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칼럼] 미군부대 캠프워커에서 본 한반도 전쟁설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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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7   |  발행일 2017-05-17 제39면   |  수정 2017-05-17
[박재일 칼럼] 미군부대 캠프워커에서 본 한반도 전쟁설

한반도 전쟁설이 한창이던 지난달, 갑자기 미군 부대가 궁금했다. 탄핵에다 대통령 보궐선거로 들끓고 있는 한국으로 미국 유명 방송국 앵커가 오산 미군 공군기지까지 날아와 현지 생중계로 한반도 위기설을 보도하던 시점이다. 선제공격도 불사한다는 트럼프가 이번에는 정말 북한을 굴복시킬까. 지인에게 미군부대에 한번 가보자고 했다.

제국주의 일본군대가 주둔했고, 이어 6·25전쟁으로 대구 도심의 미군부대로 남은 캠프워커(남구 대명동)는 이방인 지대답게 모든 게 생경스럽다. 입구 골목의 이런저런 영어간판들은 저 멀리 플로리다 시골 마을을 연상케 한다.

전투부대가 아닌 탓도 있겠지만, 그곳은 의외로 평화로웠다. 별로 넓지 않는 주둔지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듯한 골프장도 여전히 만원이다.

10여년 전 처음 이곳에 들어와 딱 한번 골프를 쳤을 때도 그랬다. 좁은 부대 안에서 건물을 사이에 두고 약식 시가전 연습 비슷한 광경을 목격했다. 골프장을 확 밀어버리지 왜 저럴까 하며 그들의 취향이 의아했다. 하기야 미국 본토에는 핵무기 수에 버금가는 1만2천여개의 골프장이 있다. 그들은 전진해서 땅을 확보하면 골프장과 미식축구장을 짓는 버릇이 있다는 것이 미국을 여행한 뒤 내린 나의 결론이다. 캠프워커의 골프장은 사드 배치 지역으로 성주 롯데CC가 점지됐을 때 ‘아, 이럴 수도 있구나’ 하며 묘하게 오버랩됐다.

다시 2017년 4월 주말의 미군부대는 ‘저 건물은 뭐냐’는 내 질문에 돌아온 대답을 들었을 때는 더욱 묘하게 다가왔다. “저거요, 아파트입니다. 미군과 그 군속들이 들어와 살 집입니다. 막사를 순차적으로 고층 아파트로 올리지요.” 한국이 과거처럼 최전방(미군의 입장)도 아니니, 가족들도 데려와 근무한단다. 대구 미군부대 주변 아파트 임차료가 어쩌면 떨어질지 모른다고 했다. 또 다른 멋진 건물은 이미 거의 다 완공됐는데, 간판이 ‘middle·high school’이다. 새로 지은 중·고교 건물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주한 미대사관 직원, 미군 가족, 주재원, 미국 시민권자, 시민권자의 직계 존·비속 순으로 일본으로 철수하는 플랜이 짜여 있다는 보도와는 결이 다른 분위기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날까. 한국인처럼 이런 주제를 갖고 술자리에서 논쟁하는 국민도 없을 것이다. 한 번 말이 나오면 미국은 어떻고에서부터 중국, 러시아, 일본까지 온 세계를 한바퀴 돌고 온 뒤에야 논란이 그친다.

전쟁은 물론 쉽게 나기는 어렵다. 한국은 이제 소비에트 연방의 종주국이던 러시아를 앞선 세계 10대 경제력 국가다. 미국의 반대만 없다면 미사일을 당장 만들 수도 있다. 외국인은 전쟁설 속에서도 한국 주식을 사들인다. 한국 상장주식의 36%, 삼성전자의 경우 50%를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쟁의 확률이 ‘0’인 것은 아니다. 미국은 수십년 동안 쿠바, 파나마, 이라크, 아프카니스탄, 리비아를 사실상 선제 공격(Preemptive strike)했다. 북한에도 못할 것이 없다. 중국은 조선반도가 아직도 자기들 땅이라는 꿈을 꾼다.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의 절반, 북한은 이념에 휩싸였는지, 권력의 단맛에 취했는지 남한을 늘 집적거린다. 북한은 경제력 없는 군사력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공허한지 깨치지 못한다. 미국을 대륙간탄도 핵미사일로 쓸어버리겠다고 떠벌리는 지구상의 유일한 국가다. 그래서 한국은 ‘Korea risk’를 숙명처럼 이고 살아야 한다.

트럼프가 문재인 대통령과 첫 통화를 했다.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동해 앞바다로 출동시켰던 트럼프는 북한 핵이나 사드가 아닌 한·미 FTA 재협상 통보를 가장 먼저 꺼냈다고 한다. 연설할 때 마치 돈을 가리키는 듯 엄지와 검지로 늘 동그라미 표시를 하는 트럼프의 모습이 생각나 웃음이 난다.

한국은 정말 중심을 잡고 살아갈 운명일 수밖에 없다. 굳이 떨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무디게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한반도 전쟁론이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딱 1주일, 우리는 용기는 당연한 것이고 거기다 지혜, 절제까지 겸비해야 하는 숙명적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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