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우 대구가톨릭대 신임 총장 인터뷰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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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3 07:53  |  수정 2017-02-13 07:53  |  발행일 2017-02-13 제19면
“인적투자 최우선…4차 산업혁명 선도 융복합인재 육성”
김정우 대구가톨릭대 신임 총장 인터뷰
김정우 대구가톨릭대 총장이 소양을 갖춘 대학이 되기 위해 융복합교육을 충실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가톨릭대 제공>

지난달 6일 제26대 대구가톨릭대 총장에 취임한 김정우(요한) 교수(신부)는 그동안 신부로서 또 대학교수로서 대학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오랜 기간 사유(思惟)의 시간을 가진 것으로 보였다. 유럽에서 대학이 설립된 배경, 대구·경북지역에서 100년 역사를 가진 대구가톨릭대의 위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인재육성의 산실이 되도록 대학다운 대학으로 변모시킬 방침임을 밝혔다. 인간존중을 바탕으로 학교에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인력감축과 같은 비인간적인 결정을 하지 않을 방침임을 확고히 했다. 모두 함께 더불어 사는 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구성원의 지혜를 모아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15일 취임식을 앞두고 인터뷰를 가졌다.

취업중심 대학평가 안타까워
교육부 대학자율성 존중해야

학생 능력향상과 인성에 집중
더불어 사는 대학으로 만들것

▶총장 취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합니다.

“총장으로서 처음 교직원 앞에 섰을 때 솔직히 두렵고 떨렸습니다. 대학이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고 대구가톨릭대 또한 같은 상황입니다. 이 시기 대학 구성원들이 상호 탓하기보다는 중지를 모아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렵고 떨리지만 학교를 사랑하는 구성원들이 있기에 미래는 희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이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습니다.

“화두는 생존이죠. 취업률이 낮으면 대외적으로 좋지 않은 대학이라는 평가가 뒤따릅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대학 본질 자체가 왜곡돼 있습니다. 대학 본질이 사라지고 기능적인 면(취업)만 요구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외부 요구와 기대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학 본질에 충실한 것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본질을 생각하자는 말씀으로 이해됩니다.

“12세기 중세 유럽 교회의 수도회가 중심이 돼 지금의 대학이 태동했지 않습니까.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문연구입니다. 너무 취업을 강조하다 보니 대학 본래의 기능인 학문연구를 등한시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대구가톨릭대는 학문연구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이 부분에 충실할 생각입니다.”

▶많은 대학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교육부의 재정지원을 무시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교육부가 제시한 교육지표의 노예가 돼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교육정책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뀝니다. 교육부 정책을 안 따라가면 하위대학으로 분류하고 결국에는 퇴출시키려 합니다. 교육이 백년대계가 아니라 5년짜리 단기계획에 불과합니다. 대학이 본질을 잃어버린 원인이죠. 교육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너무 무시하고 있습니다. 대학 구조개혁이 필요하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학이 스스로 변모할 기회를 주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책 당국에 지역사학의 순수한 뜻을 헤아려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대학 본질에 충실한 대학을 어떻게 구현할 계획인지요.

“앞서 학문연구를 이야기했습니다만, 대학은 시대흐름을 이해하고 미래변화를 읽어내야 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을 먼저 읽고 이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이 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스템이나 시설보다는 학교 구성원의 능력 발전이 선행돼야 합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인적인 투자를 확대해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교수들에게는 연구지원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직원복지나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투자도 해야 합니다. 어렵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인적 투자에 신경 쓸 계획입니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여건에서 인적 투자 강조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대학은 교육기관으로 교육방법 연구도 충실히 해야 합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해 나갈 수 있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육방법을 많이 연구하도록 하겠습니다. 미래 불확실성시대에 적응해 나갈 수 있는 창의력, 창조능력은 물론 사람과 사람이 소통할 수 있는 감성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단순히 지식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지식 소비자가 아닌 지식 생산자가 되도록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미래를 선도하고 창조하도록 해야 합니다. 소통능력, 지식습득에 필요한 어학교육, 도전의식 함양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말씀이시죠.

