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포항, 주말&여기 어때? .3] 형산강 8경 in 포항 - 3경 부조정: 형강무변(兄江無邊 : 부조정에서 바라보는 형산강의 가없음)

  • 이하석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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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22   |  발행일 2016-08-22 제11면   |  수정 2016-10-13
‘용의 전설’ 兄山과 弟山 사이 장대한 형산강이 용처럼 굽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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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와 경주시의 접경인 형산자락(소형산) 부조정에서 바라본 형산강 전경. 왼쪽의 형산(兄山)과 오른쪽의 제산(弟山) 사이로 형산강이 큰 물줄기를 이루며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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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자락 해발 140m 봉우리에 위치한 부조정. 부조정은 조선 3대 시장 중 하나로 이름난 부조장터의 역사를 기리기 위해 2010년 건립됐다.

울주군 두서면서 발원 63.34㎞ 형산강
경주 안강을 거쳐 포항으로 흘러들어
두 지역 경계지점 ‘兄山’서 명칭 유래

중명리 일대 질펀하게 펼친 형산강변
1780년대∼1905년 부조장터로 명성
형산자락 해발 140m 봉우리 ‘부조정’
사방이 확 트여 포항시가지 조망 명소

보부상 이끈 도접장 김이형 활약 기려
'弟山’ 아래 국도변 절벽밑엔 유고비도


#1. 부조정에서 만끽하는 형산강의 멋진 조망

형산강은 울주군 두서면에서 발원, 경주시와 안강을 거쳐 영일만으로 드는 63.34㎞의 강이다. 그 이름은 경주시와 포항시의 접경에 있는 형산(兄山, 해발 257m)에서 유래됐다. 형산이 있으면 동생산(제산)도 있게 마련이다. 형산의 강 건너편, 7번 국도 경주와 포항 경계 지점의 유강터널이 지나는 산이 제산(181.6m)이다.

이들 산 이름의 유래로 신라말의 경순왕(김부대왕)과 관련된 전설이 전해온다.

당시에는 형산과 제산이 하나로 합쳐져 있었단다. 그래서 기린내와 북천, 남천, 기계천 등에서 나오는 물이 지금의 안강 지역에 고여 큰 호수를 이루고 있었다. 이 때문에 물난리가 잦았다. 범람 하면 경주까지 그 피해를 입었다. 안강의 치수문제는 신라의 숙원사업이었다.

경순왕의 재위기간은 신라의 국정이 여러 가지로 어려웠다. 후삼국이 일어나고 사방에서 도적떼가 끓어 민심이 흉흉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왕은 고민했다. 이에 어떤 술사가 비방을 전했다.

“안강 호수의 물길을 영일만으로 흘려보내면 나쁜 기운이 제압되어 역적이 출현하지 못할 것입니다.”

“어떻게 물길을 돌린단 말인가?” “산을 끊어서 물길을 내야 합니다.”

이에 경순왕은 태자 김충과 의논하여 100일간의 기도를 올리기로 하였다. 경순왕은 하늘에 올라가 목침으로 삼층집을 짓고 옥황상제와 천지신명과 신라왕실의 조종들에게 종묘사직의 안녕을 기원했다. 땅에서는 태자 김충이 형제산의 단절을 천지신명께 기도했다.

태자는 기도 끝에 큰 뱀이 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를 용으로 불러 줘야만 용이 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용이라 불러주는 사람은 없고, 큰 뱀을 보고는 두려워서 달아나기만 하였다. 왕과 약속한 100일이 불과 하루밖에 남지 않은 날이었다. 크게 낙심을 하고 있는데 마침 한 노인이 손자를 업고 지나다가 큰 뱀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 “저런 큰 뱀도 이 세상에 있는가”하고 말했다. 그때 업혀 있던 손자가 “할머니! 저것은 뱀이 아니고 용이에요”라고 했다. 그러자 용은 비로소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 바람에 산이 갈라져 남쪽산은 형산이 되고 북쪽산은 제산이 되었다. 갈라진 틈으로 물이 영일만으로 마구 흘러들었다.

왕은 뱀을 용으로 불러 준 아이에게 안강호수에 물이 빠진 후 생긴 땅과 그 일대의 논밭을 주고 들의 이름을 아이의 이름을 따라 유금들이라고 불렀다. 현재 강동면의 유금이라는 지명은 여기서 비롯되었다. 형산 산정의 왕룡사라는 절에는 김부대왕과 김충 태자(마의태자)의 목상을 세워 그 유덕을 추모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설은 당시 이쪽 근방에서 있었던 신라부흥운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해석도 있다.

경주시와 포항시의 경계인 형산 아래 중명1리(포항시 남구 연일읍)에는 이곳이 옛 부조의 터임을 적어놓았다. 그 윗마을인 경주시 강동쪽의 마을은 상부조, 중명1리 마을은 아랫부조라 불리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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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강동면 유금리 형산강 도로변 절벽에 위치한 보부상 도접장 김이형 유고비. 이러한 보부상 유고비는 형산강변에 펼쳐졌던 부조장의 규모가 전국적이었음을 보여준다.

