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문화의 힘, 과거에 멈추지않고 현재와 연결 ‘관광객 러시’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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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4   |  발행일 2016-09-24 제6면   |  수정 2016-09-24
‘보존과 이용’조화시킨 생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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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디자인 박물관, 문화 및 레저시설로 변신한 독일 에센 졸페라인의 전경.

유럽 문화의 ‘속살’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단순히 유럽의 문화 자산을 보면서 ‘와~’ 하고 감탄사를 터뜨리며 지나치는 자리가 아니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세계적인 명소로 발돋움했는지를 확인하는 답사 여행이었다. 대구경북기자협회의 유럽답사 프로그램이다. 독일과 벨기에, 네덜란드의 일부 지역을 다녀왔다. 문화를 입은 도시들을 살펴보면서 대구의 문화·예술행정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자는 게 기획의도였다. 문화 자산을 활용해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합리성과 실용주의가 돋보였다. ‘문화를 통해 살아남는 법’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 현장이 많았다. ‘보존과 이용’이라는 상충되는 개념을 잘 녹여낸 셈이다. 독일에서 10년을 유학하고, 현재 대구에서 활동 중인 김석모 박사(미술사학)의 도움을 받았다.

◆ 독일 에센 졸페라인(Zollverein)

영화 ‘국제시장’에서 독일 탄광의 배경이 됐던 곳이다. 독일에서 가장 효율성이 높은 탄광이었던 졸페라인은 이제 레저, 디자인, 문화시설로 탈바꿈했다. 탄광은 1986년에 문을 닫았다. 탄광 시설 자체가 유네스코(UNESCO) 지정 세계자연문화유산이다. 서양 현대 건축의 모태가 되는 바우하우스 양식으로 건축됐다.

탈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졸페라인은 탄광의 기능을 상실했다. 문화적으로 가치가 높은 졸페라인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에센 정부는 기능 변화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광부 및 지역 주민들과 대화에 나섰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동원됐고, 결국 사회적 합의에 이르렀다. ‘정체성과 소통’은 졸페라인의 오늘을 있게 한 키워드이다. 현재 졸페라인은 디자인 박물관을 비롯해 화랑, 디자인 학교가 들어선 세계적인 디자인 센터로 변모했다. 졸페라인의 ‘레드 닷 디자인 박물관’은 디자인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꿈의 장소이다.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통하는 레드 닷 디자인 어워드의 수상작을 전시한다.


독일 ‘졸페라인’
‘국제시장’배경 세계문화유산 탄광
레저·디자인·문화시설도 ‘각광’

독일 ‘벤라트성’
18세기 한 영주의 별장으로 지어
다양한 축제로 관광예약 줄이어

네덜란드 ‘도미니카넨 서점’
성당 개조해 세계적으로 유명세
주변 노천카페 즐비 ‘북적북적’


졸페라인은 디자인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에센종합예술대학 디자인 캠퍼스를 마련하고 있다. 산학연의 모델을 만들겠다는 의지이다.

졸페라인의 문화 시설도 관광객들을 불러모으는 요인이다. 겨울에는 아이스링크가 설치되고, 여름에는 수영장이 들어선다. 또 음악회나 미술전시회가 수시로 열린다.

졸페라인의 ‘역사적 리노베이션’은 수많은 일자리도 만들었다. 39개의 창조산업이 들어서면서 1천명에 가까운 사람이 일자리를 얻었다. 일자리도 일자리지만, 에센의 자존감이 높아졌다. 졸페라인은 광부 출신을 ‘가이드’로 고용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에센 전체의 자존감을 높인 계기가 된 셈이다. 경제적 효과만을 따진 게 아니라 에센의 정신적,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데 신경을 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독일 뒤셀도르프 벤라트성(Schloss Benr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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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 바라본 독일 뒤셀도르프의 벤라트성. 바로크 페스티벌과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세계적 명소다.

‘핑크빛 궁전’이다. 로코코와 바로크 양식이 혼재돼 있다. 궁전으로 불리지만, 실제 18세기 한 영주의 ‘여름별장’으로 지어졌다. 로코코와 바로크 양식이 동시에 거론되는 배경이다. 현재 뒤셀도르프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놀이터이다. 관광객도 넘쳐난다. 벤라트성 투어를 하려면 신청을 하고 몇달을 기다려야 한다. 벤라트성 역시 ‘보존과 이용’이라는 개념을 충실히 이행한다. 3명의 디렉터(박물관, 미술관, 정원전문가)가 벤라트성을 운영하는 주체다. 벤라트성 뒤로는 엄청나게 큰 정원이 뻗어 있다.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을 모방했다.

벤라트성에선 음악회와 바로크 페스티벌, 크리스마스 마켓이 축제처럼 펼쳐진다. 인기 절정이다. 벤라트성의 정원전문가인 스테판 슈바이처 디렉터는 “정원을 제외하면 재정적으로 자립했다고 볼 수 있다. 정원은 뒤셀도르프시(市)에서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웨딩장소로도 대여되고, 비즈니스 스쿨로도 임대된다. 중세시대의 별장을 그냥 보존하는 게 아니라 어떡하면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한 결과다. 벤라트성의 역사와 현재, 미래를 연구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냈다는 게 슈바이처 디렉터의 설명이다.

◆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의 도미니카넨(Dominicanen)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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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게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불리는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도미니카넨 북스토어의 전경(왼쪽)과 내부 모습.

세계에서 가장 아름으로 서점으로 유명하다. 건물 외관만 보면 성당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성당이라는 표현이 틀리지도 않다. 바로 성당을 개조해 서점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되고 작은 도시인 마스트리히트에 위치해 있다. 연간 70만명이 도미니카넨 서점을 보기 위해 작은 도시를 찾는다. 서점 주변의 수많은 노천카페가 관광명소임을 증명한다. 13세기 고딕 양식의 수도 성당으로 지어진 도미니카넨 서점은 1796년 성당의 기능을 상실했다. 마구간, 전시공간, 파티홀로 사용되다 2005년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단행했고, 2006년부터 서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을 보존만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활용하려는 정신이 돋보이는 서점이다. 도미니크 교단의 수사이자 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의 삶을 묘사한 벽화도 볼 수 있다.

독일 에센·뒤셀도르프,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서 글·사진=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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