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수준별 이동수업

  • 한영화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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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27   |  발행일 2016-07-27 제12면   |  수정 2016-07-27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외쳤던 기성세대
여전히 입시교육으로 아이들 경쟁속으로 내몰아
[시민기자 세상보기] 수준별 이동수업

중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된 남학생 대여섯 명이 모여 “너 무슨 반이야? C반?” “그럴 줄 알았다. 난 A반인데” 한다. 웃으며 농담처럼 “C반 주제에”라는 말도 가볍게 던지는데 듣는 친구는 별 대꾸가 없다.

일부 중학교에서 수준별로 반을 나눠 수업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후 반이 결정된다니 ‘수준별’이 곧 성적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싶다. 주요 과목의 수준별 이동 수업은 수업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 방안 중 하나일 것이다. 교육 정책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는 없다.

다만, 자식을 둔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의 마음이 걱정될 뿐이다. 한창 민감한 시기에 상처가 되지 않을까 싶은 우려가 있다. 독서 토론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중학생들에게 수준별 이동 수업에 대해 물었더니 A반 아이들은 아래 반으로 가게 될까 두렵고, C반 아이들은 해도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단다.

주위 학부모들과 대화를 해보면 어차피 경쟁 사회이니 어릴 때부터 익숙해져야 하고 또 견뎌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찮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에도 60등까지 등수를 매기지 않았냐고 반문하며 반을 나눠 수업해도 아이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이란다.

물론, 전부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가 공부할 때도 등수는 있었고 상위권부터 하위권까지 성적이 대충 드러났다. 하지만 10개가 넘는 반이 하나같이 1등과 꼴찌가 어울려 함께 공부하는 똑같은 반이었다. 또 우리가 중·고등학생일 때에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에 열광하며 성적이 최우선인 대한민국 교육과 기성세대에 반기를 들지 않았던가. 그 당시 중·고등학생들이 현재 40대 중반의 학부모가 되어 여전히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아이들을 경쟁 속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

최근 갑질하는 기업인들과 국민의 99%를 ‘개·돼지’라 칭하며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고위공직자로 인해 인터넷이 뜨거웠다. 논란의 주인공들은 스스로를 이미 사라지고 없는 귀족계층이라 여기며 자본주의는 돈과 권력으로 나눠진 ‘보이지 않는 계급사회’라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교육은 이러한 분위기를 바꾸는 데 주춧돌의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아이들을 별반 다르지 않는 환경으로 내몰고 있다. 수준별 수업이라지만 한두 문제 점수 차로 반이 나눠지고 그 안에서 경쟁하며 우월감과 위화감이라는 감정부터 배워간다.

하나같이 입시 위주의 교육 정책을 비난하고 있지만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태생이 흙수저여서, 귀족층은 못 되더라도 그 아래에서 관직이라도 얻어 안정된 삶을 사는 길은 공부밖에 없다고 여기는 기성세대가 바뀌지 않는 이상 말이다.

한영화 시민기자 ysbd4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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