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견호텔 이야기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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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2   |  발행일 2016-12-02 제39면   |  수정 2016-12-02
아침 산책과 종일 맘껏 뛰놀기까지…반려견 숙소가 아니라 힐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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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 1천만마리 시대를 맞아 제대로 된 애견문화 정착을 위해 애견호텔 ‘별똥별’을 오픈한 김동욱 대표가 애견를 돌보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애견관리가 너무 허술해 숱한 유기견이 양산되는 현실을 가슴 아파한다.

대구 대명9동 카페골목 ‘별똥별’
김동욱 대표의 카페 겸 애견호텔
다닥다닥 붙은 개집 대신 넓은 홀
낮엔 놀이터·밤엔 견종별 잠자리

불독·진돗개 등 맹수급 이용제한
세차례 예방접종 마쳐야 입장 가능
건강체크 등 ‘펫시터’급 돌봄 인기
견주들 새로운 커뮤니티공간도 돼

애견호텔 사업가로 나선 김동욱씨(29). 애견문화 선진화에 올인한 그가 남구 대명9동 카페골목에서 ‘별똥별’이란 카페를 겸한 호텔을 오픈했다.

김 대표는 ‘하늘의 별처럼 많은 애견을 성심껏 보살펴주겠다’는 의미로 호텔 이름을 별똥별로 정했다. 지난 토요일 오후 그곳을 방문했다. 호텔이라 해서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처럼 생긴 개집이 여러개 다닥다닥 붙어 있을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잘 때만 소·중·대형견별로 잠자리를 마련해주고 날이 새면 별도의 칸막이는 치워 운동장 같은 홀에서 맘껏 뛰놀게 한다.

탁아소 아이보다 더 챙겨야 된다. 견주에겐 분신이기 때문이다. 짖는 소리, 대소변 상태, 이상 행동과 건강 상태를 체크해 증상별로 케어해 줘야 한다. 멀리 있는 견주가 안심할 수 있도록 자는 모습과 활동 사진을 수시로 카톡으로 전송해준다. 못 나가게 잠금장치에도 신경을 써야 된다. 아무나 못한다. 수의사 같은 안목과 신경정신과 의사 못지않은 감각이 요청된다.

국내 첫 애견카페는 15년전쯤 서울 홍대 앞에 생긴 ‘바우하우스’. 대구만 해도 5년새 애견카페를 겸한 애견호텔이 부쩍 늘어났다. 남구만 해도 별똥별 등 4곳을 넘어섰다.

지난 하절기 휴가시즌에는 30마리 이상의 애견이 이곳에서 북적댔다. 지금은 비교적 한가한 편. 세 마리만 놀고 있다. 별이(네 살짜리 골든리트리버)와 일명 ‘양치기개’로 불리는 스코틀랜드산 셔틀랜드 쉽독은 김 대표가 키우는 상주견이다.

이곳을 이용하는 대다수는 몰티즈, 치와와, 닥스훈트, 푸들, 시추 등 소형견이다. 사모예드, 보더콜리, 달마시안, 시베리안허스키, 리트리버 등 대형견은 입장이 가능하지만 도사견, 불독, 진돗개, 풍산개, 로트와일러, 스탠포드셔 테리어, 핏불 테리어 등은 맹수급이라 이용 못한다. 발정난 암컷은 출입금지. 3차에 걸쳐 예방접종을 끝내야 입장이 가능하다. 카페의 경우 견주가 직접 변을 치워야 된다.

“애견을 방치하고 놀러 가버리면 자칫 이상한 걸 먹어 탈이 날 수도 있고 이상 행동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습니다.”

이곳은 옥상도 있어 앞산이 훤히 보인다. 밤 10시부터 잠을 잘 수 있도록 소등한다. 소형견은 홀에서 알아서 자도록 쿠션을 하나씩 깔아준다. 중형견 이상은 별도 집으로 유도한다. 아침 기상시간은 9시 정도다. 다들 같은 자리에서 기상한다. 매일 오전 두 마리씩 데리고 나가 근처를 산책하며 운동도 시켜줘야 된다.