중명1리에서 형산자락을 오르면 해발 140m 소형산 봉우리에 세워진 부조정(扶助亭)이란 정자에 닿는다. 높이는 얼마 되지 않지만, 강에서 바로 치솟은 좁은 산길이 가파르다. 20분쯤 오르니 날렵하게 서 있는 정자가 나온다. 강에서 올라오는 바람에 땀을 식히며 정자에 오르니 문득 사방이 확 트인다. 서쪽으로는 안강들이 눈에 들어오고, 동편으로는 형산강이 포항 시내를 뚫고 영일만으로 흘러드는 멋진 전망이 펼쳐진다. 포항 시가지 너머 포스코의 거대한 규모가 압도적이다. 그 너머로는 동해가 파랗게 펼쳐진다. 형산 8경의 하나인 ‘형강무변(兄江無邊)’, 곧 ‘부조정에서 바라보는 형산강의 가없는 경치’라는 말이 절절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포항 시민들이 정자에서 사진을 찍느라 부산하다. 부조정에 올라와 경치를 탐하고는 바로 내려가는 이들도 있지만, 이 산과 이어진 연일의 옥녀봉에서 올라와 이 정자에서 중명리로 하산하는 이들도 있고, 중명리에서 옥녀봉으로 내처 난 트레킹 코스를 밟는 이들도 많다.

중명리를 기점으로 난 중명자연생태공원은 이미 많은 포항 시민의 힐링 숲 체험 장소로 이름이 났다. 별다른 준비 없이 편한 신발에다 가벼운 물통 하나면 충분하다. 두어 시간이면 족하다. 야간산행도 꽤 이루어진다. 직장인들의 단체 트레킹 코스로 많이 이용된다. 공원은 면적이 98.9㏊에 이른다. 68억원의 예산을 들여 2012년 완공했다. 탐방로와 잔디광장, 약용원, 야생화원 습지원 등 테마별로 다양한 숲이 조성되어 있다. 주위에 등산로와 둘레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부조정, 해맞이 전망대, 옥녀봉, 농바위, 해넘이 전망대 등의 여러 갈래 이정표가 나온다. 무엇보다 포항시 전경을 내려다보는 탁 트인 전경이 일품이다. 특히 포항시의 야경은 아주 멋지다.

중명자연생태공원은 앞으로도 ‘형산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형산강 에코 탐방로가 조성되면 많은 시민이 북적이는 도심 속 테마관광지로 거듭날 것이다.

#2. 부조장은 전국 규모의 물산 집산지였다

중명리 일대 강변을 돌아본다. 강안은 제방을 쌓고, 군데군데 보를 막아서 정비를 해놓아 옛 강변의 정취는 찾아보기 힘들다. 형산과 제산 사이인 이곳은 예전에는 꽤 강변이 넓어서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팔기에 안성맞춤이었을 거라는 짐작은 든다.

그렇다. 이 지역은 옛날 장터거리로 번성했다. 부조장(扶助場). 중명리 일대 형산강변에 질펀하니 펼쳐진 장마당은 그 규모가 전국적이었다고 전해진다. 처음에는 상부조 쪽에 펼쳐졌던 장터가 차츰 규모를 넓혀가 아랫부조 지역으로 확대된 것으로 추측된다.

옛날에는 물길이 지금보다 넓고 깊어서 바다에서 바로 올라오는 배들이 정박하는 부두가 성황을 이루어 엄청난 물산들이 이곳에 쏟아졌다. 1780년대에서 1905년까지 융성한 이 시장에는 함경도의 명태, 강원도의 오징어, 포항연안의 청어 등 전국 해안의 수산물들이 거래됐다. 또한 각 지역의 소금과 함께 전라도와 경상도의 각종 농산물 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이 일대의 강에는 수많은 황포돗대가 정박했다. 객주와 여각은 물론 창고업과 위탁판매업도 크게 성업을 이루었다. 자연히 이곳은 교통의 요충지요, 물산의 집산지로 중시될 수밖에 없었다.

중명리의 강 건너편 제산 아래(경주시 강동면 유금리) 옛 포항으로 드는 국도변 절벽 밑에는 보부상 도접장 김이형의 유고비가 남아 있다. ‘좌상대도접장 김공이형 유공비(左商隊都接長金公以亨有功碑)’라 새겨졌다. 김이형은 보부상을 거느리는 도접장으로서 이곳 부조장의 발전에 상당한 공이 있었기에 그의 공을 기려 이 비가 세워졌으리라 추측된다. 그런 점에서 이 비는 이곳 형산강변의 부조 시장을 무대로 활동했던 상인들의 활동상을 유추할 수 있는 흔적이다. 한편 형산의 옥녀봉 설화도 부조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효심이 지극한 옥녀가 부조장터에 어머니의 병구완을 위한 약을 구하러 갔다가 젊은 상인을 만나지만, 젊은 상인이 혼인비용 마련을 위해 장사를 떠난 후 소식이 없자, 옥녀는 산봉우리에 올라가 형산강 하구를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쓰러져 죽어 그 봉우리를 옥녀봉이라 했다고 한다.

부조장터를 기리는 축제인 ‘연일 부조장터 문화축제’도 매년 열린다. 이 축제는 포항의 발전된 역사와 함께 해온 형산강을 테마로 한 것이다. 장터문화, 전통놀이, 수상레포츠, 가요제 등이 베풀어지며, 각종 전시회도 곁들여진다. 또한 소망등 띄우기, 페이스페인팅 등이 열려 가족과 연인들이 많이 참여하기도 한다.

글=이하석(시인·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고문)
사진=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공동 기획 : 포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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