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음 정권에서 또 뒤집힐 수 있는 김해공항 확장안

대구시와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이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 결정에 대한 검증에 나섰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그제(23일) 상경해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김해공항 확장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검증 작업에 착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또 대구 새누리당 의원들도 국회 차원의 검증단을 구성해 정부 결정의 배경 등을 조사하겠다고 한다. 대구시와 지역 정치권의 이 같은 대응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철저한 검증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앞으로 검증작업이 끝나봐야 최종 결론을 내릴 수 있겠지만, 김해공항 확장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강변하는 정부 주장의 허구성은 이미 상당 부분 밝혀지고 있다. 우선 정부는 김해공항을 확장하면 신공항 건설보다 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된다는 경제성 논리를 앞세우고 있지만 전혀 타당하지 않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의 용역 결과에 따르면 활주로를 1개만 건설할 경우 밀양은 4조7천562억원, 가덕도는 7조8천334억원의 공사비가 필요한데 김해공항을 확장 사용할 경우엔 4조3천700억원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공항 인근 산 절개비용은 물론이고 대구~김해 고속도로 등 김해공항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조성 비용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일각에선 대구~밀양~김해 간 고속철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마당이니, 영남권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항 접근성 개선을 위해선 수천억원이 아니라 수조원이 필요할 수도 있는 것이다.

김해공항 확장안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김해공항의 기존 활주로 2본에 3천200m짜리 1본을 추가하면 연간 3천8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과거 정부가 다수의 국책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용역결과를 보면 현재 김해공항 용량(1천700만명)에 활주로 1본을 추가해도 5~20%(85만~340만명) 증대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V자형’ 활주로 확장은 2012년 한국교통연구원의 용역에서도 검토된 바 있지만, 항공기 이착륙 능력 증대 효과 미흡, 소음 영향권 확대 등의 이유로 폐기 처분된 방안일 뿐이다. 정부는 김해공항 확장사업을 2021년 착공해 2026년 마무리짓겠다고 하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차기 대선주자들이 하자투성이인 김해공장 확장안을 다시 뒤집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럴 가능성에 대비해 대구시와 지역 정치권은 느닷없이 김해공항 확장 결정이 내려진 배경과 과정, 문제점 등을 한 치 의혹이 남지 않도록 파헤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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