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분권 개헌은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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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26   |  발행일 2016-10-26 제31면   |  수정 2016-10-26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내 개헌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지방분권형 개헌에 대한 국민적 열의도 고조되고 있다. 비록 ‘최순실 게이트’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청와대의 개헌 추동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여야 정치권과 국민의 상당수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국회를 중심으로 한 개헌 논의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최순실 게이트를 덮으려는 최순실 개헌”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도 당내 개헌연구 자문회의 구성과 국민주권 개헌 대토론회를 제안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의혹과는 별개로 당내 개헌추진 특위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알다시피 1987년 헌법체제는 지방자치 실시 이전의 헌법으로 정치·경제·사회의 변화된 상황과 지방자치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9차례 개헌 과정에서도 중앙정치 권력구조 개편에만 초점이 맞춰져 지방분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사이 중앙권력의 비대화는 심화됐고, 인구와 자본의 수도권 집중은 더욱 가속화됐다. 당연히 지방재정도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지역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대신 노인 인구만 늘어 지방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따라서 이 같은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지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분권형 개헌만이 답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사실 현행 헌법에 들어있는 지방자치와 분권 관련 규정은 단 두 조항에 불과하다. 지방분권이 시대적 과제이자 세계적 흐름임을 감안하면 부끄러울 정도다. 그나마 제117조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며 지자체의 입법권을 제한하고 있다. 또 118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며 지자체의 조직권과 인사권을 무력화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지방자치단체를 중앙정부의 하급행정기관 쯤으로 여기는 것과 다름없다. 앞으로의 개헌 논의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관계를 지배와 종속이 아닌 대등한 협력 관계로 명문화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수도권 집중을 극복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보장하는 지방분권 개헌으로 가야 한다. 단순히 권력구조만 손보는 개헌이 아니라 국가경영의 틀을 지방분권으로 바꾸는 개헌이 돼야 한다. 지방분권의 이념과 가치를 헌법에 분명히 명시하고, 자치입법권과 재정자치권도 헌법적 제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지자체와 지역정치권이 앞장서 지방분권 개헌의 방향과 범위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시민의 역량을 결집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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