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백운산(해발 885m, 경남 밀양시 산내면)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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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3-04   |  발행일 2016-03-04 제38면   |  수정 2016-03-04
산 전체가 거대한 화강암…쳐다만 보아도 ‘숨이 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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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로프구간을 거쳐 정상으로 향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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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암벽 훈련장인 백운슬랩. 정상으로 오르면서 왼쪽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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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용의 비늘처럼 흘러내리는 구룡소폭포의 물줄기.

정월 안전기원 산신제 겸한 산행
들어서자마자 로프 걸린 3m 바위
정상의 왼쪽 바위는 70도 경사져
더 오르니 바위에 뿌리 박은 老松

영남알프스답게 ‘까리한’ 구간들
‘동곡 316’ 삼각점 지나자 곧 정상
龍 비늘 결 닮은 60m 구룡소폭포
하산길 비스듬히 누운 모습 장관

밀양으로 향하는 동안 한차례 비가 쏟아지더니 목적지에 도착하자 그쳤다.

포근하던 날씨가 한줄기 비의 영향으로 다시 겨울로 되돌아가는 듯 공기마저도 알싸하다. 다행인 것은 산에 걸린 구름이 벗겨지고 하늘이 개고 있다는 점이다.

백운산은 산 아래 마을에서 보면 하얀 구름이 걸린 듯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구름이 걷히자 산 전체가 거대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바위로 산을 쳐다만 보아도 숨이 턱 막힌다.

눈이 쌓인 계절도 아니고, 꽃이 핀 계절도 아닌 이맘때 대부분 산악단체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정월이면 저마다 안전산행을 기원하는 산신제를 올리는데 산세 좋은 이곳도 예외는 아니다. 여기저기서 제상을 차리고 갖가지 음식을 올리고 산신제를 지낸다. 이번에 동행한 일행 역시 산신제를 겸한 산행을 잡은, 대구에 연고를 둔 백두산악회다.

들머리는 옛 24번 국도를 따라 얼음골 케이블카 승강장을 지나 호박소주차장에서 시작해도 되지만 우리는 삼양교 왼쪽 주차장에다 차를 세우고 되돌아 나와 호박소주차장에서 올라온 길과 만나는 지점에 낙석 방지용 안전 펜스 사이에 리본이 주렁주렁 걸려있는 곳으로 들어선다.

산으로 들어서자마자 가느다란 로프가 걸린 3m 남짓한 바위를 올라야 하는데 시작부터 바짝 긴장하게 만든다. 된비알의 너덜지대를 20분 오르니 ‘백운산 1.05㎞, 삼양마을 0.40㎞’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여기서부터는 바위 능선길인데 가파르거나 위험한 구간은 로프를 매어두어 크게 어려움은 없다. 정상으로 오르면서 왼쪽의 거대한 바위는 경사가 50~70도 정도로 울산, 부산, 경남지역 산꾼들이 기초암벽등반 훈련을 하는 ‘백운슬랩’으로 불리는 곳이다.

경사진 바위를 슬랩이라 부르는데 대구, 경북 산꾼들이 즐겨 찾는 팔공산 슬랩이 약 50도 경사인 데 비하면 상당히 어려운 축에 속한다. 산꾼들은 어렵다는 표현으로 ‘까리하다’는 말을 쓴다. 15분을 더 오르니 잠시 숨 고르며 쉬어갈 만한 장소 왼쪽으로 바위 위에 뿌리를 박고 자라는 아름드리 노송이 멋들어지게 서있다.

고도를 높이면서 오른쪽으로 가지산과 주변 산세가 시야에 들어온다. 로프를 잡고 오른쪽으로 길게 돌아 올라서서 철계단을 올라서면 건너편 얼음골 케이블카 종점인 천황산 하늘정원 일대가 보이고, 진행방향으로는 운문산, 구만산 자락이 도열해 있다.

일대의 산군은 영남알프스로 불리는데 그 중심에 서있는 듯 사방이 알프스로 에워싸여 있다. 능선을 따라 7분 정도 가면 로프가 매인 바위를 3m 정도 내려가야 하는데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까리까리’한 구간이다. 로프를 잡고 뒤돌아서서 한발 한발 내려서는데 비가 오거나 얼어있을 경우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리막 구간을 내려서서 돌아나가면 ‘백운산 0.65㎞, 삼양마을 0.8㎞’로 적은 이정표가 서있다. 이후는 흙길이거나 나무 사이로 난 길이라 어려움은 없다. 정상을 앞두고 작은 봉우리에 ‘동곡 316’이라 적힌 삼각점을 지나 3분이면 정상에 닿는다.

