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이제는 경상감영의 진품 측우대를 찾아올 때다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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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7   |  발행일 2017-04-27 제31면   |  수정 2017-04-27
[영남타워] 이제는 경상감영의 진품 측우대를 찾아올 때다
백 승 운 사회부 특임기자 겸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팀장

대구 경상감영공원이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38호로 지정됐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공들여왔던 노력이 이제 결실을 거두게 됐다.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무엇보다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 고무적이다. 또한 대구의 새로운 볼거리와 역사교육공간이 생겨 기대된다.

국가사적으로 지정되면서 대구시의 행보도 탄력이 붙었다. 특히 경상감영지 사적 지정구역 확대와 복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어서 기대가 크다. 새로 건립될 경상감영 역사문화관도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경상감영의 사적 지정과 복원사업은 선거철이면 단골 공약이기도 했다. 그만큼 대구의 숙원사업이었다. 숙원사업이었던 만큼 대구시의 노력도 눈물겨웠다. 감영과 관련된 자료를 찾기 위해 규장각, 국가기록원, 국내외 박물관 등을 찾아다니며 고문서를 뒤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덕분에 감영 객사의 정확한 위치와 감영 건물의 도면 등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러한 갖은 노력이 국가사적 지정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쯤에서 제안 하나 덧붙인다. 경상감영 선화당 앞에 있었던 측우대(測雨臺)를 이제 찾아오길 바란다. 현재 경상감영공원 선화당 앞에는 측우대가 하나 있기는 하다. 측우대는 빗물을 받아 강우량을 측정하는 측우기(測雨器)를 올려놓는 대(臺), 즉 받침대를 말한다. 하지만 지금 선화당 앞에 있는 측우대는 진짜가 아니다. 진품 측우대가 있던 자리에 대리석으로 만든 일종의 기념 모형이다. 진품은 현재 서울 기상청에 있다.

대구에 측우대와 측우기가 들어선 때는 조선조 감영시절이었다. 1770년(영조 46)에 만들어져 처음 대구 감영에 자리잡았다. 이 시기에 중앙정부에서 전국으로 보낸 측우대와 측우기는 모두 7기였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제작된 7기 중 대부분은 행방을 찾을 수 없다. 대구 감영의 선화당 앞에 있었던 측우기 역시 사라졌고 측우대만 유일하게 남아 있다.

그런 선화당 측우대가 대구에 있지 않고 서울로 간 연유는 일본인 때문이다. 대한제국시절 인천관측소 소장을 지낸 일본인 와다 유지(和田雄治)에 의해 처음에는 대구에서 인천으로 옮겨졌다. 1910년 발행된 자료(한국관측소학술보문 제1권-농상공부관측소)에 따르면 와다는 “경상북도 관찰사 박중양이 나에게 선물한 것으로, 지금은 인천관측소의 뜰에 있다”고 밝혔다. 1937년에 발간된 ‘경기지방의 명승사적’이라는 문헌에도 “인천관측소 뜰 앞에 화강암재의 측우대가 있고, 측우기는 실내에 보관되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측우대뿐만 아니라 측우기도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 기록을 마지막으로 대구 감영의 측우기는 행방이 묘연하다. 광복 이후 6·25전쟁을 치르는 통에 분실되었다고 추측할 뿐이다. 다행히 측우기의 받침대인 측우대는 서울로 옮겨져 현재 기상청에 보관되어 있다. 선화당 측우대는 뒷면에 제작연대가 음각되어 있고 실록의 기록과도 일치해, 과학문화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보물 842호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경상감영공원이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만큼 이제는 진품 측우대를 찾아와야 한다. 앞으로 복원사업이 추진되면 경상감영의 역사를 증명하는 문화재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하루빨리 서울에 있는 측우대를 되돌려 받을 필요가 있다. 복원사업과 함께 조성되는 역사문화관에 전시하면 새로운 볼거리는 물론 가치있는 교육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재는 민족을 넘어 그 지역의 자존심과 정체성을 상징한다. 원래 있던 자리에 있을 때 가장 가치 있고 빛나는 법이다. 해외로 나간 문화재를 되찾자고 하는 마당에, 서울이나 타 지역으로 옮겨진 우리 지역의 문화재를 되찾아 오는 것도 중요하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라는 속담처럼 지금이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백승운 사회부 특임기자 겸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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