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손맛] 울진 나곡비치방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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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09   |  발행일 2017-06-09 제38면   |  수정 2017-06-09
‘봄 감성돔’ 설욕의 리턴매치
3월말 울진 검등여서 제대로 못본 손맛
한달 만에 북쪽으로 50㎞의 나곡리 출조
방파제 빼곡 늘어선 낚싯대 연신 포물선
4짜급 이어 5짜 대형 감성돔으로 피날레
[김동욱의 낚시시대/손맛] 울진 나곡비치방파제
강한 놈을 상대할 때는 절대 서두르지 말 것. 5짜 입질을 받은 금성철 프로가 낚싯줄의 텐션을 그대로 유지한 채 천천히 감성돔의 힘을 빼고 있다. 작은 사진은 금 프로가 울진 나곡비치방파제에서 낚아낸 5짜와 4짜 감성돔 두 마리를 들어 보이는 모습.

“한 번 더 바람 쐬러 오셔야죠?”

지난 5월호 원고 마감을 끝내고 쉬고 있을 때, 금성철 프로(쯔리켄 인스트럭터)에게 전화가 왔다. 지난 3월 말, 이른바 ‘사쿠라 다이’를 노리고 들어갔던 울진 거일리의 검등여에서 별 재미를 못 봤는데….

“이번에는 진짭니다. 4짜급 몇 마리 볼 수 있을 겁니다.”

속는 셈 치고 다시 한 번….

사쿠라 다이라는 게 그렇다. 현지 꾼이 아니고서는 그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사쿠라 다이라는 말은 원래 ‘벚꽃이 한창일 때 산란을 위해 얕은 곳으로 몰려 올라오는 참돔’을 뜻하는 일본꾼들의 표현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봄에 낚이는 산란 감성돔을 통칭하면서 벚꽃이 필 무렵 대형 감성돔이 마릿수로 낚이는 것, 혹은 그 시즌을 뜻한다.

“헐…, 또요? 글쎄, 또 한 번 속는 셈 치고 가볼까요?”

그렇게 해서 지난 4월20일 나는 다시 금성철 프로를 만났다. 이번에는 거일리에서 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50㎞ 정도 떨어진 나곡리. 원래 울진 나곡리 일대는 4~5년 전 바다낚시터로 조성된 곳이 유명한데, 현지 꾼들은 거기서도 약간 북쪽으로 올라간 곳에 있는 방파제를 즐겨 찾는다. 우리가 만난 곳은 나곡해수욕장 옆 방파제. 방파제로 들어가는 길이 비치모텔 뒤편으로 나 있어 현지 꾼들은 여기를 ‘나곡비치방파제’라고 부른다.

◆발 디딜 틈 없는 방파제

점심 때쯤 들어간 나곡비치방파제는 20여 일 전의 거일리 검등여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그때는 한산하다 못해 마치 겨울바다 같은 분위기였다면 여기 방파제는 올라설 발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만큼 많은 꾼들이 몰려 있었다. 방파제 초입에서 테트라포드를 따라 늘어선 꾼들의 낚싯대는 마치 백병전을 치르는 봉건전사들의 창처럼 촘촘해 보인다. 그리고 그 창들은 곧잘 하늘로 휜다. 감성돔이 제대로 붙었다는 증거다.

“한 1주일 됐습니다. 꾸준히 나오고 있어요. 매일 4짜가….”

강원도 동해시에서 왔다는 우진우씨가 나에게 최근 조황을 알려준다. 우씨는 “서두를 필요 없다”며 자신의 차 안에서 주섬주섬 버너와 코펠 따위를 들고 와서는 라면을 끓인다. 마침 출출하던 차 우리는 그가 끓여준 라면을 한 그릇씩 비우고 천천히 테트라포드 위로 올라섰다. 그때도 방파제 안쪽에서는 연신 4짜급 감성돔이 꾼들의 채비에 낚여 올라온다.

이윽고 방파제 초입 금성철 프로 옆에 서 있던 강승권씨의 낚싯대도 휜다. 전방 오른쪽 30m 지점에 있는 수중여와 수중여 사이를 노리고 흘린 채비가 입질을 받았다. 어렵지 않게 제압을 하고 뜰채로 받아낸 강씨의 감성돔은 4짜 초반급 씨알이다.