북쪽으로 육중한 운문산이, 동으로는 밀양 산내면 너른 들판이 뚜렷하고, 남으로는 재약산, 능동산 자락이 실그림을 그린다. 해발 885m로 적은 정상석과 이정표가 나란히 서있다. 정상 일대에 여러 명이 둘러앉을 수 있으나 바람이 거세 잠시 머물기도 힘이 들어 진행 방향으로 내려선다. 로프와 계단을 지나 50m쯤 나가면 왼쪽으로 구조위치표시를 한 기둥이 있고 리본이 주렁주렁 걸렸다. 오른쪽으로도 희미하게 길이 나있는데 내려서보니 절벽 위 나무에 로프가 걸려있다. 구룡소폭포 아래 주차장으로 바로 내려가는 지름길인 것 같은데 위험해 보인다.

일행들은 구조위치표지 기둥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바위를 왼쪽으로 크게 돌아나가면 안부를 만나고, 오른쪽으로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25분쯤 진행하면 ‘가지산 4.1㎞, 제일농원 1.55㎞’ 갈림길 이정표를 만난다. 왼쪽 방향은 가지산 방향이고, 오른쪽 내리막길이 구룡소폭포 방향이다. 작은 계곡을 따라 내려서는데 경사가 가파르고 바닥에 너덜돌이 어지럽게 널려있어 발 디딤이 조심스럽다. 오른쪽 바위벽에는 아직 얼음이 얼어있지만 오후가 되면서 기온이 올라서인지 추적추적 녹아내린다. 20분 정도 가파른 길을 내려서니 계곡 아래에서 폭포 소리가 들린다. 왼쪽 계곡 아래에 물줄기가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폭포 앞에 선다. 높이 60여m의 구룡소폭포다. 비스듬히 누운 폭포 상류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마치 용의 비늘을 연상케 할 정도로 켜켜이 결을 이루어낸다. 폭포 아래에서 징검다리를 건너 반듯하게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르면 왼쪽으로 폭포 상류로 올라가는 계단이 놓여있다. 계속 직진하는 길을 따라 15분가량 진행하니 계단길이다. 데크가 깔린 계단을 내려선다. 계단을 다 내려오면 화장실 건물이 있고, 계곡을 건너면 넓은 주차장이다. 주차장을 지나 7분이면 제일농원을 지나 삼양교에 닿는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 apeloil@hanmail.net

☞ 산행길잡이

삼양교 -(10분)- 갓길 안전 펜스 -(50분)- 철계단 -(40분)- 정상 -(25분)- 가지산 갈림길 -(30분)- 구룡소폭포 -(20분)- 주차장 -(7분)- 삼양교

전국 곳곳에 백운산으로 불리는 산이 무려 20여 곳이 있다. 그 많은 백운산 중에 주변 산군과 잘 어우러지는 밀양의 백운산은 영남알프스라는 큰 덩치에 가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산에 속한다.

백운산만 산행한다면 하루가 넉넉하고, 가지산까지 연결해도 하루 산행이 가능할 만큼 코스 또한 다양하다. 들머리에서 가파른 오르막길만 빼면 능선 전체에 수석 전시장 같은 풍광에 눈이 호강하는 하루 산행으로 충분하다.

소개한 코스는 약 4.5㎞이고, 약 4시간이 소요된다.

☞ 교통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IC에서 내려 24번 국도를 따라 가다가 얼음골 교차로에서 내려 좌회전으로 약 350m 간다. 이후 남명초등학교 앞 남명삼거리에서 우회전으로 얼음골삼거리까지 간 다음 왼쪽 길 옛 24번 국도를 따라 약 4㎞ 가면 ‘호박소휴양지’ 입간판 앞 삼양교가 나온다. 삼양교 주변에 차를 세우거나 주차장까지 들어가 차를 세워두고 도로를 따라 안전펜스 들머리까지 200m를 되돌아 나오면 된다.

경남 밀양시 산내면 삼양리 산 10-8번지(제일농원 입구)

☞ 볼거리

얼음골

재약산과 백운산 사이 산 중턱의 약 2만9천752㎡(9천여평)를 얼음골이라고 한다.

봄부터 얼음이 얼었다가 처서가 지나야 녹는 곳이며, 반대로 겨울철에는 계곡물이 얼지 않고 오히려 더운 김이 오른다는 신비한 곳이다. 더위가 심할수록 바위 틈새에 얼음이 더 많이 얼고, 겨울에는 반팔을 입을 정도로 더운 김이 나 ‘밀양의 신비’라 불리며 천연기념물 224호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시례호박소

시례호박소는 화강암 위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장관이며 백옥 같은 화강암이 억겁의 세월 동안 물에 씻겨 소(沼)를 이뤄 그 모양이 마치 절구의 호박같이 생겼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명주실 한 타래가 들어갔을 만큼 깊었다고 하는 얘기도 전해지며 오랜 가뭄 때 기우제를 지내는 곳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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