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광문화사 대표 조윤호씨 “부도 맞고도 인쇄소 포기 안했죠”

  • 한영화 시민
  • |
  • 입력 2016-05-04   |  발행일 2016-05-04 제13면   |  수정 2016-05-04
사업 이어받아 50년째 운영
소규모업체 관심·지원 절실
삼광문화사 대표 조윤호씨 “부도 맞고도 인쇄소 포기 안했죠”
삼광문화사 사무실에서 조규백씨와 아들 조윤호 대표(왼쪽)가 포즈를 취했다. <조윤호 대표 제공>

“정도를 지키다 보면 길은 보이게 마련입니다.”

지난 2일 오전 60여곳의 출판인쇄업체가 밀집해 있는 대구시 중구 대구초등 인근을 찾았다. 이곳에서 대를 이어 50년째 출판인쇄업을 해오고 있는 삼광문화사 조윤호 대표(46)를 만났다. 어려워진 아버지의 사업을 돕기 위해 대학 졸업 전부터 이 일에 몸담았다는 조 대표는 지금 사업을 이어받아 20년째 출판인쇄인의 길을 걷고 있다.

대구지역 출판인쇄사업은 1930년 무렵부터 시작돼 6·25 전쟁 이후 성장하면서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질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삼광문화사 역시 활자판에서 청타, 청타에서 마스터 도입까지 지역의 선두그룹을 형성했던 업체 중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10명에 가까운 직원과 함께 성장가도를 달렸던 삼광문화사는 IMF 위기를 겪으면서 부도라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하지만 조 대표의 아버지 조규백씨(76)는 분신과도 같았던 인쇄소를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살던 집까지 정리해야 할 만큼 힘든 시기였지만, 그는 책상과 컴퓨터 하나씩만 들고 나와 아들과 단둘이 인쇄일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조씨는 “그 당시 몇 날 며칠씩 밤새워 일해야 할 때가 많았는데 아들은 싫은 내색 없이 묵묵히 따라줬다. 그냥 직원이 아니라 아들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정말 힘들었던 그 시절을 아들이 함께해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삼광문화사는 아마 없었을 것”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강하게 나타냈다.

조 대표는 “아버지의 건강이 염려돼 이제 그만 쉬라고 해도 여전히 일을 놓지 않으신다”며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대단한 아버지가 그저 존경스러울 뿐”이라고 화답했다.

삼광문화사는 96년 성주군지, 남평문씨 세거지 연구, 영남대학교 건축학부·기계공학부·약학부 50년사, 대학 교재 등 다양한 책을 출판해 오며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출판인쇄업 전망이 밝다고만은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에 조 대표는 “이전과 달리 출판인쇄업은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사양 산업의 길을 걷고 있다. 특히 소규모 출판인쇄업체는 최첨단 기계의 도입이 쉽지 않아 대규모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게 사실”이라며 “삼광문화사는 정도를 지키는 아버지의 직업관과 오래 전부터 맺어진 인연 덕분에 지금까지 유지해 나가고 있지만 최근 들어 주변에서도 문을 닫는 업체가 여러 곳 생기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대구에서 출판인쇄산업 경쟁력 강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출판인쇄산업이 서로 공생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소규모 출판인쇄업체에도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영화 시민기자 ysbd418@hanmail.net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