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혹성탈출2가 작동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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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24   |  발행일 2017-08-24 제30면   |  수정 2017-08-24
정권 교체 이루어진 후 정부의 신념이 정반대
작년까지 옳았던 생각들 지금은 잘못된 것인 양 세상의 가치관도 바뀌어
[차명진의 정치풍경] 혹성탈출2가 작동하지 않기를

영화 ‘혹성탈출’의 찰톤 헤스톤이 이 기분이었을 겁니다. 자고 일어나보니 세상의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울타리 안에 있던 원숭이가 세상의 주인이 되고 반대로 인간이 울타리 안의 짐승이 되어 버렸습니다. 정권이 바뀌니까 세상의 가치관도 180도 바뀌어 버렸습니다. 작년까지 분명 옳았던 생각들이 지금은 잘못된 생각으로 급전직하했습니다.

“앞으로 집을 많이 갖고 있는 게 불편해 질 거다. 빨리 파는 게 좋을 거다.”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입니다. 집은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주거공간이라는 생각, 시세차익을 노리고 집에 투자하는 행위는 고리대금업자만큼이나 나쁜 행위라는 철학이 깊게 깔려 있습니다. 지난 정부의 신념은 정반대였습니다. “돈 있는 사람들이 집에 많이 투자해야 주택 공급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그 덕에 경제도 잘 돌아간다.”

경제운영 원리도 바뀌었습니다. “임금이나 배당을 가능한 줄여서 투자를 많이 하도록 유도해 파이부터 키우자”에서 “국가가 분배구조를 조정해 소득을 풍성하게 나눠 주면 정의도 실현되고 경제도 살아난다”로 바뀌었습니다. 북핵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평화를 가장하면서 뒤로는 꾸준히 핵무장을 추구해 왔다. 이제는 압박과 공포의 균형만이 답이다”에서 “우리가 먼저 평화의 손을 내밀면 그들도 호응할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로 바뀌었습니다.

민주적 정당정치에서 국가이념의 교체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과학까지 바뀌어서는 안 됩니다.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기 위해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노인 수에 대한 예측까지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습니다. 원전폐쇄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향후 전기 소요량에 대한 예측까지 바꿔서는 안 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정권이 아니라 국가 자체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땅에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국민들이 국가를 버릴 수 있습니다. 혹성탈출2가 작동할 수도 있습니다. 시사만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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