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한 걸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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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04   |  발행일 2017-09-04 제30면   |  수정 2017-09-04
세상사 성공·실패 경계선엔
극복해야 할 깔딱고개 있다
대부분 성공은 그 직전까지
작은 기미도 보여주지 않아
힘들수록 ‘한 걸음 더’중요
[아침을 열며] 한 걸음 더

요즘 모 방송국은 자신들의 뉴스를 ‘한 걸음 더’ 들어가는 뉴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기존 방송 뉴스와는 다른 구성이 제법 많다. 팩트 체크나 비하인드 뉴스 등의 코너가 그렇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현안을 여러 명의 기자들이 나누어 취재하여 보도하기도 한다. 앵커가 뉴스 진행 외에 의견과 분석을 제시하기도 한다. 공정성, 중립성 등 가치 판단과는 별도로 그만큼 특정 현안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여타 방송사 뉴스도 유사한 코너가 신설되기도 하고, 간판급 뉴스 앵커를 새로 포섭하여 그들 스스로 자신의 의견과 분석을 내놓도록 한다. 또 앵커와 기자가 생각을 교환하면서 또 다른 각도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는 없는지를 따져보기도 한다. 그들 모두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최근 모 대학교로부터 홍보용 기념품을 받은 적이 있다. 부채였다. 쉽게 생각하면 평범하고, 또 다르게 생각하면 의외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부채는 남다른 것이 있었다. 한지와 생나무로 다듬은 손잡이, 그리고 끝에 매달린 매듭이 있어 언뜻 보아도 고급스러웠다. 그리고 여기에 민화풍 그림이 부채 중앙에 추가로 덧붙여져 있었다. 그것으로 정성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그 부채를 감싼 투명 비닐 위에 마른 야생화 꽃이 또 다시 덧붙여 있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산을 오를 때도 한 걸음 더는 중요하다. 소위 말하는 ‘깔딱고개’를 넘어야 정상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산을 오르다보면, 금방이라도 넘어갈 듯 숨이 차고 다리는 풀려 한 발도 더 나아갈 수 없을 것만 같은 고통의 순간이 온다. 이때 포기하고 멈추면 모든 것이 끝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한 걸음 더 디뎌 올라가면 어느새 우리는 정상에 서게 되고, 그 환희와 기쁨으로 그동안 힘들었던 모든 순간을 잊어버리고, 오히려 아름다운 추억과 자랑으로 바뀌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한 걸음 더 내디디는 것의 아름다움이 여기에 있다.

세상사 모든 일이 그럴 때가 많다. 성공과 실패의 경계선이 바로 이 깔딱고개에 있는 것이다. 누구나 도전해서 성공할 수 있는 일이라면 도전의 가치조차 없다. 도전해서 실패의 가능성이 높을 때, 그 고비가 너무나도 힘들 때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고, 또 그만치 성공의 과실도 달기 마련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이 이 고개에서 포기한다. 사실상 성공이 눈앞까지 왔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대부분의 성공은 그 직전까지 가도 작은 기미조차 보여주지 않는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힘들수록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사람과 지내는 데에도 한 걸음 더 다가가야 한다. 이만치 노력했으니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지점에서 오해가 생긴다. 대부분의 오해와 갈등은 가까웠던 사람 사이에서 생기기 마련이다. 내가 이만치 노력하고 사랑했는데, 몰라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몰라주면 섭섭하고, 섭섭하면 원망이 쌓이는 것이다. 그럴 때 한 걸음 더 다가가면 새로운 차원의 인간관계가 펼쳐진다. 특히 가족 사이에는 더욱 그래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예술 창작도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지점에서 펜을 놓거나 연습을 멈춘다면 그냥 그런 평범한 예술인 혹은 예술 작품이 되는 것이 아닐까. 진짜 예술작품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확신을 깨고 다시 한 걸음 더 정진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새로운 예술의 경지를 여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예술은 몇 번의 깔딱고개를 넘고 넘어서 늦은 밤에 만나는 희미한 새벽별 같은 것이리라.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나는 한번이라도 한 걸음 더 나아간 적이 있었는지, 특히 예술을 함에 있어서. 부끄러워졌다. 최현묵 (대구문화 예술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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