장 화려한 한 시절이었다. 그것을 영화 ‘초원의 빛’이나 ‘흐르는 강물처럼’ 등에서도 몇 차례 보았다. 하지만 나이 들어 워즈워스를 읽으며 새로 깨닫는다. 순간은 영원하고 영원은 순간에 닿아있으며, 한 부분은 전체이고 전체는 부분이며, 삶의 이 무한함은 가장 작기도 하고 크기도 하여 우주 저 끝 신의 세계에 닿아있다는 것을. 날카롭게 꽂히던 ‘그토록 찬란하던 광채’는 지금도 여전히 저 너머의 자유롭고 모르는 미지의 관념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그 무한에 이끌려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서영처<시인>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