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누가 제3지대론을 주도할 것인가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1-18   |  발행일 2017-01-18 제31면   |  수정 2017-01-18
[영남시론] 누가 제3지대론을 주도할 것인가
박상병 정치평론가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여야 대선주자들의 정치행보가 한층 더 빨라지고 있다. 이번 설 연휴가 첫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즈음에도 자신의 존재감조차 찾지 못한다면 그 이후의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서는 따라잡기가 어렵다. 시간이 아주 짧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르면 5월 초쯤에 대선이 치러질 경우 불과 100여일 남은 일정이다. 최소한 ‘빅5’ 수준까지는 올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시선에서 멀어지지 않는다. 다양한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더 밀리면 회복하기 어렵다. 설 민심이 중요한 이유라 하겠다.

대선정국의 최대 변수, 제3지대론.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제3지대론’의 핵심은 ‘정치교체’를 통한 ‘시대교체’다. 다시 말하면 기성 정치권의 ‘패권주의’를 해체하고 제3지대가 중심이 된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의 창출을 말한다. 정권교체가 여야 간의 수평적 권력이동을 의미한다면, 정치교체는 ‘낡은 체제’로부터 ‘새로운 체제’로의 총체적 권력이동을 말한다. 정권교체가 기득권 체제를 온존시키고 있다면, 정치교체는 기득권체제의 종언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정치교체는 곧 ‘시대교체’의 의미이기도 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난 반세기 넘게 지속돼온 ‘박정희 패러다임’의 교체를 말한다.

이처럼 논리는 간명하지만 정치현실은 좀 복잡하다. 선거정치는 논리보다 세력 싸움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과연 제3지대론이 그만큼의 세력과 비전을 구축하고 있느냐는 것은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선거혁명의 교두보가 될 수 있는 역동성이 살아있지만 자칫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포말처럼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3지대론은 대선정국의 최대 변수이긴 하지만 동시에 가장 위험한 공간이기도 하다. 불과 100여일 남은 대선 일정이라 할지라도 제3지대론의 운명은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제3지대론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의 ‘친문 패권주의’를 거부한 안철수 전 대표의 국민의당이 20대 총선에서 제3당이 되었다. 국민이 만들어준 제3지대의 공간이 확보된 셈이다. 앞으로 제3지대의 정치지형을 얼마나 넓혀갈 것인지는 안철수 전 대표와 국민의당 손에 달린 셈이다. 친박 패권주의와 친문 패권주의가 ‘적대적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 정치적 기득권 구조를 혁파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그런데 여기에 새로운 동지가 생겼다. 새누리당의 친박 패권주의를 거부한 바른정당이 제3지대에서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 패권주의를 거부한 바른정당의 존재는 친문 패권주의를 거부한 국민의당과 닮은꼴이다. 더욱이 이념적 좌표로 보더라도 중도 좌우가 연합하는 모양새다. 양측이 제3지대에서 ‘반패권 중도대통합’으로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개헌문제가 그 고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선 주자다. 유력한 대선주자가 있어야 연대든 통합이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안철수라는 유력한 대선 주자가 있으니 논외로 하자. 문제는 바른정당이다. 물론 유승민이 있다. 그러나 아직은 약해 보인다. 유승민까지 견인할 수 있는 강력한 대선주자가 있다면 바른정당의 운명도, 나아가서 제3지대론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다. 어쩌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이 길을 택하지 않을까 싶다.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며 동시에 정치적 대의명분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 전 총장이 말한 정치교체라는 화두는 제3지대론과 맞닿아 있다. 만약 유승민 의원과 한 판 격돌한다면 국민적 관심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보수의 혁신’을 놓고 판을 벌여보는 것이다. 관망하던 보수의 시선이 집중될 것이다. 그리고 그 승자가 다시 안철수 전 대표 등과 ‘통합 경선’을 한다면 제3지대론의 지평은 훨씬 더 확대될 것이다. 제3지대론이 차기 대선의 가장 큰 변수라고 하는 배경이다. 이쯤에서 반기문의 정치적 선택이 궁금하다. 그리고 유승민의 잠재적 경쟁력도 궁금하다. 물론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이 먼저 판을 벌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제3지대의 ‘빅텐트’가 꾸려질 것인가. 단순한 정치공학이 아니다. 지난 반세기의 구체제를 끝낼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그 큰 그림이 궁금할 따름이다.박상병 정치평론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