그런데 이렇게 입질이 활발하다 보니 꾼들의 손길이 급하다. 일단 입질을 받으면 대를 세워 펌핑하기 바쁘다. 어쩌다 걸린 4짜급 감성돔이 혹시라도 바늘에서 빠져 도망갈세라 급한 마음에 릴링이 빨라지는 거다. 이러다보니 랜딩 도중에 털리는 경우도 많다.

◆강한 상대일수록 느긋하게

“일단 걸리면 급하게 랜딩하지 말고 줄 텐션만 유지한 채 천천히 달래면서 끌어내야 합니다. 지금 여기 있는 꾼들의 낚시는 너무 급해요.”

금 프로의 눈에도 랜딩 도중 털리는 꾼들의 모습이 안쓰러운 모양이다. 방파제 곳곳에 마릿수 감성돔 입질이 붙었지만 그걸 끌어내는 도중 간출여 가장자리에 자라고 있는 미역줄기 등에 채비가 감기는 일이 잦다.

“입질을 받으면 바로 랜딩하려 하지 말고 감성돔을 먼바다 쪽으로 보내는 게 좋아요. 그렇게 힘을 빼가면서 천천히 당겨내야 채비가 터지지 않지요.”

“그럼 직접 시범을 보여달라”는 내 말에 금 프로는 “일단 입질부터 받고요”라며 씨익 웃는다. ‘그렇지, 우선 입질을 받아야 끌어내든 터뜨리든 하지.’나도 속으로 씨익 웃었다.

우리가 테트라포드에 올라선지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금 프로의 채비가 감성돔을 만났다. 이내 대가 휜다. 그렇지 않아도 낭창한 금 프로의 0.6호대가 크게 U자를 그린다. 금 프로는 자신의 말대로 서두르지 않는다. 그저 낚싯대만 세운 채 입걸림 된 감성돔이 차고 나가는 대로 내버려 두는 듯 보인다. 그러다가 여유 줄이 느슨해지면 릴을 감는다. 이윽고 옆에 놔둔 뜰채를 집어들더니 한 발 아래 있는 테트라포드로 자리를 옮긴다. 뜰채자루가 안테나처럼 쭉 펴지면서 막 수면에 등지느러미를 비친 감성돔 대가리 쪽으로 뜰망이 향한다. 랜딩 성공. 뜰채 안에서 꺼낸 감성돔은 눈대중으로 45㎝급. 금 프로가 입질을 받고 4짜 감성돔을 뜰채에 담는 순간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3분 남짓이었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아도, 낚싯대가 부드러워도 충분히 4짜 중반급 씨알을 제압할 수 있다는 걸 그가 증명한 거다.

◆ 0.6호대 1.7호 목줄이 가져온 52㎝

30분 후 금 프로가 다시 입질을 받았다. 금 프로가 낚싯대를 세워 버티는 포즈와 얼굴 표정이 다르다. 약간은 긴장을 한 듯 상당히 조심스럽다.

“이건 5짭니다.”

낚싯대를 한껏 세워 버티며 금 프로가 던진 한마디는 그게 다였다. 나도 좀 전 4짜를 낚아낼 때보다 랜딩 시간이 더 걸리는 걸 봐서는 그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금 프로의 원줄은 2호, 목줄은 1.7호. 대마도에서 긴꼬리벵에돔 5짜도 같은 채비로 걸어내던 그이기에 이제 곧 수면에 놈의 얼굴이 보이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꽤 오래 걸린다. 한 10분쯤 파이팅을 했을까? 드디어 구멍찌가 초릿대 근처까지 올라왔다. 곧바로 뜰채가 내려가고 무사히 놈을 담아내는 데 성공하는 금 프로.

“우와~!”

주변에 있던 꾼들이 모두 소리를 지른다. 5짜 감성돔이다. 아직은 산란 전인 듯 몸집이 꽤 부풀어 있는 놈이다.

“제가 장담했죠? 이번에는 4짜 몇 마리 볼 수 있을 거라고….”

동해안 사쿠라 다이. 지금껏 말로만 들었던 그 벚꽃 대형 감성돔이 내 눈앞에서 성난 등지느러미를 꼿꼿이 펴고 있었다. 금 프로는 그렇게 ‘리벤지 매치’를 승리로 가져갔다.

월간낚시21 기자·penandpow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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