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하류노인과 불효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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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18   |  발행일 2016-05-18 제30면   |  수정 2016-05-18
20160518

70대 노인에 대한 면책 불허
재산 되받으려 자식에 소송
불효자식방지법도 발의돼
노인빈곤은 가정문제 넘어
부양관련 과감한 정책 필요

최근 어느 70대 노인에 대한 면책 불허 결정이 화제가 됐다. 신용카드 빚 4천500만원을 탕감해 달라는 신청취지였는데, 파산선고만 받고 정작 면책되지는 않은 것이다. 법원으로서는 노인이 신용카드로 피부과, 성형외과에서 비싼 미용 목적 시술을 받고 또 백화점에서 젊은 여성 브랜드 옷을 구입하고, 홈쇼핑이나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결제하였다는 점이 언뜻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아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업체의 세금을 노인의 신용카드로 납부하는 등 그런 식으로 결제한 금액이 매월 500여만원에 달하고, 그 와중에 노모의 면담 조사에 아들은 고급 외제차를 타고 함께 나타났다나. 그림이 그려지고도 남는다. 돈은 자식이 쓰고 빚은 노모가 떠안았다는 의심이 충분한 대목이다.

작년에는 부모가 자식한테 재산을 돌려달라는 소송결과가 큰 파장을 일으켰다. 부모를 잘 모시겠다고 해놓고 재산을 넘겨받고는 달라졌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자녀한테 재산을 다시 부모에게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물론 불효자라고 해서 재산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재산을 물려줄 때 효도라는 조건을 명확히 해놓지 않으면 재산을 돌려받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마침 문제된 부자지간에는 그냥이 아니라 조건을 달고 재산을 주었기 때문인데, 법원은 민법상 ‘부담부 증여’에 해당한다고 봤고,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이미 증여가 이루어졌더라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이 자식한테 효도하라는 명령을 내린 셈이다. 그래서 말로만 하지 말고, 문서로 확실히 해두라는 법적 조언이 이어지면서 소위 효도계약서라는 말이 널리 퍼졌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몇몇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불효자식방지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자녀가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돌려받을 수 있는 재산 범위에 이미 증여한 재산도 포함시키고, 또 자녀가 형법상 범죄행위를 저지른 경우, 부모를 학대하거나 그 밖에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에도 재산 증여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었다. 얼마나 불효자가 많았으면 그랬을까. 세태를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해진다. 어쨌든 노인들의 관심을 끌고 지지를 받았는데, 19대 국회가 저무는 지금까지 법안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탐탁지는 않지만, 이제 효도는 노인빈곤과 직결되어 단순히 가정문제로만 치부하기 곤란한 지경이다. 중국도 고민이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광저우시의 한 회사에서는 매달 미혼 직원의 경우 월급의 10%, 기혼의 경우 5%를 세금처럼 떼 내 그 부모에게 보낸다고 해서 논란이 되었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아예 고용하지 않는다는 회사방침이 놀랍고 대단하다.

일본에서 노인빈곤은 진즉에 큰 화두가 되었다. 빈곤한 노인을 하류노인이라 부르는데 수입이 없고, 충분한 저축이 없고, 의지할 사람이 없다. 의지할 사람은 바로 자식일 텐데 일본도 효자가 모자라는 모양이다. 그래도 일본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중 체계를 갖추고 있기나 하지, 우리나라 현재 노인세대는 국민연금 체계가 자리를 잡기 전에 노년을 맞아 기초연금 외에는 별다른 소득원이 없는 경우가 많다.

노인 빈곤은 파산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기 십상인데, 우리나라는 노인빈곤율, 노인자살률 모두 1위다. 그리고 이대로 방치하면, 이러한 불명예는 자칫 대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올해부터 부모를 모시면 상속세를 줄여준다고 한다. 한 집에서 10년 이상 함께 살아야 하고, 자녀가 무주택자여야 한다. 수혜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정도의 효도절세로는 약하다. 정부는 부모부양과 자녀출산에 대해서 보다 과감한 정책을 펼쳐나갔으면 한다.박정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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