“애견 관련 업소도 특화되는 것 같습니다. 애견 분양이 주가 되는 곳, 미용이 주가 되는 곳, 훈련이 주가 되는 곳, 호텔과 카페를 겸하는 곳 등 사업이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이곳 애견호텔은 일단 상주견이 두 마리밖에 없어 숙박하거나 놀러오는 다른 애견과 싸움이 날 확률도 적다. 그래서 더 요긴하게 보살필 수 있다.

하지만 상주견이 여러 마리가 있는 곳이면 관리소홀이 우려된다. 손님개는 상대적으로 주눅이 들고 왕따 당해 과도한 스트레스로 식사도 못하고 덜덜 떨게 되니 잘 살펴보고 호텔을 선택해야 된다.

그동안 견주들은 애견과 함께 맘 편하게 놀 수가 없었다. 애견금지 구역이 적잖기 때문이다. 일단 이런 공간에 오면 애견끼리 친해질 수 있고 견주들도 동질감을 느껴 급속도로 친해진다. 성별, 종, 중성화 여부 등을 제일 먼저 묻게 된다. 애견카페는 애견은 물론 견주들의 새로운 커뮤니티 공간이다. 견주 혼자 이용할 수 있다. 가장자리에는 견주들이 커피, 에이드, 떡볶이 등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8개 정도 놓여 있다. 숙박비는 소형견은 하루 2만원, 중형견은 3만원, 대형견은 4만원이다.

◆애견의 사료와 간식 사이

애견은 수시로 오줌을 눈다. 김 대표는 얘기 도중에 부리나케 일어나 지린내가 바닥에 배지 않게 재빨리 봉걸레에 향긋한 피죤 같은 세제를 묻혀 오줌자국을 지워낸다. 소변은 암컷보다 수컷들이 더 잦다. 수십마리가 모이면 여기저기서 진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냄새관리에 철저해야 된다. 매일 바닥 물청소를 하고 방향제를 상시로 가동한다.

애견을 키워보지 못한 이들에겐 생소한 용어가 있다. 바로 ‘매너벨트’다. 이 벨트는 목줄이 아니라 ‘애견용 기저귀’를 의미한다. 다수의 애견이 이용하는 카페에 갈 때 매너벨트는 필수다. 카페 입구 안내판에는 그 문구를 적어놨다.

애견이 사료 이외에 먹어도 되는 간식은 뭘까. 홀에 판매되고 있는 각종 먹거리류를 둘러봤다.

양귀와 사슴힘줄(1만5천원)은 물어뜯기 좋아하는 개들의 장난감이다. 관절영양제(2만5천원), 오리와 칠면조로 만든 소시지처럼 생긴 롤(1.58㎏에 3만3천원), 알러지비스킷(1만2천원). 대다수 애견이 가장 좋아하는 건 알약처럼 생긴 사료다. 주재료는 치킨, 양고기, 소고기, 칠면조 등이고 거기에 감자, 고구마, 탄수화물 등을 섞어준다. 모질 개선을 위해 오메가 등도 투입된다. 1㎏(수입품)에 2만원 내외.

“일반인들은 예전 시골집 똥개가 아무 음식이나 마구 먹는 걸 생각하곤 일반 음식도 무방할 거라고 믿는데 그건 아주 위험한 생각입니다. 애완견은 일반 음식에 취약합니다. 사료는 개의 건강을 위해 검증을 거쳐 만들어진 겁니다. 음식도 먹긴 먹지만 자칫 구토, 설사 등에 노출될 수 있고 뼈 등이 목에 걸려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초콜릿과 양파는 독과 같은 것이니 먹이지 마세요.”

간식의 종류도 다양하다. 대표적 수제간식 전문업체인 ‘국개대표’는 애견용 눈물자국제거간식, 피부건강간식, 모질개선간식, 관절개선간식 등 다양한 애견용 수제간식을 판매한다. 선택 시에는 방부제와 화학제, 착색제, 인공색소 등이 첨가돼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 후 구매하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애견 관절 건강에 좋은 초유오메가3와 치석제거 효과가 있는 강아지껌, 오리목껌, 돼지목껌을 비롯해 빈혈예방에 효과적인 시금치스낵, 단호박스낵, 한우힘줄껌 등도 있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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