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女교사 관사 살펴보니…

  • 정용태
  • |
  • 입력 2016-06-14 08:36  |  수정 2016-06-14 08:41  |  발행일 2016-06-14 제7면
방범창 없고 출입문조차 항상 개방…외부인 ‘기웃기웃’
20160614
울릉읍지역의 관사 대부분은 낡고 오래됐다. 1층엔 방범창이 없고 연립주택 입구 출입문은 상시 개방돼 있어 여교사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여자 혼자 사는 곳인데 누군가가 관사 옆을 지나가면서 담배꽁초와 담뱃갑을 버려놨더라고요. 방범창이 없어 외부인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어요.”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 학교 관사를 살펴보고 내부를 기웃거리는 경우가 많아요. 퇴근 후엔 가급적 관사에만 있어요. 마을 식당 이용도 자제하는 편이죠. 주민들 눈에 자주 띄면 괜히 입방아에 오르내릴까 봐 피하게 돼요.”

전남 섬마을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으로 도서벽지 여교사의 안전 문제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울릉도 학교 관사 역시 안전시설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교사 18명 홀로 관사에 기거
45개동 대부분 30년 넘어 열악
절반은 산과 맞닿은 외곽 위치
실내공간 좁은데다 벌레도 출몰

◆30년 넘은 관사 개·보수에 어려움

인구 1만여명이 살고 있는 울릉도에는 초·중·고 9곳과 초등 분교 1곳이 있다. 육지와 거리가 멀고 왕래 자체가 불편하다 보니 대부분의 교직원이 관사 생활을 한다. 울릉교육지원청이 관리하는 관사는 거의 2층 이상의 복층 연립주택이며, 모두 151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이 중 18명의 여교사가 홀로 관사에 기거하고 있으며 특히 7명은 1층에 산다.

울릉교육청 관계자는 “대부분의 관사가 6~12가구가 함께 생활하는 연립주택이어서 이번 전남 섬지역 같은 사고가 벌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서·북면지역에는 단독가구 관사가 있지만 남자 교사나 부부 교사가 거주하게끔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울릉읍지역에서 혼자 관사생활을 하는 여교사들은 불편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들은 먼저 45개 동 관사 대부분이 낡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관사 대부분이 지은 지 30년이 넘었다. 그나마 울릉초등학교 관사 2개 동을 2000년에 리모델링한 것이 가장 최근의 일이다. 관사는 교육시설에 포함돼 있지 않아 예산을 들여 개·보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교육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방범창 등 안전시설 없이 생활

생활환경은 불편하지만 학교와 인접해 있는 관사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하지만 절반 이상의 관사가 산과 맞닿은 외곽에 있어 여교사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안전시설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CCTV는 도로 입구에 단 하나밖에 없고, 방범창이나 특수잠금장치 등 기본적인 안전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연립주택 관사 입구에 설치된 출입문은 무용지물이다. 항상 문이 개방돼 있어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가 있었다. 날이 더워도 창문을 열어 놓지 못한다. 방범창 설치가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창문을 열면 관사 바로 옆으로 등산로가 나 있어 지나가는 관광객과 가끔 시선이 마주쳐 불편을 느낀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항상 커튼을 창문 하단까지 내린 채 생활한다.

관사 안은 더 열악했다. 육지의 원룸 공간보다 좁고 천장과 방 귀퉁이 벽지엔 오랫동안 습기가 스며들었는지 젖어 있었다. 여교사들은 지네 같은 벌레가 자주 출몰해 소스라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교육청에 방범시설 설치 예산 신청

한 여교사는 “울릉도에는 경찰서가 있어 치안질서가 잘 잡혀있고 지역 주민도 순박하고 친절하다. 다른 도서벽지에 비해 비교적 안심은 된다”면서도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다 보니 경계심을 놓을 수 없다. 근무하지 않는 날은 주로 관사 안에만 있고 식사는 주로 편의점에서 간편음식으로 때우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울릉교육청은 전남 섬마을 사건 이후 1층에 혼자 거주하는 여교사의 관사 7곳에 대해 우선적으로 방범창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 151가구 전체에 방범창을 설치하기 위해 경북도교육청에 예산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울릉교육청 관계자는 “신청한 예산액의 확보가 어려울 경우 관사 1층만이라도 전체적으로 방범창을 설치할 계획이다. 상반기 중으로 관사 전체에 도어록을 설치하고 관사 입구 45개소에 CCTV 설치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울릉 정용태기자 jy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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