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기록물 훼손 막는 보호 조치 급하다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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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0   |  발행일 2017-03-20 제31면   |  수정 2017-03-20 08:31

박근혜 전 대통령 기록물 이관이 급하게 진행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은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마자 대통령기록물 이관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이를 감시하거나 견제하는 장치가 없는 탓에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각종 기록물이 유출·폐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대통령기록관 측은 대통령기록물 이관이 관련 법률에 따른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에 대한 학계와 일반 시민의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기록학계 양대 학회인 한국기록학회와 한국기록관리학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학회는 그제(18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박 전 대통령 기록물은 국정농단과 관련한 중요 기록인 만큼 이관이 아닌 봉인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기록물 관련 법 역시 대통령의 정상적인 직무 수행을 전제로 하고 있어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예외적인 상황에선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기록학계가 대통령기록물의 훼손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안전한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또한 대다수 국민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대통령기록물을 서둘러 이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청와대 측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박 전 대통령 기록물을 무단반출, 또는 폐기했을 수 있다는 의혹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세월호와 관련된 대통령기록물을 비공개로 만들려고 시도한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이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청와대에서 머무는 동안 차명폰을 비롯해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와 기록들을 숨기거나 없애려고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농단에 대한 검찰의 주요 수사 증거물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기록물이 제대로된 검증 절차도 없이 이관되는 것은 그냥 두고 볼 일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 관련 기록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면 최장 30년까지 봉인된다.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거나 관할 고등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열람이 가능하나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이 때문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청와대에서 생산된 문건의 유출과 훼손을 막는 것 못지않게 대통령기록물 이관과 지정에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물론 국민의 알권리와도 직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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