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예술행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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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04 08:05  |  수정 2017-01-04 08:05  |  발행일 2017-01-04 제23면
[문화산책] 예술행위의 힘
김동찬 <대구시립극단 상임단원>

얼마 전 필자가 단원으로 있는 대구시립극단이 주최한 시민연극 교실이 열렸다. 연극이라는 예술장르를 체험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2주 정도의 기간이었다. 그 짧은 기간에 작품을 연습하고 무대에 올리는 모습을 보며, 평소 생계를 위해 바쁘게 살면서도 전문배우 못지않은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에는 교사도 있었고 사업하는 분, 가정주부, 대학시절 연극반의 추억을 떠올리며 시민연극교실을 신청한 분도 있었다. 심지어 경기도에서 와 대구에서 숙식을 할 정도로 적극적인 분도 있었다.

연극이, 나아가 예술행위가 인간을 매료시키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일종의 ‘자기 확장’의 욕망에서 비롯된 의지가 아닐까. 사람들은 군중 속 한 개인으로 살아가며 끊임없이 자기를 확장하려는 욕망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정치일 것이다. 정치는 사회와 그 구성원을 규합하거나 통제하는 힘이 강력해 그 누구도 정치적 주체가 되려는 욕망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그런데 모든 것을 강력하게 확장시키고 통제할 수 있어 보였던 권력이 무엇이 두려워 가난한 예술인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검열하고 통제했던 것일까. 그들 스스로 예술의 보이지 않는 힘을 시인하고 의식했던 건 아니었을까.

잘못된 정치 행위가 권력을 지탱하려 인간의 삶이나 정신을 왜곡할 때 오히려 예술은 ‘자기 검열’을 강조한다. 엄격해보이는 시스템 이면의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세상을 보여주고, 그 속에서 불편하게 숨쉬는 우리의 호흡을 문득 확인시켜 주는 고발행위다. 예술가가 궁핍하게 살면서도 그 행위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 힘이 거기에 있을 것이다. 적극적인 예술행위는 어떤 정치적 행위보다 더 효과적인 정치적 행위일 수 있지 않을까. 촛불집회를 지속시켜준 큰 힘 중 하나는 집회에 참석한 가수들의 노래나 참여자 스스로의 퍼포먼스였다. 사람들은 스스로 학습했다. 강력한 힘에 굴복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은 폭력이 아니라 문화적 힘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촛불집회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시민연극교실에서 중년 아주머니 한 분은 자신의 과거로 만들어진 콩트를 연기하며 눈물을 흘렸다.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온 허구를 통해 오히려 자신의 미래를 그려볼 것이라고 했다. 참여한 시민배우들은 스스로 봐도 어설픈 자신들의 연기가 관객에게 웃음을 주고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해했다. 연극이 끝난 후 사람들은 감동과 가능성을 이야기했고, 어설프더라도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선택과 의지가 그 어떤 억압이나 무력감과도 맞설 수 있는 무기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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