“미래에 필요한 인재육성을 위해서는 융복합교육이 중요합니다. 취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양을 갖춘 대학인이 되기 위한 융복합 교육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12세기 수도회에서 시작된 대학은 모든 학문을 가르쳤습니다. 우주만물의 지식을 가르치고 사회인으로서 필요한 인성교육을 충실히 했습니다. 인성과 지성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인문과 자연 분야 학문도 균형 있게 교육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교양교육은 융복합 사고가 가능한 교육을 할 방침입니다. 경쟁에만 몰두하는 학생이 아닌 전인적 인간이 되도록 근본에 충실하겠습니다.”

▶가톨릭대로서의 고유 기능이라 할까, 역할도 있을 거 같습니다.

“네, 당연히 가톨릭 사회교리를 실천하는 대학이 돼야합니다. 인간존중사상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누구도 소외돼서는 안되고 차별을 받아서도 안됩니다. 인권과 인격은 존중돼야 합니다. 세가지 원리가 있는데 하나는 연대성입니다. 공동참여, 공동책임을 의미합니다. 다음은 공동선(共同善)의 원리입니다. 개인이나 소수그룹이 특혜를 받아서는 안됩니다. 인간은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그 이익은 공동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마지막은 보조성의 원리입니다. 각자 잘할 수 있는 것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의미합니다. 그 원리에 바탕을 두고 대구가톨릭대는 어려움이 닥쳐도 인적 구조조정보다는 공동체의식으로 모두 같이 고통을 부담할 것입니다. 위기를 극복하고 혜택을 나누게 된다면 어느 누구하나 소외됨이 없이 골고루 나눌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대구시립희망원 사태는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사제로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대구가톨릭대는 지역 대학 가운데 독특한 위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가톨릭 교육이념과 인간존중을 바탕으로 일제 식민통치 시절인 1914년 영남 최초의 대학교육을 시작한 가톨릭사제 양성학교인 성유스티노신학교에서 비롯된 100년 전통의 학교입니다. 1919년 3월5일 대구·경북지역에선 최초로 일제에 항거하는 만세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민주화의 정신적 지주이신 김수환 추기경이 입학한 학교이기도 합니다. 1952년에는 여성에게 교육평등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효성여자대학을 설립했습니다. 이후 1995년 대구가톨릭대와 효성여대가 통합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통합 후 의료·보건 계열에 대한 집중투자로 가톨릭 사랑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가톨릭대학 가운데는 가장 크고 가장 많은 구성원이 살고 있는 대학교입니다. 뿌리 깊고 샘이 깊은 교육의 전당이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지난 100년 이 땅과 이 겨레에 지혜와 용기를 심어주었듯이 학교의 정체성을 재정립해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국가발전을 위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구가톨릭대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점이 많습니다.

“지금 대학이 서로 경쟁하고 서열화돼가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학문적 경쟁은 필요하지만 인간을 서열화 해서는 안됩니다. 대구가톨릭대는 앞으로도 전인교육에 충실할 것입니다. 민족과 조국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우리 대학에 와서 참다운 지혜를 연마하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늘 그래왔듯이 대구·경북민들이 대구가톨릭대를 사랑해 주기를 바랍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김정우 대구가톨릭대 신임 총장 인터뷰

■ 김정우 총장 약력

△생년월일 1958년 4월5일

△사제서품 1983년 1월26일

△학력

1973년∼1976년 대륜고

1977년~1981년 서울가톨릭대

1981년∼1983년 서울가톨릭대 대학원

1987년~1992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

△약력

1983년 천주교 남산교회 보좌신부

1983년~1984년 대구대교구 사목국 보좌

1984년~1987년 군종(육군)

1987년~1992년 11월23일 오스트리아 유학

1992년~2003년 대구가톨릭대 교수

1999년~2003년 대구가톨릭대 대신학원장

2003년~2005년 천주교 용계교회 주임신부

2011년~2015년 대구가톨릭대 대신학원장

2005년~현재 대구가톨릭대 교수

2017년 대구가톨릭대 제26대 총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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