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백수

  •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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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9   |  발행일 2017-06-29 제31면   |  수정 2017-06-29

백수(白手)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주변에 어쩌다 보이던 이들이 이제는 어디서나 눈에 띄는 존재가 됐다. 더구나 젊은이가 다수이니 나라 미래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을 지칭하는 은어 증가도 그만큼이나 비약적이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청백전(청년 백수 전성시대), 십장생(10대도 장래 백수가 될 것이란 생각), 화백(화려한 백수)….

옛날 백수는 게으름의 결과였다. 단순히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강했다. 하지만 요즘 백수는 다르다. 일자리 자체가 부족해서다. 이러니 어찌 일방적으로 백수를 게으르다고 비난만 할 수 있겠는가. 차라리 백수의 정의마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놀고먹는 백수가 아니라 언젠가는 사회를 위해 공헌하는 100가지 묘수와 능력을 가진 자로 말이다.

경위와 이유가 어찌 됐든 6개월 이상 취직을 하지 못한 소위 ‘장기 백수’ 비중이 지난달 기준으로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통계는 예삿일이 아니다. 문제는 앞으로도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발표된 통계청 자료는 올 들어 장기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는 불안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달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 실업자는 12만명으로 전체 실업자(100만3천명) 중 11.96%를 차지했다. 이는 2004년 13.57%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무엇보다 최근 6개월 이상 실업자 비중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통상 장기 실업자 비중은 2월쯤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다가 하반기 취업공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9~10월 절정에 이르는 특징이 있다. 지난해는 2월 8.96%였던 장기 백수 비중이 매 달 올라가 같은 해 8월 18.27%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5년 역시 2월 장기 백수 비중이 5.49%로 가장 낮았고 10월이 13.83%로 가장 높았다.

이 같은 현실은 분명 재난에 가깝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문재인정부가 집중할 경제정책 의제를 곧 발표한다고 한다. 이번에는 명목상의 실업률 낮추기 정책이 아닌 오포(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집 포기) 세대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신선한 대책이 쏟아져 나왔으면 한다. ‘책상 위 정책 NO, 현장에서 작동하는 정책 YES.’ 마준영 경북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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