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 촬영 반대 항의 진짜 이유는…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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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10 07:31  |  수정 2017-03-10 07:31  |  발행일 2017-03-10 제8면
배우·감독 블랙리스트 이력 문제?

남북 첩보영화 ‘강철비’의 국립대구과학관(대구 달성군) 촬영에 대해 친박단체가 반대(영남일보 3월7일자 2면·9일자 11면 보도)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상으로는 과학관에 걸려 있는 영화 소품용 ‘북한 인공기’를 걸고넘어졌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영화 연출을 맡은 양우석 감독과 주연 배우 정우성의 진보성향을 문제 삼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양 감독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권 변호사 시절 활약상을 담은 영화 ‘변호인’으로 2013년 1천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인물이다. 당시 대선 패배로 절치부심하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변호인’ 관람을 계기로 정치활동을 재개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 영화의 흥행은 현 정권 주요 인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영화는 결국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양 감독의 이름이 오르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영화계는 분석하고 있다.

정우성도 지난해 11월20일 열린 영화 ‘아수라’ 팬 단체관람 행사에서 무대인사 도중 극중 대사를 패러디해 “박근혜 나와”라고 외쳐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온·오프라인에서도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지 않나. 난 상식을 말했을 뿐"이라며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나타냈다. 이 때문에 그는 일부 보수단체로부터 ‘여론 몰매’를 맞기도 했다.

이처럼 진보성향의 두 사람이 ‘보수의 심장’으로 통하는 대구 달성군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것 자체가 친박단체에 곱게 보일 리 없다는 게 영화계 주변의 해석이다. 게다가 영화가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자가 공존하는 정권교체기를 배경으로 한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근혜 써포터즈’는 10일 오전 탄핵 선고일이 지정됨에 따라 대구과학관 앞 집회를 취소했다. 대신 또다른 친박단체인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본부’는 내부 공유 게시판을 통해서 “13일 오후 1시 국립대구과학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9일 오후 5시까지 집회 신고는 들어오지 않았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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